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수진 기자]유통 공룡인 롯데(총괄회장 신격호)가 드러그스토어 시장에 진출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동종 업계는 물론, 주변 상인이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여기에 농심(회장 신춘호)의 메가마트가 운영하고 있는 드러그스토어 ‘판도라’가 지난 21일 홍대에서 문을 열면서, 범롯데가(家)가 드러그스토어 시장 점령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게다가 골목상권 침해 논란마저 불거지고 있어 범롯데가(家)의 시장 진출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이에 일각에서는 “범롯데가가 상생 보다 오직 수익구조에만 혈안이 돼 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롯데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점 옆 입점 계획?…소문만 무성
농심 판도라 홍대점 오픈…전문약사 상주에 동네 약국 ‘불만’
신규 출점 등 영업 제한에 발목이 잡힌 유통 대기업들이 ‘드러그스토어’ 사업에 속속 진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신격호 롯데 총괄 회장의 차남인 롯데 신동빈 회장과 농심 신춘호 회장의 삼남인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의 동반진출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는 두 기업이 혈연관계로 얽혀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유통부문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서울 중구 남창동 코리아세븐 본사에 강성현 롯데미래전략센터 이사를 주축으로 직원 10여 명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H&B’ 드러그스토어 준비에 들어갔다. 연내 가두점 1호점을 연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름과 용지, 상품 목록을 구성하고 있다. TF는 롯데슈퍼 소속으로 편의점과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노하우를 혼합하려는 전략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리브영 홍대점 직원 A씨 는 “롯데드러그스토어가 홍대에 오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롯데시네마(홍대입구점) 옆 건물이 바로 그곳”이라고 설명했다.
[일요서울]이 실제로 ‘H&B’1호점으로 알려진 홍대점 탐방 결과 1층에 빈 점포 하나를 찾을 수 있었다. 이 건물은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점 바로 옆에 위치한 건물로 현재 1층은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는 ‘어바웃미’ 매장이 오픈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바웃미 매장 바로 옆 점포는 아직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은 빈 공간으로 업계의 추측이 맞다면 롯데가 입점할 가능성이 다분히 높은 곳이다.
농심 메가마트는 이미 2010년 부산에 드러그스토어 ‘판도라’를 선보였다. 현재까지 부산·경남 지역에만 총 7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최근 들어서는 지난 20일 홍대에 새 점포를 오픈하면서 본격적인 수도권 진출에 나섰다. 의약품만 판매하는 올리브영과 달리 신세계 드러그스토어 ‘분스’처럼 매장 내에 전문 약사가 상주해 병원에서 처방받은 의약품도 구입할 수 있다. 게다가 매장 옆엔 조그마한 카페를 구성, 커피도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다른 드러그스토어와는 차별화를 뒀다.
이처럼 홍대 주변 일대에 3개의 대기업 드러그스토어가 잇따라 입점하면서 소규모 약국의 적잖은 피해가 예상된다. 현재 약국 수입은 병원에서 처방한 약 외에도 건강식품, 의료기기 등 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품목으로 수입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의 드러그스토어가 이를 대신하면서 이들의 수입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됐다.
판도라 뒤편에 위치한 A약국의 약사는 “올리브영의 경우 약을 처방하는 게 아니라 화장품을 팔기 때문에 사실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며 “하지만 판도라는 매장 내에 약국까지 상주해 있다고 하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우리 같이 작은 약국에 누가 오기나 하겠냐. 벌써부터 걱정이다”고 말했다.
B약국의 약사 역시 “우리 같은 경우 지하에 위치해 있어 손님이 오기 불편한데, 대기업의 드러그스토어의 경우 목 좋은 데 있어 전부 그쪽으로 가지 않겠냐”면서 속상함을 드러냈다.
약국뿐만 아니라 이들이 취급하는 품목을 단품으로 취급하는 소상인들 역시 거대자본을 내세운 대기업 진출로 두려움에 떨고 있다.
주변의 한 소상인은 “홍대의 경우 목이 좋아 대기업이 욕심내는 곳인 만큼, 주변 상인들이 당해낼 재간이 없다”며 “나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 했다.
하지만 롯데 측은 드러그스토어와 관련해 정확히 정해진 것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롯데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올리브영 같은 업체에 진출하는 방안에 대해서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현재까지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반면 농심 메가마트 관계자는 “올해 안으로 수도권만이 아닌 전국적으로 10개 정도 더 오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잇따라 드러그스토어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2008년 1100억 원 규모에 그쳤던 드러그스토어 시장은 2009년 1500억 원대, 2010년 2000억 원대, 2011년 3300억 원대로 급성장했다. 지난해엔 전년대비 2배 성장한 6000억 원가량 성장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게다가 내용면에선 편의점이나 SSM과 다를 바가 없음에도 유통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종합소매업에 포함되지 않아 규제 또한 없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앞으로 대기업 진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이 불황으로 새로운 성장산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드러그스토어의 경우 이미 포화상태인 화장품 시장이나 대형마트, 백화점과 비교해 아직 시작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며 “그만큼 성장 가능성도 크고, 20~30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유통업체들이 눈독 들이고 있는 사업 중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현재 CJ올리브영은 270개, 코오롱 더블유스토어는 100개, GS왓슨스는 70개 정도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soojina6027@ilyoseoul.co.kr
박수진 기자 soojina602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