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김성욱 사무총장, “사법부는 미국눈치 그만 보고, 주권행사 제대로 해야”
[특별 인터뷰]김성욱 사무총장, “사법부는 미국눈치 그만 보고, 주권행사 제대로 해야”
  • 서원호 기자
  • 입력 2013-02-25 14:02
  • 승인 2013.02.25 14:02
  • 호수 982
  • 6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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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대미 고엽제 피해소송, 대법원 8년째 방치 내막

주권국가 대한민국 슬픈 자화상 … 사법부, 소송 15년째 방치

▲ 김성욱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사무총장 <사진 = 조준호 기자>
[일요서울 Ⅰ 서원호 기획취재국장] “대미 고엽제 피해배상 소송은 ‘대한민국이 주권국가로 바로 섰느냐’를 보여주는 시금석인 동시에 ‘미국은 우방국가인 한국인들의 인간다운 삶에 진심어린 관심을 갖고 있느냐’를 평가할 수 있는 잣대입니다”

이는 김성욱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사무총장의 말이다. 김 총장의 이 같은 입장은 대한민국 영토 안에서 대한민국 법원이 대한민국 법에 따라 진행하는 고엽제 피해배상 소송을 15년이 되도록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보지 않아도 될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의심 때문이다.

김 총장에 따르면 ‘고엽제 피해 배상 소송’은 미국정부를 당사자로 한 것이 아닌, 다만 미국 내 기업을 당사자로 했을 뿐이다. 그리고 이 같은 소송이 처음도 아니다.

미국은 지난 1988년 미 연방법원의 강제조정을 통해 ‘다우케미칼 등 고엽제 제조사들로 하여금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참전 군인들에게 2억8000만 달러를 배상’토록 한 바 있다. 배상 전례가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유독 한국 참전 군인들에 대해서만 배상에서 제외한 이유가 뭐냐’는 항변이다. 동시에 ‘대한민국 법에 따른 판단마저 하세월로 미뤄지며 더 이상 방치돼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이다.

그렇다보니 김 총장은 “사법부는 미국 눈치 그만보고, 대한민국 법에 따른 판결을 통해 우리나라가 주권국가임을 보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요서울]은 월남 참전 49주년을 맞아 지난 14일 서울 후암동에 위치한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를 찾아 김성욱 사무총장을 인터뷰했다. 김 총장은 월남전에 1967년 12월 9일부터 1969년 4월 30일까지 참전했으며, 그 후 신경마비와 허혈성심장질환, 당뇨병, 고지혈증 등 ‘고엽제 후유증’과 사투를 벌이면서도 ‘고엽제 환자들의 권익보호 활동’에 헌신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 올해는 월남참전 49주년입니다. 월남참전의 의미는 무엇이라 보십니까.
▲ 월남참전(1964,7.18~1973.3.23)은 국가의 명령에 따라 세계 자유수호와 대한민국의 산업화란 국가적 대의를 위해 이뤄졌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월남 파병은 우리나라 근대화의 성장 발판이 됐던 중요한 역사적 대업이었다는데에 우리 참전 용사들은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시 미국이 살포한 고엽제로 인해 철군 41년째를 맞이하는 지금까지 월남 참전 군인들은 고엽제로 인한 참혹한 후유증으로 제2의 전쟁을 치르고 있건만, 미국은 물론이고 대한민국마저 국가보훈처에 등록된 14만3000명에 이르는 ‘고엽제 피해 군인들’에 대한 배상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이는 주권국가인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이자 뼈아픈 멍에라 아니할 수 없게 됐습니다.

- 대한민국이 해결할 문제란 의미로 해석됩니다.
▲ 고엽제 문제의 본질은 국가의 명령에 따라 월남전에 참전한 결과로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고엽제 환자들 개인이 짊어질 문제가 아니란 말이죠.

대한민국 경제개발에 주춧돌을 놓았고, 국가의 명령에 따라 자유와 안보를 위해 전쟁터를 누볐습니다. 참전 후 돌아와서 고엽제로 희생당한 몸으로 많은 어려움을 평생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상훈법에는 국가를 위해 일정기간 이상 공무원으로 재직하다 퇴직한 직업군인, 교육 및 행정 공무원들에게 훈장을 수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4.19 혁명 참가자들에게도 훈장을 수여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유 수호와 안보를 위해 월남 참전한 우리들도 엄연한 국가유공자인 전상자로서 상이기장과 국가안보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여 보국훈포장 대상자가 돼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만 아직 그렇게 하지 않고 있습니다.

엊그제 신문 보니까 퇴임하는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무궁화대훈장’을 1억 원들여 자기네끼리 걸었다고 하는데, 기가 막혔습니다. 정말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내팽개친다면 누가 국가를 위해 충성을 다 바칠 것입니까. 

- ‘대미 고엽제 피해배상 소송’이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까.
▲ 고엽제 환자들은 ‘젊은 청춘을 조국에 바쳤는데, 지금은 내 삶의 눈물마저 메말랐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 것입니다.

1970년대 미국에서는 고엽제 유해논쟁이 뜨거웠지만, 한국은 너무 조용했습니다. 1992년이 되기까지 피부병부터 암, 호흡기 질환부터 전신마비 증세까지 병을 앓으면서도 정확한 발병원인을 몰라 누구에게 하소연하거나 항의 한번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뭐 ‘국제매독’ 등 고약한 성병에 걸린 것으로 매도되기 일쑤였고, ‘베트남 풍토병에 걸렸다’가 그나마 동정어린 표현이었습니다.

이 같은 인고의 세월을 지내다 우리들은 힘을 모아 1999년 고엽제 생산회사 다우캐미칼, 몬산토 컴퍼니를 비롯한 8개사를 상대로 서울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그 결과 여러 차례 우여곡절 끝에 2006년 1월 26일 항소심 최종 결심을 통해 총 1만6801명 중 6795명이 일부승소 판결을 이끌어냈습니다.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는 판결이었지만, 고엽제 피해 전우 개인별로 600만 원부터 최대 4600만 원까지 등급에 따른 피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고엽제전우회는 이에 불복해 고엽제 피해 전우 한사람도 빠짐없이 모두가 다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고엽제와 고엽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은 채증법칙을 위반했다’는 것과 ‘배상 위자료 액수가 너무 작다’는 이유였습니다. 대법원은 고엽제전우회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2006년 3월 14일 대법원 민사3부에 사건을 배정했습니다.

세월은 훌쩍 흘러 올해로 8년째를 맞이하고 있건만, 대법원 민사3부는 변론개시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본안 소송 개시로부터 15년이 되도록 결론을 보지 못하고 있는 거죠. 소송에 참여한 우리 고엽제 환자들이 얼마나 많이 유명을 달리했는데… 우리 고엽제 피해 전우들이 다 죽어 사라진 다음 판결할 것인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 김성욱 고엽제전우회 사무총장이 2000년 6월 ‘제1차 대미 호소단’ 활동차 미국을 방문해 UN사무총장에게 호소문을 전당하고 UN NGO담당 J.C-Braatt국장과 기념촬영했다. 왼쪽부터 정광춘 대구지부장, 엄운섭 이사, J.C-Braatt국장, 김성욱 사무총장, 피터 성 미국지부장 <사진제공=고엽제전우회>

- 대법원 상고가 8년째 변론 한번 없이 방치되고 있다는 말씀인가요.
▲ 대법원 민사3부 김영란 대법관에 사건 배당이 돼서 사실 기대를 좀 했습니다. 김영란 대법관이 진보적이란 평가가 있고 해서 제대로 된 판결이 나올 수도 있겠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웬걸, 김영란 대법관은 사건을 배정받고 퇴임하기까지 5년간 한 번도 재판서류를 들춰보지 않았습니다. 말로만 진보였던 것이죠. 자국민 보호도 못하는 판사가 무슨 진보적 판사라 할 수 있습니까. 한번이라도 재판연구관들과 토론이라도 했다면 이렇게까지 서운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말하자면 인기영합주의로 장애인 관련 사건들은 판결하고, 대한민국의 초석을 놓는데 기여한 우리들은 천대시하고 퇴임했습니다.

- 기대했던 김영란 대법관이 사건을 방치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 주권국가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이죠.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고 우리 사법부가 독립적인 판단을 못하는 것이죠. 그러니 우리들은 ‘대한민국 주권이 어디로 간 것인가’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도 엄연히 선진국 클럽인 OECD(경제개발협력기구)의 회원국가니까 우리의 주권 참전군인들의 주권도 찾아달라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법에 따라 판결해 달라는 것이죠. 그런데 그걸 못하고 있으니, 정말 안타까운 일 아닙니까.

고엽제 피해배상 소송이 미국의 고엽제 제조회사를 당사자로 한 것이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미국의 제조회사가 피해배상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보험회사가 해주는 겁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가로막느냐 하는 것입니다. 월남 전쟁 동안 미국 군인 다음으로 제일 많이 참전한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32만 명이 참전해 혈맹으로 피를 흘렸습니다. 미국이 자국의 이익만 취하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가 월남에서 흘린 피를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 미국이 소송에 개입하고 있다는 말씀인가요.
▲ 확실한 물증을 없습니다만 대법원 상고와 관련, 미국 정부쪽에서 우리 외무부에 소송을 중단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비쳤다고 합니다. 그러자 우리 국방부, 외무부, 법무부, 보훈처 이렇게 4개 부처에서 긴급하게 회동을 가졌다고 하는데, 그 여파로 김영란 대법관이 만져보지 않고 2010년 8월 나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난 1월 24일 ‘대미 고엽제 피해배상 소송’ 관련으로 주한미대사관에 미국대사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회신이 아직 없습니다. 24일이면 한 달인데, 그때도 회신이 없으면 2차 문서를 보내고, 3차까지도 답변이 없으면 다음 단계의 대응책을 마련할 것입니다. 고엽제 소송에서 미국의 태도는 한미우방의 내용을 질적으로 향상시키고,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앞세우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요.
▲ 우리나라가 미국에서 제대로 배워야 할 것이죠. 미국은 국민 한 사람에 대해서도 국가가 책임지는 태도를 분명히 보여줘 왔습니다. 그런 힘이 다민족 국가인 미국을 하나의 미국으로 세계를 다스리는 경찰국가의 역할까지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대한민국이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자 하면 미국이 자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에서 배워야 한다는 말입니다.

대한민국 사법부가 자국민을 보호하는 대한민국 법에 따라 판결하면 되지 무엇 때문에 미국의 눈치를 보고, 우리의 주권대로 사법판단을 못하느냐 이겁니다. 이런 점에서 사법부는 ‘대한민국 주권이 바로 섰다’하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달라고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고엽제 제조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이지만, 고엽제 제조회사들이 보험에 가입했고, 보험회사는 재보험에 가입해 있어 최종적으로 배상단계에 이르면 미국의 회사와 관련도 없습니다.

- 대미 고엽제 배상촉구 ‘방미 호소단’활동을 여러 차례 벌였는데요.
▲ 미국은 지난 1988년 미 연방법원의 강제조정을 통해 ‘다우케미칼 등 고엽제 제조사들로 하여금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참전 군인들에게 2억8000만 달러를 배상’토록 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한국 참전군인들은 고엽제 후유증을 앓으면서도 그 원인을 몰라 소송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그로 인해 한국 참전군인만 미국의 피해 배상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말하자면 미국은 한국인만 피해배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2000년 6월, 2003년 7월, 2006년 8월, 2010년 10월 등 총 4차례에 걸쳐 미국을 방문해 UN본부 및 백악관 앞에서 ‘방미 호소단’ 활동을 했습니다. 회원들이 미국 백악관과 UN본부 앞에서 침묵시위를 전개한 것은 미국을 방문한 전 세계관광객들과 미국시민 학생들에게 고엽제와 화학전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을 시작으로 고엽제 소송이 원활하게 진행되어 국제적으로 좋은 사례로 남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국제적인 관심과 지원, 대한민국 사법부의 올바른 판결, 미국의 외압 타파 등이 주요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국내의 관심은 터무니없이 적은 것이 현실정입니다.

특히 지난 2006년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했음에도 지금까지 단 한번의 변론기일도 주어지지 않은 것이 잘 말해 주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 역시 고엽제 환자들의 피해배상에 소극적이라는 오명을 벗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제 우리 정부도 미국 제조회사로부터 합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한다고 생각합니다.

- 베트남고엽제협회(VAVA)를 통해 민간외교도 활발히 벌이시고 계신데요.
▲ 고엽제 문제로 미국과 소송을 하다보니까 2003년부터 베트남의 고엽제 피해자들이 저희와 우호협력으로 투쟁을 같이 하면 좋겠다고 해서 2004년도에 자매결연을 통해 협력관계를 정식으로 맺게 됐습니다. 대미 고엽제 소송에 대해 협의를 하고 있지만, 우리와 베트남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베트남은 미국과 전쟁 당사국이고, 우리는 미국의 우방국으로 참전했던 나라라는 것이죠. 제가 알기로는 미연방 헌법에 미국과의 전쟁으로 인해 입은 피해는 어떠한 경우에도 청구할 수도 보상할 수도 없다는 조문이 명시돼 있다고 합니다.

- 그렇다면 대한민국 법원이 원하는 방향으로 판결했다고 해도 후속 처리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 그렇죠. 한국 법원이 저희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한다고 해도 난관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사법부가 만일 피해배상으로 얼마를 하라고 판결했다고 해서 그 판결문을 가지고 어디 가서 배상금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대법원이 판결을 한다고 해서 집행할 곳이 없습니다. 미 연방법원에서 집행결정문을 발급해 줘야 하는데, 그렇게 해줄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절대 안 해 준다고 봅니다. 우리 사법부도 이걸 다 알고 있으면서 판결 못하는 이유가 뭐냐는 겁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 사법부의 판결이 ‘고엽제 환자’들은 월남전에 참전함으로서 비롯됐다고 하는 명예회복의 성격을 갖기 때문입니다.

또, 미국은 집단소송제가 받아들여지는 나라기 때문에 혼자 소송을 해도 동일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다 같이 소송에 참여한 것으로 인정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아니잖습니까.

1차 소송 1만6801명에 이어 2차, 3차 계속 가야된단 말이죠. 하지만 대법원이 판결을 내려 주면 2차, 3차 가야할 사람들을 가름할 수 있습니다.

대담·정리=서원호 기획취재국장
사진=조준호 기자

서원호 기자 os054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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