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시 대중교통체제개편, 서울 봉헌발언 논란 등 잇단 악재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이 시장은 특유의 밀어붙이기로 청계천 복원 사업을 진행하고 행정수도 이전반대운동을 주도해 자칫 침몰 위기까지 내몰렸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의 상승세는 당내 경쟁자인 박근혜 대표와의 격차가 점점 좁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 시장은 신행정수도건설 위헌판결 이후 대안으로 행정 중심 도시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이후 당내 반대기류에 고전하고 있는 박 대표를 지지율에서 앞지를 기세다. 멀게만 보이던 박 대표와의 격차가 역전이 가능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이 시장은 무척 고무된 표정이다. 그러나 고지가 눈앞에 보이면서 이 시장 측은 새로운 고민에 휩싸였다.
대선과정에서 이 시장의 많은 ‘재산’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일각에선 이 시장의 재산형성과정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고 여권이 이 시장의 재산 내역과 형성과정에 대한 뒷조사에 들어갔다는 후문도 들린다. 이에 대해 이 시장 측은 “전혀 문제가 될 재산은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그러면 이 시장의 재산은 어느 정도일까.지난 2월25일 서울시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고위공직자 재산 변동 내역에 따르면 이 시장은 현재 본인과 부인, 장남 명의로 186억6,680만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전국지방자치단체장 중 가장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재력가다. 그러나 이 시장의 공개 재산을 현시가로 추정하면 대략 330억원에 이른다.이 시장의 재산항목을 보면 부동산 비율이 가장 크다.
이 시장 명의로 서초구 서초동 법원, 검찰청 부근에 변호사들에게 인기가 많은 Y빌딩과 고급 차이나레스토랑이 있는 상가건물이 있고, 양재동에 Y 빌딩이 있다. 논현동에 200여평 규모의 단독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며 부인 명의로 논현동에 100평 넘는 대지가 있다. 이 시장은 경제인 출신이지만 주식은 그다지 많지 않다. 현대중공업 786주, 현대산업 337주, 현대 33주, 꽃배달 서비스업체인 한솔 서플라이 1,100주(비상장)를 보유하고 있다. 이 시장이 소유한 부동산들은 모두 ‘현대맨’으로 활약할 시절인 74년에서 78년에 취득했다. 대부분의 부동산이 자신을 총애했던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보너스 형식으로 지급해 준 것이라는 게 이 시장 측의 설명이다. 게다가 부동산의 매매가 거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투기와는 거리가 멀다고 항변하고 있다.그러나 신고한 재산내역은 당시 공시지가로 계산돼 있어 현시세를 고려하면 꽤 큰 차이를 보인다.
부동산의 경우 이 시장이 등록한 재산내역은 2002년 기준 공시지가로 금액을 산정했다. 대지가 376평인 서초동의 Y 빌딩은 62억8,769만원으로 신고했지만 인근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현공시지가는 2,100만원이며 시세는 2,500∼3,000만원 선이다. 현시세를 낮게 고려해도 이 빌딩은 90억원정도, 근처에 있는 327평 규모의 상가건물(2002.8.30 신고액 46억6,646만7,000원)은 80억원에 이른다. 양재동 빌딩의 경우 개별 공시지가는 평당 2,405만7,000원(2004.1.1기준).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시세는 평당 3,500만∼4,000만원이다. 200평 가량인 이 건물(2002.8.30 신고액 43억181만8,000원)은 70억원에 달한다. 논현동 주택과 부인 소유의 대지 역시 평당 2,500만원 정도가 현시세로 주택(2002.8.30 신고액 12억2,527만2,000원)은 50억원, 대지(2002.8.30 신고액 6억830만4,000원)는 25억원 정도라는 부동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일부 측근들 사회환원 제안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경우 이 시장은 2002년 재산공개 당시 총 2,256만1,000원으로 신고했다.
그러나 현주식시세(2005.3.17일 기준)를 통해 보면 현대중공업(786주)은 1주당 5만6,200원으로 4,417만3,200원. 현대산업(337주)은 1주당 1만9,200원으로 647만400원이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우 2002년엔 26주였지만 무상증자로 7주가 늘어 지난 2월 25일 변동내역 공개에선 33주가 됐다. 주식가치는 1주당 4만7,600원으로 157만800원이다. 총액은 5,221만4,400원으로 2002년에 비해 2.5배 가량 가치가 올라갔다. 이같은 현시세를 고려하면 이 시장은 재산신고액인 186억6,680원을 훨씬 뛰어 넘어 330억원대에 이르는 셈이다.노점상 출신의 아들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서민적인 이미지를 강조해 왔지만 이 시장의 재산은 서민들이 가까이 가기엔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이 시장의 측근그룹 내부에서 사회환원에 대한 주문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시장이 대권레이스에 돌입할 경우 가장 집요한 공격의 대상이 ‘재산’으로 모아질 것이란 조심스런 관측에서다. 이는 예상 밖의 돌발변수가 등장할 경우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춘식 부시장 인터뷰
“사회환원 괜한 오해 살 수 있다”이춘식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몇몇 측근들이 대선 때 약점으로 돼 집중공격을 받을 수 있다”며 “사회환원을 고려해야 한다고 권유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 정몽준 의원의 경우 2002년 대선레이스 도중 재산문제로 경쟁후보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다. 하지만 이 시장은 이같은 제안에 대해 부정적이다. 이 부시장은 “정당한 노력의 대가로 모은 재산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는 상황에서 괜히 사회환원을 하게 된다면 오히려 마치 부정적인 요소가 있었던 것처럼 비칠 수 있다”며 “이 시장은 이 시점에서 사회환원을 고려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산이 많다고 해서 전혀 문제가 없는데 대선을 앞둔 시점에 사회환원을 하면 괜한 오해를 살 가능성이 더 크다고 이 시장은 판단하고 있는 셈. 그러나 이 시장과 가까운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재산문제에 대한 이 시장 측의 고민은 ‘현재완료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이인철 chle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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