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대 기업 총수 평균 20여억 원·등기임원 10여억 원
배당금이 더 두둑해 빈부격차 논란…노사갈등 단초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재벌 총수를 비롯한 기업 등기임원들의 연봉은 얼마나 될까.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었던 기업 임원의 연봉을 밝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참여 정부시절 재계의 반발로 수면아래로 내려갔던 총수들의 연봉공개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또 다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여전히 재계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법안 통과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성역이었던 총수들의 연봉 판도라가 열릴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미 일본과 유럽에선 재계 총수의 연봉이 공개되고 있는터라 우리나라 총수들의 연봉 공개가 불가피할 것이란게 정가의 중론이기도 하다.
이건희 회장은 2010년 경영 복귀 이후 삼성 계열사에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연봉을 한 푼도 받지 않고 있다. 마찬가지로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얼마를 받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해당기업에서는 ‘극비 사항'이라며 공개하지 않는다.
모 신문이 최근 금융감독원 공시자료를 통해 추정한 것을 보면 지난해 1~3분기 중 정몽구 회장이 42억 원의 보수를 받아 10대 그룹 총수 중 1위에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허창수 GS회장(24억 원), 최태원 SK회장(21억 원), 구본무 LG회장(21억 원), 김승연 한화 회장(18억 원)이 뒤를 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무담당자는 “회장에게 연봉은 의미가 없다. 오히려 연봉보다 배당금이 더 많은 총수들이 많다"며 “계열사별로 배당금을 책정하면 그 금액은 수 천 억 원대에 이른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재벌닷컴이 공개한 대기업 총수들의 배당금 현황을 보면 이 같은 추론에 힘이 실린다. 연봉 한 푼 받지 않는다는 이건희 회장이 지난해 배당금으로 챙긴 액수만도 1340억 원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결산 법인인 삼성생명의 배당금을 합쳐 역대 최고액의 상장사 배당금을 받았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 또한 올해 배당금이 456억3000만 원으로 지난해 399억4000만 원보다 14.2% 급증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에서 199억4000만 원, 현대모비스에서 118억6000만 원, 현대글로비스에서 64억8000만 원, 현대제철에서 53억4000만 원, 현대하이스코에서 20억 원 등의 배당금을 각각 지급받을 예정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지난해보다 2%가량 늘어난 191억 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 C&C의 주식 매각으로 인해 전년보다 14.6%가 줄어든 190억6000만 원,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3.5% 늘어난 120억5000만 원의 배당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계열사 실적악화로 배당금이 전년보다 25%가 감소한 76억4000만 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와 같은 63억9000만 원,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은 중간배당을 합쳐 전년보다 20% 증가한 18억4000만 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대주주로 있는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66%나 급감해 배당금도 지난해 38억1000만 원에서 올해 3억3000만 원으로 줄어 들 것으로 보인다.
총수 못지 않게 등기임원의 연봉도 상당하다.
삼성그룹(17개 상장사) 등기임원(52명)의 평균 연봉이 21억4000만 원으로 알려진다. 한화그룹(평균 14억5000만 원), 현대그룹(평균 13억8000만 원), SK그룹(평균 11억9000만 원)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최지성 부회장(현 미래전략실장), 이윤우 전 부회장(상임고문), 윤주화 사장 3명이 지난해 연봉으로 109억 원씩을 가져갔다. 이는 2007년 삼성전자 등기임원 평균 연봉 133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그 뒤를 이어 삼성생명이 48억5000만 원으로 2위를 기록했다. 삼성화재는 39억5000만 원으로 4위를, 삼성SDI는 35억4000만 원으로 5위에 올랐다. 상위 5개 회사 중 무려 4개 회사가 삼성그룹의 계열사인 것. 3위는 46억5000만 원으로 SK이노베이션이 차지했다.
이외에도 금호그룹(3억5000만원), 동부그룹(3억4000만 원), 대림그룹(2억8000만 원), KCC그룹(4억1000만 원), 한진중공업그룹(3억3000만 원), 동양그룹(3억5000만원), 현대산업그룹(4억8000만 원) 등 10곳은 등기이사 평균연봉이 5억 원에 미달했다. 국내 3대 유통재벌인 신세계그룹(3529만 원), 롯데그룹(3716만 원), 현대백화점그룹(3795만 원)등이다.
연봉 판도라의 상자 열릴까
한편 상장사 임원들의 연봉공개와 관련해 갑론을박이 여전하다.
재계에선 모든 등기임원의 보수를 공개할 경우 개인의 프라이버시 문제는 물론, 사회적 위화감 조성과 노사갈등의 불씨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기업정책팀장은 “연봉이 공개되고 서열화될 경우 임금 인상요구가 강해질 것이며, 이는 노사갈등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상장사 임원의 연봉만 공개할 경우 비상장사 임원들의 연봉이나 다른 직종에 종사하는 전문직과 형평성 문제 등도 제기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경제개혁연대 등 일부에서는 임원보수의 결정권한을 통한 지배주주의 이사회 장악 위험을 차단하고, 기업의 성과와 연동하는 결정을 해야 한다며 공개를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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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