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거래 6~7곳 거론… 재벌가 비자금 창구 역할 주목
서미갤러리, ‘세탁소’ 오명… 미술계 잊을 만하면 터져 곤욕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서미갤러리(대표 홍송원·사진) 탈세혐의 수사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특정 기업명까지 공개되면서 이번수사가 또 다시 재계로 향할까 노심초사다. 과거 서미갤러리와 거래했던 기업 홍보팀과 정보담당직원들의 눈치 싸움도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기업 간 거래보다 소유주와의 직접적인 거래가 이뤄지는 미술품 특성상 오너가 주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지하경제활성화 공약 후 첫 조사여서 극도로 예민하다. 미술품 거래는 상당한 액수의 거래에도 불구하고 그 기록을 남기지 않는 것이 미술계의 관행(?)이기 때문이다.
이미 검찰주변에선 오리온·대상그룹·CJ그룹 등의 거래 내역이 확인됐다며 이들 기업에 대한 수사 임박설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이미 기업 정보담당자들의 발 빠른 움직임이 검찰 주변에서 포착되기도 한다. 국세청이 상당부분의 혐의 사실을 입증할 세무조사가 마무리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뿐 아니라 과거 한차례라도 거래가 있었거나 의혹이 불거졌던 신세계, 삼성 등도 이번 조사를 예의주시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 홍보담당자는 “이미 수년 전 의혹에 대한 해명이 끝났다. 그때도 국세청 내사가 있었다고 했지만 혐의조차 밝혀지지 않았다"며 “풍문에 잠시 이름만 거론된 것뿐 자사는 해당사항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오너가가 직접 연결될 수 있다는 의문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워했다.
이에 반해 검찰 관계자는 “해당 기업이 그림 구입 가격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향후 수사에 대한 이목을 쏠리게 했다.
재벌 오너들 “나 지금 떨고 있니?”
실제 오리온그룹(회장 담철곤)은 프란츠클라인 작품을 서미갤러리를 통해 시가 55억 원에 구입한 바 있다.
담 회장의 부인 이화경 씨가 회사 돈 140억 원으로 고가의 그림들을 사들일 때도 서미갤러리를 통한 사실이 있다.
박수근 화백의 작품 ‘나무와 세여인'은 22억 원에 대상그룹에 팔렸다. 미국화가 싸이 톰블리의 작품 세테벨로도 CJ그룹이 구입한 바 있다. 싸이 톰블러의 또 다른 작품 ‘볼세나'는 김찬경 미래저축은행장이 소유하고 있다.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과도 자금 거래를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2011년에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부인 홍라희 씨와 50억 원대의 그림 값 소송을 벌일 만큼 거래 관계가 깊었다.
지난번 삼성특검과 미래저축은행의 수사에서도 서미갤러리를 통한 비자금 조성 혐의 의혹이 불거져 사정당국의 조사를 받았던만큼 일부 기업들은 이번 불똥에 대해 긴장하고 있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로서도 정권 초인만큼 ‘재벌 다잡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 대기업들의 불공정 거래를 바로잡겠다는 게 대선공약이기도 해 이번 조사에 이목이 더 쏠린다.
또한, 서미갤러리의 계열사 ㈜서미앤투스도 주목받는다. 이 회사의 주요 주주가 홍 대표와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서미앤투스의 최대주주는 지난해 4월 현재 홍 대표(22만주·22%)다. 그 뒤를 이어 대상그룹 차녀 임상민씨가 14만주 (14%)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성그룹이 10만주(10%)를 보유하고 있다. 한성그룹은 LS그룹 구자홍 회장의 동생인 구자철씨가 대표로 있는데 구 씨의 부인은 홍 대표의 동생인 홍정원씨다. 구씨가 홍 대표의 제부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강남일)는 대기업과 미술품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법인세 수십억 원을 포탈한 혐의로 세무당국에 의해 고발된 서미갤러리 대표와 갤러리 법인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지난달 26일 밝혔다. 홍 대표는 2007년부터 세금계산서 없이 고가의 미술품을 판매해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와, 고급가구를 수입해 팔면서 부가가치세 등을 탈루한 혐의다. 국세청은 지난해 9월부터 지난 1월까지 서미갤러리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하면서 특정기업에 대한 거래내역을 살핀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서미갤러리의 수사가 대기업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화랑계에선 서미갤러리가 세무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판매한 미술품 거래규모가 수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적잖은 재벌 오너 일가들이 긴장하고 있는 이유다.
이미 국세청은 일부 기업이 미술품을 사면서 가격을 최대 100억 원 부풀린 정황을 포착해 세금 추징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한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서미갤러리와 전화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성사되진 못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