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수주 7천억 사업서 1천억 넘는 손실 발생…숨기기 급급
- 2014년까지 고정손실… 역사상 최대·최장 만기 CP 찍어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GS건설(대표 허명수)은 최근 자사의 기업 투자설명회(IR)를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만 참석한 가운데 본사에서 비공개로 진행했다.
통상적으로 IR은 주식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실적 등 공시된 정보 외에도 수치로 계량되지 않는 장단점과 가능성을 알려 신규투자를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된다.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들은 IR을 적극적인 홍보의 장으로 삼고 있으며, 일부는 글로벌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해외 IR까지 여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결국 GS건설이 비공개로 IR을 진행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과연 GS건설에 무슨 일이 있는지 의문이 쏠릴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지난해 실적 곤두박질… 4분기는 어닝 쇼크 수준
비공개 IR에서 소수의 애널리스트들 손에 들려진 실적보고서는 아무리 요약본이라고 해도 지나치리만큼 얇았다. 그도 그럴 것이 GS건설의 지난해 실적은 잠정 집계 결과 매출액 9조2900억 원, 영업이익 160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대비 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63%나 감소한 수치다.
같은 해 4분기만 살펴봐도 매출액 2조4250억 원에 영업손실 804억 원으로 사실상 어닝 쇼크 수준이다. 연간 수주도 9조1070억 원으로 전년보다 31% 줄어든 것은 물론 연간 매출액보다도 낮다.
이처럼 GS건설의 실적이 부진한 것은 해외 플랜트 부문에서 난 손실이 주된 이유다. 지난해 해당 부문의 원가율은 111%에 달했다. 특히 같은 해 4분기 7050억 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IRP2 사업장에서 발생한 손실충당금만도 1100억 원이다.
GS건설 측은 해외 플랜트 시장이 과열되면서 저가수주를 할 수밖에 없었고 이후 원가까지 치솟아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재는 공사비 조정도 불가해 IRP2 사업의 완료 예정 시점인 2014년까지 지속적으로 손실이 누적될 것으로 예상된다.
불 보듯 훤한 손실… 유동성 확보에 열 올려
결국 GS건설은 지난달 20일 5년·5.5년·6년 만기 등 각각 1000억 원씩 총 3000억 원의 기업어음(CP)을 발행했다. 앞서도 GS건설은 지난 1월 23일과 29일 각각 5년물 3000억 원과 2400억 원 등 총 5400억 원의 CP를 발행한 바 있다. 한 달 새 8400억 원의 CP를 찍어낸 것이다.
또한 GS건설이 지난달 5일 발행한 3년물 3200억 원과 5년물 600억 원 등 총 3800억 원의 회사채까지 더하면 같은 기간 동안 시장에 나온 물량은 총 1조2200억 원에 달한다.
원래 CP란 기업이 자금조달을 위해 자기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어음형식의 단기 채권으로 만기가 3개월~1년 정도로 기간이 짧은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번 GS건설 CP는 대부분 5~6년물과 일부 3년물로 이뤄진 장기 어음이다.
장기 CP가 사실상 회사채의 역할을 하는 것을 감안할 때 이번 CP는 GS건설 창립 이래 최대 규모에 최장 만기의 이례적인 발행이다. 결과적으로 GS건설이 대규모 장기 CP와 회사채를 동원해 자금을 조달한 것은 해외사업 손실로 수익성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유동성 확보가 시급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암울한 허명수號 증권가마저 외면
한편 금융투자업계에서는 GS건설의 실적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부정적인 전망을 줄줄이 쏟아냈다.
조주형 교보증권 연구원은 GS건설의 실적 발표 직후 “수주잔고 감소, 원가율 상승, 순차입금 급증, 아파트 사업관련 대손상각비 계상 등 투자하기에 부담스러운 펀더멘털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선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중동지역에서 플랜트 수주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시기에 수주한 해외 프로젝트들이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차례로 완공되므로 내년 하반기 이전에는 의미있는 수준의 실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또한 조동필 한화증권 연구원은 “해외 플랜트 부문의 수익성 개선속도가 예상보다 느리다”고 평했으며, 박상연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도 “저가 수주 물량의 본격적인 매출 반영으로 수익성 하향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