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진이상·연료누출 등 개선 기대에도 승객들 ‘불안’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대한항공이 새 비행기 도입을 두고 승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꿈의 여객기로 불리던 보잉사의 보잉 787 드림라이너 때문이다. 이 항공기는 지난달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 연속된 사고로 인해 운항이 전면 중단된 바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이 보잉 787기의 후속 라인을 향후 새 항공기로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전일본공수(ANA) 소속 보잉 787기가 비상착륙한 원인을 조사한 결과, 과열된 주배터리와 보조 전원장치가 부정확하게 연결돼 있는 등 리튬이온 배터리의 배선이 부실했던 것이라고 지난 20일(현지시간) 밝혔다.
앞서 일본항공(JAL) 소속 보잉 787기는 지난달 7일 미국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에서 승객 없이 정비하던 중 화재가 발생하는 사고에 휩싸였다. ANA 소속 보잉 787기는 같은 달 16일 일본 도쿄에서 승객을 태우고 비행하던 도중 기체에서 연기가 발생해 비상착륙했다. 당시 이 화재들은 모두 리튬이온 배터리 문제로 인해 일어난 것으로 추측됐다.
보잉 787기, 연속된 배터리 과열 사고
지난달 미국 연방항공국(FAA)의 조사 결과 역시 사고 원인은 모두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가연성 전해질이 흘러 배터리가 과열돼 연기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보잉 787기가 알루미늄보다 부식이 덜한 경량 복합 소재로 제작됐음에도 전해질의 누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 중이다.
전해질은 부식성이 강해 누출되면 전기배선과 구성품에 손상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화재, 단전, 전기신호 방해 등 여객기 통제불능의 원인이 된다. 게다가 보잉 787기는 운항에 있어 다른 항공기들이 유압이나 기계 시스템에 의존하는 것과 달리 전자장치 작동에 의존하는 비율이 훨씬 높다.
이로 인해 JAL과 ANA가 보유한 보잉 787기 운항을 전부 중단한 것은 물론 FAA도 배터리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미국 내 보잉 787기 운항 중단 결정을 내렸고, 유럽항공안전기구역시 유럽의 모든 항공사에 보잉 787기의 운항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FAA가 특정 기종에 대해 전면 운항 중단을 명령한 것은 1979년 이후 34년 만이다.
보잉사, 이미 알고 있었다… 대한항공은?
게다가 보잉사가 배터리 과열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정황도 나왔다. ANA는 보유한 보잉 787기가 배터리 충전 이상 등의 문제를 일으켜 10여 차례 배터리를 교체했다고 밝혔다. JAL 역시 자사가 보유한 보잉 787기의 배터리를 상당수 교체했다고 밝힌 바 있다. ANA와 JAL 관계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이미 보잉사에 통보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해외 항공사들의 입장과 달리 대한항공은 보잉사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사고 이후에도 대한항공이 보잉 787-9 항공기 10대를 도입해 2016년부터 운항하기로 결정한 것이 그 증거다. 787-9기는 연속 사고가 난 787-8기의 후속 모델이다.
문제는 보잉사가 787-8기의 결함을 후속 모델에서 완벽하게 보완해 공급할 수 있을지의 여부다. 보잉 787기의 결함은 배터리 과열뿐 아니라 엔진 이상, 연료 누출 등 여러 가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파트너십에 밀린 승객 안전 구설수
한편 보잉사는 FAA의 보잉 787기 운항 일시 중단 명령에 성명을 내 “보잉 787의 안전을 확신한다”고 반박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서도 대한항공의 보잉사 사랑이 눈총을 받고 있다.
당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CNN 인터뷰를 통해 “그래도 보잉을 믿는다”고 밝혔다. 여기에 감동을 받은 짐 맥너니 보잉 회장이 직접 이메일을 보내 감사를 표시했다는 후문이 나돌 정도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787-9기는 사고가 났던 787-8기의 문제를 개선한 기종이 될 것”이라며 “때문에 계획대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