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권 싸움에서 비리폭로 전쟁으로
규탄시위 對 보복·협박·회유책 전면전
남양유업(대표 김웅) 내부가 시끄럽다. 본사와 대리점간 밀어넣기 영업 갈등이 비리 폭로에서 명예훼손 싸움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달 초 일부 매체는 남양유업 밀어넣기 영업 방식과 금품요구에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대리점주의 입장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강압적인 본사 압력에 대리점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이 보도가 나간 직후 남양유업 측은 각종 의혹에 해명을 하는 동시에 각종 포털사이트 게시물 삭제를 요청하기에 바빴다. 더불어 대리점주들의 모든 주장은 조작된 것이라며 허위사실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감행했다. 하지만 고소를 당한 대리점주들 역시 본사가 거짓 해명을 하고 있다며 명예훼손 및 금품수수 명목으로 맞고소할 뜻을 밝혔다. 이처럼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자 일각에서는 이들의 갈등은 모두가 죽어야 끝나는 치킨게임(chicken game)이 될 것이라는 악의적인 평가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번 싸움은 양측이 대립과정에서 밝힌 주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자료들이 판이하게 대립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20일 [일요서울]과 만난 이창섭 남양유업 피해자협의회 회장은 “남양유업은 확실한 증거자료들을 모두 거짓으로 몰고 있다”며 “본사 영업사원 목소리가 담긴 보도마저 조작된 것이라고 말한다”고 밝혔다. 본사의 고소에 대한 향후 방침으로는 “우리 역시 명예회손 및 금품수수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라며 “허위 사실유포는 본사 쪽에서 하고 있다. 황당무계한 해명과 낭설로 모두를 속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수금 탕감에 실패한 대리점들이 모여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는 본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이어 “미수금 자체가 밀어넣기로 생겨난 부분인데 본사가 스스로의 잘못부터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 소리 한마디가 전부 허위사실이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사과는 커녕 피해자 대리점에 대한 보복·협박과 함께 돈을 미끼로 회유책을 쓰고 있다”면서 “정상적인 집단이라면 하지 말아야 할 행동만 일삼고 있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그는 남양유업이 “경찰 조사 중이기 때문에 증거자료 공개는 어렵다”면서 포털사이트 게시물 게시 중단 요청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아직도 대리점에 밀어넣기로 인한 강매제품이 쌓여있고 떡값명목으로 뜯어간 내역이 뻔히 있는데 무슨 증거를 내세우는지 모르겠다”며 “모든 상황에 대한 판단은 소비자의 몫이라고 생각 한다”고 이 회장은 전했다.
평행선을 달리기만 하는 싸움의 끝을 묻는 질문에도 “이 싸움이 몇 년 걸릴지는 모른다. 사측과 피해자측 모두가 죽어서 끝이 나도 좋다”며 “우리는 단지 상식적인 상황을 되찾기만 바란다”고 뜻을 확고히 했다.
“니들은 떠들어라, 나는 내 길 간다”
피해자협의회의 강력한 반발에도 남양유업은 피해자협의회를 제외한 다른 상황에만 신경 쓰어 화를 더 키우고 있다는 비난도 있다.
피해자협의회는 “본사는 당연히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껏 해봐야 벌금 조금 내면 되는데 본사가 아쉬울 게 뭐가 있느냐”고 반응했다. 더불어 “본사는 어차피 반발하는 대리점은 계약해지하고 또 다른 계약을 맺어서 밀어넣기하면 된다고 생각 한다”며 “점주들 모두 대리점이 생업이고 가족들이 있는데 누구도 쉽게 나설 수 없다”고 토로했다.
남양유업이 논란을 대처하는 또 다른 방법인 포털사이트 게시판 장악 움직임에 대해서도 “거대한 자본이 있는 회사가 개개인을 상대로 법적 소송 이야기를 흘리는데 누가 반발할 수 있겠냐”고 설명했다.
이를 바라보는 한 동종업계 종사자는 “남양유업의 이 같은 행동이 협의회가 본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한 것에 대한 보복성 조치다”라며 “결국 계약해지를 하려는 사전 조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남양유업은 지금 당장만 넘기면 아무 문제 없이 운영될 수 있다”며 “본사는 사실 커다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생각조자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남양유업 피해자협의회 역시 “우리는 어차피 계약해지용이다”라며 “시위대 앞을 지나가는 남양유업 사원 중 누구 한 명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남양유업은 피해자협의회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고 피해자협의회 주축을 이루고 있는 대표와 총무, 간사 등 3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사실 아니다 법적대응 ‘시사’
또 이창섭 피해자협의회 회장이 유지하고 있던 대리점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상태다. 남양유업의 주장은 피해자협의회가 지난달 28일부터 서울 중구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일 때 사용한 피켓과 전단내용 등에 담긴 △물품 밀어내기 △떡값 요구 △불법 리베이트 등 문구가 허위라는 것이다. 피해자협의회 소속 대리점 계약해지 역시 서로의 이익을 고려한 정상적인 절차라고 밝혔다.
이후 남양유업을 향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움직임까지 포착되고 있지만 남양유업은 여전히 배째라식 대응을 보여 ‘대기업 횡포’의 굴레에서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피해자협의회가 맞고소라는 카드만을 남겨놓고 있는 가운데 과연 남양유업이 또 다른 카드를 내보일 것인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