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Ⅰ 서원호 기획취재국장]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 25일 대통령에 취임하는 박근혜 제18대 대통령 취임식 슬로건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앞서 21일 발표한 ‘국정 청사진’을 통해 ‘국민대통합-행복한 국민-행복한 한반도-신뢰받는 모범국가-희망의 새시대’로 ‘박근혜 정부의 시대적 소명’을 구체화시킨바 있다. 말하자면 국민행복시대를 만들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로부터 희망의 새 시대를 국정의 최고 가치로 삼겠다는 뜻이다. ‘박근혜 정부의 슬로건’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슬로건은 국가 등 특정 공동체의 비전이나 목표와 전략 등을 짧은 문장의 메시지로 표현이다. 특히 새 정부의 경우 시대정신과 국정의 철학이나 지표가 새겨져야 하는데,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의 슬로건은 이를 잘 반영했다는 여론이다.
‘행복한 희망의 새 시대’ 닻 올렸다
슬로건 속의 메시지는 단계적으로 상위 메시지부터 하위 메시지까지 설정할 수 있다. 국가나 정부의 경우 상위메시지는 국정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이고 중간메시지는 상위메시지를 보완하면서도 좀 더 구체화한 것이고 하위메시지는 중간메시지를 보다 세분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취임식 웹포스터를 보면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를 상위 메시지로, 소외계층 정책, 청년취업, 국민안전, 행복한 경제시스템, 국민대통합, 국민행복시대 등 일곱가지를 담고 있다.
김재열 정치마케팅 컨설턴트(IMI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줄곧 시대정신인 ‘국민대통합’과 ‘국민행복시대’ 등을 강조한 바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슬로건은 이 같은 국정철학이 잘 반영되어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슬로건의 이러한 상위, 중간, 하위메시지는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며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 한 다른 메시지로 대체해서는 안 된다”며 “일관성 없는 메시지는 국민에게 산만한 느낌을 주고 설득력을 약화시키기 때문”라고 설명했다.
특히 인수위가 밝힌 “우리나라는 건국 이래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며 선진국 문턱에 진입했으나 각 분야에서 많은 도전에 직면했다”는 시대인식을 기반으로 ‘국민대통합의 국민소통을 통해 ‘국민이 행복한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국정운영의 방향성 제시는 국민여론을 하나로 모아 국민의 힘을 결집하는 효과를 갖는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이로부터 “메시지의 일관된 반복을 통해 국민은 대통령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며 “박 대통령 취임식의 슬로건이 국민의 공감을 널리 얻기 위해선 정부 출범 후에도 지속적이면서 반복적인 소구(訴求)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슬로건은 일관되게 반복해야 효과”
물론 국민 개개인 입장에서는 슬로건에서 전달하려는 뜻과 사용되는 어휘나 표현기법 등에서 반론을 펼 수도 있다. 홍익대학교에 재학 중인 대학생 김소리(22세)양은 “‘희망의 새 시대’라는 말이 낡은 정치를 버리고 기득권을 내려놓는 새 정치를 말하는 것인지, 북한의 핵 위협이 더 이상 없는 그런 나라를 말 하는 것인지, 팍팍한 삶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경제를 말하는 것인지 다소 추상적이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심리학 이론 가운데 ‘단순노출 효과(mere exposure effect)’를 적절히 활용하면 이 같은 반론을 상당히 잠재울 수 있다는 논리다. 어떤 사람이나 대상을 보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그에 대한 호감도 높아질 수 있다. 예컨대 새로 출시된 제품의 디자인이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지더라도 자꾸 보게 되면 괜찮아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전문가들은 대통령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이 단순노출 효과는 적용된다고 말한다.
<뉴욕타임즈>는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에 처음으로 당선되었던 2009년 취임 초기 ‘뉴 파운데이션’(New Foundation, 새로운 토대)란 용어를 부쩍 많이 쓰며 자신의 슬로건으로 굳힌 바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의료계 인사들과 만남에서 대학의 졸업식이나 소비자들과의 만남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연이어 이 용어를 쓴 바 있다.
<뉴욕 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첫 임기를 시작하며 말한 ‘새로운 토대’라는 뜻은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뉴딜’과 존 케네디의 ‘뉴프런티어’와 같은 맥락의 슬로건이라 했다. 그리고 대통령이 하려는 것과 당시 대중들이 열망한 것을 압축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이러한 슬로건들은 성공할 수 있었다는 전문가의 평가가 있다고 부연했다.
첫 출범하는 새 정부와 대통령의 슬로건은 계속 반복 강조되는 가운데 국정철학이나 비전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과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잘 살아 보세” 대표적
역대 정부의 슬로건 중 국민적 공감을 가장 크게 얻으며 이를 국정의 큰 성과로 이어지게 한 사례로는 박 당선인의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잘 살아 보세”일 것이다.
당시 ‘하면 된다’는 새마을운동을 뒷받침하는 중간 메시지로는 ‘자주·자립·자조’였다. 그리고 이러한 정신을 국민 누구나 스스로 행동으로 실천하게 한 것은 하위 메시지로 제시된 ‘근면, 근검절약, 저축’ 등의 메시지였다. 국정의 최고 가치와 이를 뒷받침하는 정신 그리고 구체적 실천까지 당시 국가와 정부 그리고 국민이 지향해야 할 가치를 ‘슬로건’으로 삼아 삼위일체에 의한 산업화의 동력으로 승화시켰다.
박 대통령 취임식 슬로건인 “희망의 새 시대를 열어가겠습니다”도 어찌 보면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그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전문가들은 국가 공동체 등의 조직의 변화를 일으키려면 역량(Competency),의지(Commitment),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의 3C가 필요하다고 한다. 역량과 의지만큼이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없이는 역량과 의지가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미칠 수 없다.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이 설득이 아니라 ‘공감’이기 때문이다. 공감하지 못하면 커뮤니케이션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공감한다는 것은 같은 꿈을 갖고 같은 결과를 바라고 위기도 함께 나누는, 즉 기쁨과 두려움을 동시에 나눌 수 있는 이른바 정서적으로 통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의 성공한 대통령들이 국민을 향해 내거는 슬로건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송경숙 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부총장은 “23일 서울을 출발해 경주 토함산에 올라 박 대통령의 성공을 기도할 것”이라며 “국민들은 대통령을 믿고, 대통령은 국민을 의지해 ‘희망의 새 시대’를 함께 열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 사무부총장은 이어 “박 대통령은 국민을 보호할 책임이 자기에게 있다고 생각하며 열 자식을 품에 안는 자애로운 어머니 같은 ‘아우름의 정치’로 자기 인생 전부를 투자해서 열정을 다 쏟아 부을 분”이라며 “국민들이 대통령에 당선시켜 준 것처럼 따뜻함과 용기를 박 대통령에게 몰아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원호 기획취재국장> os@llyoseoul.co.kr
서원호 기자 os054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