[일요서울│박수진 기자]쌍용건설의 워크아웃을 두고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과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장영철)간의 불편한 기류가 엿보인다. 워크아웃 배경과 관련해 최대주주인 캠코가 관리자로써의 책임은커녕 오히려 보유한 쌍용건설 지분을 출연 기관에 넘기면서 일명 ‘꼬리자르기’ 행태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게다가 캠코는 부실경영 책임을 이유로 지난 30년간 쌍용건설을 이끌어온 김 회장의 사임 추진도 모자라 “쌍용건설의 부실에 캠코는 책임이 없다”고 목소리도 높였다. 하지만 정작 이와 관련해 김 회장은 묵묵부답인 채 “회사 정상화에 힘쓰겠다”고만 밝혀 김 회장의 의중에도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해외 건설 수주 규모 19조 원을 자랑하는 쌍용건설이 어쩌다 워크아웃까지 돌입하게 됐는지 전모를 되짚어봤다.
캠코 “경영진 할인매각 추진, 자본 잠식 등 경영 위기 원인”
김 회장 “패한 장수 할 말 없다…재무구조 개선 시작될 것”
시공능력 순위 13위, 해외 건설 수주 규모 19조 원을 자랑하는 쌍용건설이 지난달 26일 워크아웃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M&A(인수·합병)와 자본 확충 지연,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자금 조달 불가, 유동성 확보를 위한 미분양 활인판매 등으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완전자본잠식으로 상장 폐지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채권금융기관들이 75% 이상 동의해 워크아웃 개시 결정이 났다”며 “채권단 출자전환과 단기 유동성 공급 등으로 정상화한 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M&A를 추진하면 정상 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쌍용건설과 협력업체들은 채권단이 지원을 약속하면서 지난달 28일 만기도래하는 어음과 채권 600억 원과 관련해 ‘한숨’ 돌리게 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쌍용건설이 가야할 길은 아직 멀었다는 분석이다. 채권단이 B2B(기업 간 채권), 현금공사대금 등 추가로 지급해야 할 자금이 1500억~20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채권단이 경영정상화 전제조건으로 최대주주인 캠코의 고통분담 방안을 요구했지만, 캠코 측에서는 계속해 ‘쌍용건설에 자금지원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어 경영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캠코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캠코가 갖고 있던 쌍용건설 지분(38.75%)을 대규모 감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3월 4일 쌍용건설 워크아웃 개시 결정이 떨어지면 실사를 거쳐 출자전환과 자금지원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무담보채권 출자에 앞서 캠코가 부실채권정리기금에서 보유하던 주식을 대규모로 감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 기업들도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채권단의 손실 분담에 상응해 대주주가 자구노력을 이행한다"며 “캠코 역시 기존 대주주로서 책임을 져야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캠코, 책임론 왜?
이처럼 채권단 내부에서는 쌍용건설의 정상화 방안을 실행하려면 캠코가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채권단은 지난해 10월 쌍용건설에 총 2000억 원 중 1300억 원을 출자했다. 당시 캠코는 700억 원 규모의 자산 유동화 기업어음을 인수하면서 매각을 전제로 한 외부 투자를 유치하면서 채권단 몫 1300억 원을 갚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매각 작업은 전혀 진척이 없었고 결국 지난달 22일 캠코는 쌍용건설 지분을 무상으로 정리해 부실책임을 채권단에게 떠넘긴다는 비난을 받았다.
게다가 캠코는 지분 정리와 함께 쌍용건설이 제 3자에게 매각될 때 기존의 기준대로 정부와 채권은행이 각각 86대 14의 비율로 수익을 나눠 갖겠다는 조항을 달아 비난은 더욱 증폭됐다. 쌍용건설 대주주로서 부실의 책임을 져야 할 정부가 워크아웃 신청을 앞두고 그 책임을 채권은행에 떠넘기면서 추가 수익은 고스란히 챙기겠다는 의도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캠코는 회사 부실경영을 이유로 김 회장의 퇴임도 요청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쌍용건설이 워크아웃에 빠진 데에는 경영책임보다는 건설경기 침체가 근본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쌍용건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미분양주택에 자금이 묶이면서 2011년 157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분양 후엔 주택이 팔리지 않아 3000여 가구에 대한 할인마케팅에 나선 통에 적자 규모가 더 커졌다. 지난해까지 적자 행진이 계속되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따라서 부실 경영을 이유로 사임을 추진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김 회장은 국내 시장과 달리 지난 10년 이상 한국-싱가포르 경제협력위원장을 맡은 것을 활용해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등 다수 공사를 따냈다. 또한 해외 공사도 잇달아 수주해 첫 워크아웃 이후 내리 이익을 내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캠코가 스스로 임명한 대표를 이제 와서 다시 책임지고 물러나라 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며 “(캠코가) 김 회장 해임은 경영진에게 책임을 전가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캠코 측은 “쌍용건설 경영진이 우이동콘도, 코리아CC콘도 등 대형PF사업 추진과 미분양아파트 할인매각을 추진했고, 이것이 자본 잠식 등 경영 위기의 원인이 됐다”며 “지난 1월 23일 경영평가위원회에서 김 회장이 경영실패의 책임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캠코는 관리자, 그리고 전달자에 불과하다. 대주주라고 해서 대주주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묵묵부답 김 회장, 궁금증 증폭
하지만 캠코에 대한 여론의 비난과 달리 김 회장은 어떠한 입장도 드러내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오직 “회사만 살릴 수 있다면” 이란 말만 밝히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달 26일 워크아웃 신청을 결의하기 위한 이사회를 개최한 뒤 본사 임직원들에게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 회장은 “전쟁에서 패한 장수는 할 말이 없고, 이익을 내지 못한 경영자도 할 말이 없다”며 “1100여 명의 쌍용건설 식구들에게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또한 김 회장은 “워크아웃을 신청한 만큼 새로운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시작될 것이고 또 하나 중요한 일은 새 투자자를 찾는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일은 우리 기업의 가치를 훼손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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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기자 soojina602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