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씨, 문고리 권력과 제주도 부부만찬 떠벌리기도
“당장 만나자!” 전·현직 의원 ‘관계 맺기’ 총력전
L씨 실체 파악한 문고리 권력, “위원장 직함 내놔라”
서병수 “선대위 명함 쓰지 말아라” 뒤늦게 경고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박근혜 정부 실세가 맞나.”
인수위 인선·장관 인선을 두고 ‘깜깜이 인사’라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숨은 실세로 부상한 L씨를 ‘미스터리 맨’으로 부른다. 핵심은 L씨가 과연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은 물론 가족들과 친분이 두터운가 여부다. L씨는 박근혜 캠프에서 직능분야 위원장을 맡았고, 문고리 권력과 친하다는 사실로 인해 박근혜 정권의 숨은 실세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인수위원과 장관 인선과정에서 ‘인사 비선팀’을 가동하면서 L씨가 장관 인선 및 청와대 인선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최측근은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모르는 사람이다. 뒷조사를 해달라”고 밝혔다. 이 사실이 전해지자 정치권 인사들은 바짝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박근혜 정부 실세로 지칭됐지만 그 실체에 대해서는 확인된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L씨에 대한 미확인 루머까지 돌고 있는 상황이다. [일요서울]에서는 L씨에 대한 정체를 집중적으로 파악해봤다.

L씨가 언론에 노출된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L씨가 회장으로 있는 A연맹 일부 인사들이ㄴ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일어나면서부터다. 대선이 박빙으로 치러지는 상황에서 L씨가 있는 A연맹이 박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회원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것은 굉장한 뉴스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L씨가 있는 A연맹 회원들은 박 후보를 지지하는 자리인 줄 모르고 참석했다고 한다. A연맹 회원들은 “L씨의 더러운 정치 놀음에 희생양, 피해가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L씨, 박근혜 정부 실세 박지만과 관계 유지
문제는 L씨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A연맹 회원들을 이용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회원들조차 박 후보를 지지하는 자리라고 설명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박근혜 캠프에서는 어떠한 해명도 하지 않았다.
주목할 점은 인수위원회 인선 문제와 깜깜이 인사로 인해 ‘인사 비선팀’이 가동되고 있는 과정에서 L씨가 박근혜 정권의 숨은 실세라는 소문이 퍼졌다는 사실이다. 이미 지난해 박 후보 지지 선언 과정에서 한 차례 논란을 일으켜 구설에 오른 바 있는 터라 L씨에 대한 의혹과 궁금증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와 관련, 인수위에 활동했던 한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 주변 인사인 L씨가 관심의 대상이다. L씨는 박근혜 대통령 일가와 친분이 많다.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과도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을 성심성의껏 보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어느 정도 역할을 할 것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고 귀띔했다.
L씨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한 관계자 역시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캠프 시절 대외적으로는 직함이 있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비선라인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는 이재만 보좌관과 거리를 두자 故 이춘상 보좌관과 가깝게 지낸 인물”이라며 “항간에는 각종 인선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선 작업에 관여하고 있으며, L씨의 라인이 적잖다. 20% 정도가 L씨의 라인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L씨는 일부 인사들에게 “최경환 의원, 김무성 전 의원과 친분이 두텁다”, “인수위 행정실장을 비롯해 정호성-이재만 보좌관과 친분도 상당하다”, “제주도에서 이들 가족과도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는 등의 얘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L씨가 박 대통령 가족 및 최측근들을 알고 있는 이상 모든 이들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L씨에 대한 전·현직 의원들의 관심은 대단했다. L씨와 관계를 맺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금전적인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도 파다하다.
특히 인선과정에서 L씨가 실세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어디에 손을 써야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L씨가 실세라고 불리는 만큼 연결만 되면 한 자리 차지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핵심으로 향후 큰 역할을 할 인물’이라는 등 다양한 추측이 나돌고 있다.
박근혜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인사도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L씨는 ‘박사모’보다 더 큰 활약을 했다. 특히 박 대통령 최측근들과도 친할 정도이니 실세로 거론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며 ‘실세’로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현재 박 대통령이 ‘낙하산 인사 없다’라고 강조했다. 실세로 보이는 인사인 만큼 낡은 줄이라도 잡기 위해 L씨에게 접근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 선 일등공신들은 개인 사비까지 써가면서 박 대통령을 도왔다. 이후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자 L씨에게 접근해 이에 대한 대우를 받으려고 하고, 한 자리를 꿰차기 위해 다가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드러나는 L씨 정체 朴측 “브로커에 불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L씨에 대한 실체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박근혜 캠프에서 직능파트 분야 위원장을 맡았다는 사실만 알려질 뿐 박근혜 캠프 핵심 인사들 사이에서도 L씨의 존재를 알고 있는 이는 없다. 여의도 일각에서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박근혜 정부 실세와 가깝다는 얘기만 나돌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 최측근들은 하나같이 “L씨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뒷조사를 부탁하기도 했다. L씨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는 가운데 [일요서울]은 취재과정에서 L씨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L씨를 사실상 ‘브로커’라고 단정 지었다. 이 관계자는 “L씨는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캠프 직능파트분야 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故 이 보좌관에게 접근했다. L씨는 이 보좌관에게 A연맹 회원이 5천여 명이 되고, 박 후보를 지지선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후보를 지지하는 과정에서 회원 수는 20~30명에 불과했다”며 “L씨를 이상하게 여긴 이 보좌관은 당시 유정복 직능총괄본부장에게 ‘L씨와 거리를 둬야 한다’고 말했고, 유 본부장은 결국 L씨가 가지고 있는 직능파트 위원장 직위를 해제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이 모든 일은 대선 과정에서 조치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박근혜 캠프에서는 L씨에 대한 정체를 파악하고, 위원장 직급을 빼앗았지만 정작 L씨는 이에 굴복하지 않고 위원장 타이틀을 이용해 박근혜 정권 핵심실세와 가깝다고 말하고 다녔다는 얘기인 셈이다.
비선정치 후폭풍 새누리당 ‘늦장 대응’
L씨가 박근혜 정부 실세라고 말하고 다닐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결과적으로 ‘깜깜이 인선’으로 인해 빚어진 사실이라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인선과정에 어떤 인물이 관여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고 있다.
다만 추측만 난무하고 있다. ‘삼성동팀’, ‘인사 비선팀’ 등이 있다는 얘기가 나돈 것이 전부다. 때문에 이 점을 악용하여 L씨는 자신을 실세라고 해 새누리당 전·현직 의원들에게 접근하고 있고, 일부 인사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또 박근혜 캠프에서 당시 이러한 상황을 쉬쉬했다는 점도 L씨가 ‘박근혜 정부 실세’라고 돌아다닐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관계자는 “대선 과정에서 이러한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 않았던 이유는 대선 과정에서 악재로 작용해 ‘박근혜 대세론’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 쉬쉬한 것 같다”며 “결과적으로 이 같은 일을 사전에 미리 얘기했더라면 L씨에게 접근하는 이들이 없었을 테고, 피해를 보는 일도 없었을 텐데…”라고 귀띔했다.
이처럼 피해가 속출하고 대선이 끝난 이후에서야 조치를 취했다는 점도 문제다. 서병수 사무총장은 지난 13일 새누리당이 지난해 대선 당시 발행한 중앙선대위 명함 및 임명장의 부적절한 사용 금지령을 내렸다.
서 총장은 “대선이 끝난 지 50일이 지났음에도 일부 인사들에 의해 중앙선대위 명함과 임명장이 부적절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며 “중앙선대위 직함은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부여된 것일 뿐 권한이 아니다. 누구든 임명장과 명함을 사용해 그 직함이 권한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부적절한 행태”라고 규정했다.
이어 “순수하게 박근혜 정부 탄생에 노력했던 모든 선대위 인사들의 진정성과 열정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이 같은 부적절 행위가 정치쇄신 차원에서 근절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런 인사들에 대해 듣거나 보신 분이 있으면 당 법률지원단이나 민원국에 제보해 달라”고 당부한 뒤 “접수되면 법률 검토를 거쳐 수사의뢰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