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4월 재보선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충남 부여·청양의 새누리당 김근태 의원의 당선무효형이 확정되면서 서울 노원병, 부산 영도구와 함께 세 군데에서 재보선이 치러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서울 민심을 알 수 있는 노원 지역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 안철수 전 대선 후보의 출마설이 불거지면서 신당 창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노원 지역은 진보정치계 스타인 진보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에다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로 일약 스타급 정치인으로 유명세를 탄 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의 텃밭이기도 하다. 여기에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까지 가세할 경우 선거는 혼전양상을 띌 전망이다. 본인들의 출마의사와는 무관하게 4명의 스타급 인사들의 당과 자존심을 건 물밑 대결이 벌써부터 치열하다.
안 전 후보측은 내년 지방선거전 신당 창당을 앞두고 4월과 10월 재보선을 시험무대로 삼고 있다. 특히 안 전 후보를 지지했던 일부 그룹에서 ‘안철수 노원 출마설’을 흘리면서 조기 귀국을 종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즉 4월 재보선에 출마해 신당 창당을 위한 첫 단추를 꿰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는 박선숙·송호창 전 본부장, 유민영·정연순 전 대변인, 조광희 전 비서실장, 강인철 변호사, 금태섭 전 상황실장 등 측근 그룹보다는 캠프 외곽 조직인 지역 포럼을 중심으로 흘러나오고 있는 모습이다.
안 출마에 측근 ‘침묵’ 외곽조직 ‘들썩
안 전 캠프측 한 인사는 “측근 그룹이 안철수 교수의 의중을 모른 채 출마나 신당창당을 흘릴 사람들이 아니다”며 “오히려 수도권 등 재보선이 개최되는 지역포럼 인사들이나 지방선거에 나설려는 사람들이 안철수와 무관하게 정치 스케줄을 잡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안철수 출마나 신당창당 그리고 3월초 귀국관련 사실 여부를 묻기위해 박선숙, 송호창 전 본부장에게 통화를 시도했지만 신호만 갈 뿐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현재 안철수를 지지하는 전국 16개 시도별 지역포럼에는 2000여 명의 인사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수도권과 호남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내년 지방선거전 ‘안철수 신당’ 창당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부 지역포럼에서는 ‘지방선거 아카데미’를 개설해 선거 출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대선 기간에는 하승창 전 대외협력실장과 박왕규 전 대외협력 부실장 등이 주요 창구 역할을 했다.
안철수 출마설 출처관련해 ‘민주당 6인회’ 역시 재차 주목받고 있다. 본지 <980>호에서 첫 보도한 ‘안철수 신당’ 창당 밑그림을 그리는 전현직 의원 6인회가 물밑 작업에 나선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6인회에는 김성식, 송호창, 정태근 전현직 의원의 이름과 함께 민주당 중진급 K, J, J 인사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안 전 후보측의 ‘출마설’에 바짝 긴장하는 곳은 다름 아닌 민주당과 진보정의당 등 야권이다. 이미 민주당과 진보정의당은 지난 대선에 ‘반박근혜 연대’를 통한 공조를 한 바 있다. 또한 노원이 진보정치의 대표적인 스타급 인사인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라는 점에서 민주당이 ‘무공천을 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양당은 안 전 후보나 측근이 대리로 출마할 경우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로 승리할 수 있다’며 경고를 보내면서도 안철수 신당 창당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동병상련’에 빠져 있다. 진보당으로선 텃밭을 빼앗기고 스타급 의원을 동시에 잃을 수 있다는 점과 이정희 통진당 대표가 출마할 경우 ‘진보정당’간 선명성 대결도 부담스럽다. 민주당 역시 안철수 신당창당이 본격화될 경우 ‘당이 와해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빠르게 확신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노 전 의원은 한 언론매체와 최근 인터뷰를 통해 “한때 대통령 후보였던 사람인데 더 큰 곳에서 더 큰 정치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정치혁신을 주장한다면 새누리당의 지역구에 나서 새누리당 의석을 줄여야 하지 않는가”라고 안철수 출마설 관련 불만을 표출했다. 사실상 부산 영도 출마를 종용한 발언이다.
민주당 단일화 덫에 빠져 ‘허우적’
민주당 역시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후보를 낸들 진보당과 야권 단일화를 거쳐야 한다. 게다가 안 전 후보나 측근이 나올 경우 민주당으로선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난감할 수밖에 없다. 안 전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통큰 양보’를 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민주당으로선 ‘단일화 덫’에 빠진 형국이다. 안 전 후보나 측근이 당선될 경우에는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해야 한다.
그렇다고 원내 제1 야당으로서 선거를 앞두고 뒷짐지고 있을 수도 없다. 특히 ‘나꼼수’로 일약 연예인급 스타가 된 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이 만기출소한 상황이다. 그 역시 노원 지역을 텃밭으로 정치생활을 했다는 점에서 4월 재보선에서 막후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정 전 의원은 노원구 공릉동과 월계동을 지역 기반으로 17대 총선에서 뱃지를 달았다. 게다가 2011년 ‘나꼼수 열풍’을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만든 주역이기도 하다.
현재 정 전 의원은 복권이 안된 상황으로 2022년 연말까지 공직선거에 나설 수 없는 처지다. 하지만 노원지역에선 연예인 못지않게 스타접대를 받고 있고 ‘정봉주와 미래권력들’(이하 미권스) 팬클럽 회원수만도 20만명이 넘는다. 정 전 의원이 19대 총선에서 노원갑 지역에 나꼼수 일원인 김용민 전 한양대 겸임교수의 전략 공천을 받게 할 당시 ‘감옥에서 전화 한통으로 해결했다’는 소문은 그의 파워가 어느 정도인지를 간접적으로 말해 준다.
현재 정 전 의원은 재보선과는 무관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3월 3일 가족들과 함께 봉화군 명호면 귀농·귀촌마을인 ‘비나리 마을’로 이사했다. 정 전 의원은 ‘충남 홍성교도소에 있을 당시 이미 결정한 것’이라며 ‘민족의 뿌리를 제대로 알고, 성리학을 비롯해 동서양 철학과 경제학 등 그동안 게을리했던 학문 공부에 열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이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거나 진보당과 단일 후보를 지지할 경우 ‘별들의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 3인의 정치적 운명뿐만 아니라 야권의 정치 지형에 지각 변동마저 가져올 수도 있다. 진보당의 간판이자 2000년대 초 ‘노회찬 어록’을 만들 정도로 수많은 유행어를 만든 노회찬, 그리고 ‘나꼼수 열풍’을 이끌며 스타반열에 오른 정치인 정봉주, 2011년 후반부터 1년 넘게 ‘안철수 현상’을 일으킨 안철수, 이들 3인방에 이정희 대표까지 이들이 벌일 일합이 벌써부터 주목받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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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