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국 전 문경시장 자서전 19
신현국 전 문경시장 자서전 19
  • 신현국
  • 입력 2013-02-25 09:22
  • 승인 2013.02.25 09:22
  • 호수 982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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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 : 우리 문경시는 절반이 농업입니다. 주산업이 농업이며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농업이 살아야 문경이 산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입니다. 농번기 때는 중앙시장이 한가합니다. 흥덕시장에 손님이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농사가 잘 되어야 점촌시내 상권이 삽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는 농민시장이 되겠다고 선언했고 시정 목표 중 하나의 축을 일등 농촌으로 잡았지요. 농업직 사무관이 한명도 없던 것을 3명이나 진급시켰습니다. 친환경 농업과도 신설했습니다. 전국 최초로 상토(上土)를 시 예산으로 무상지원을 실시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처음 시장이 되어 문경농업을 점검해 보니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문경이 내세울 농업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성주군은 참외 하나로 1년에 3000억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습니다. 횡성군은 한우 하나로 1년에 3000억 원을 벌고 있습니다. 순창군 역시 고추장 하나로 3000억 원을 벌고 있습니다. 상주시는 곶감 한 품목으로 2000억 원 이상을 팔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경은 어떻습니까. 2006년 당시 사과 500억, 쌀 500억, 한우 500억, 오미자 50억…모두 합쳐도 3000억 원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유명하지 못해서입니다. 전략이 부족해서입니다. 
 
이제 농업도 전략이 필요합니다. 농사만 잘 지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가공을 해야 되고 유통을 잘 해야 됩니다.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했습니다. 횡성한우와 문경한우가 사실상 차이가 별로 없습니다. 같은 품종에 똑같은 사료 먹여 사육했는데 결과는 180도 다른 게 현실입니다. 
횡성한우 갈비살 600g 한 근에 12~13만 원 하는데 문경한우는 3~4만 원에 불과합니다. 같은 한우가 시장에서 3배, 4배 비싸게 팔리고 있습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횡성한우는 12~13만 원 하는데도 없어서 못 팔고 우리 문경한우는 낮은 가격에도 열심히 팔아야 했습니다. 
성주 참외 1상자에 15만 원 하고 보통참외 1상자에 5만 원 해도 성주참외 찾습니다. 바로 브랜드 가치 때문입니다. 
 
이제 농업도 경쟁력입니다. 유명해야 됩니다. 차별화되어야 합니다. 1등이어야 합니다. 시장을 지배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감히 문경농업의 혁명을 부르짖었습니다. 1등이어야 함을 부르짖었습니다. 사과도 1등, 한우도 1등, 오미자도 1등을 하자고 부르짖었습니다. 바로 1등 농촌입니다.  
 
2. 문경사과
 
- L팀장 : 5년 만에 문경사과 매출액을 500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끌어 올렸지요.
▲ 신 : 그렇습니다. 문경사과가 저의 1등 농촌건설의 첫 번째 작품입니다. 문경사과를 전국에서 최고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사과대학을 만들어 주경야독했지요. 저도 사과 대학에 함께 입학해서 강의를 듣고 일본기술자를 초빙하여 전지도 함께 했지요. 전지하는 과정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이제 농업도 전문 기술이 있어야 하는 것을 최고가 되어야 함을 프로가 되어야 함을 알았지요. 
전지라 해서 그냥 사과나무 가지를 자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저는 처음에 사과나무는 원래 가지가 옆으로 뻗는 줄 알았습니다. 위로 가는 가지를 잘라주고 옆으로 가는 가지만 살린 것을 몰랐습니다. 게다가 사과나무 가지가지마다 햇빛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전지를 하였지요. 때로는 철사를 가지고 가지의 방향을 조정하였습니다. 건축물을 설계하는 설계기술자처럼 나무를 디자인했습니다. 나무가 광합성을 최대한 하도록 나무를 설계하고 리모델링했습니다. 
 
이제 농업은 1차 산업이고, 가공을 해야 하므로 2차 산업이며, 유통을 해야 하므로 3차 산업이며, 예술적 감각까지 갖추어 농장을 설계하고 디자인해야 하는 4차 산업이기도 하다는 것을 그날 일본인 전문가의 전지하는 모습을 보고 느꼈지요. 
옛날에는 이것저것 하다 안 되면 고향에 가서 농사나 짓겠다고 했는데, 이제 농업도 첨단산업이고 전문산업입니다. 전문성과 기술 없으면 농사지어도 적자입니다. 전문성을 갖고 잘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농사도 잘하면 돈 버는 사업입니다. 문경에도 억대 기업농이 500가구가 넘습니다. 연간 3억 원 이상의 고소득을 올리는 농가도 많이 생겼습니다. 기업농이지요. 네덜란드가 화훼산업으로 1년에 수천억 달러의 외화를 벌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돈 버는 농업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L팀장 : 기초자치단체에서 사과연구소, 사과대학을 운영한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지요.
▲ 신 : 이제 농업도 농사도 알아야 합니다. ‘알아야 면장을 하지요’라는 말은 농업에서도 그렇지요. 전문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지요. 
문경사과가 당도가 높습니다. 보통 품종들도 15브릭스 이상이지요. 감홍 같은 것은 당도가 20브릭스를 넘기도 하지요. 당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질소 비료를 적게 주어야 합니다. 오히려 인산 성분을 높여야 합니다. 그리고 품종선택도 중요하지요.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감홍은 최고의 당도를 자랑하지요. 
재배지역도 중요합니다. 해발고도가 300m이상 되는 산간지역이 당도 높은 사과를 생산할 수 있지요. 그것은 일교차 때문입니다. 식물이 낮에는 광합성 작용을 하지만 저녁에는 호흡을 하므로 저녁에 기온이 높은 지역은 호흡 작용으로 낮에 만든 당을 소모하므로 당도가 떨어지지요. 그래서 고품질 사과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산간지역에 심어야 합니다. 사과연구소, 사과대학을 통하여 농가들에게 끊임없는 교육을 실시하였습니다.
 
3. 문경오미자
 
- L팀장 : 오미자도 시장님 취임 전인 2006년 연간 매출액이 50억 원대에 불과했던 것을 5년 만에 300억 원으로 올렸지요.
▲ 신 : 그렇습니다. 5년 만에 매출액을 6배로 늘렸습니다. 기적입니다. 새로운 역사입니다. 이제 오미자는 명실상부하게 문경을 대표하는 작목이 되었습니다. 문경이라면 오미자, 오미자하면 문경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게 되었습니다. 전국 생산량의 45%를 점하고 있지요. 
오미자의 시장 가격을 문경에서 정할 만큼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와 금년은 문경 오미자가 없어서 못 파는 통에 부르는 게 값입니다. 심지어 오미자 축제 현장에서도 오미자가 없어서 난리입니다. 인근 지역의 오미자가 문경으로 건너오는 기현상까지 발생되고 있습니다.
 
2006년 시장에 취임했을 때 산동농협의 황혁주 조합장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오미자 축제가 다가오는데 2년, 3년 전 수매한 오미자 재고가 창고에 2만 톤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재고가 있는데 또 수매 안할 수도 없고 걱정이 태산 같다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황조합장과 국순당에 오미자 팔러 갔습니다. 그런데 중국산 때문에 가격이 맞지 않다고 거절당했지요. 그것이 불과 6년 전 얘기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오미자가 비싼 가격에도 없어서 못 팝니다. 저는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문경오미자의 역사를 우리가 만든 것입니다. 오미자 농사를 잘 지었습니다. 그리고 오미자 축제를 통해 문경오미자를 잘 홍보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TV홍보가 주효했습니다. 특히 2010년 MBC드라마 ‘동이’에서 임금님께 붉은 오미자차를 진상한 것이 컸습니다. 그리고 2011년 KBS 1TV ‘생로병사의 비밀’에 오미자 효능이 보도된 것이 컸습니다. 
전략의 승리이자 집념의 승리입니다. 오미자 농가, 농협, 문경시가 삼위일체가 되어 오늘의 문경오미자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문경오미자는 제가 추구한 일등농촌의 또 하나의 실체였습니다. 
 
4. 문경약돌한우
 
- L팀장 : 1등 농촌의 다음 목표는 문경약돌한우였지요.
▲ 신 : 그렇습니다. 문경약돌한우를 횡성한우보다 더 유명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문경약돌한우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요. 문경에서만 생산되는 약돌(거정석)을 분쇄하여 사료에 첨가하는 것입니다. 약돌을 먹여 키운 소는 육질도 부드럽고 냄새도 좋습니다. 무엇보다 약돌이 항생효과가 있어 약돌한우는 사료 제조 시 항생제를 일체 쓰지 않습니다. 무항생제 문경약돌한우입니다. 국내 최초로 무항생제 사료로 생산한 문경약돌 한우입니다. 약돌의 약리 효과도 이미 그 효과가 검증되었습니다. 
문경약돌한우 생산을 위한 별도의 사료공장(TMR)을 시예산으로 건설 중에 있지요. 문경한우 축제도 가을에 문경새재에서 개최되고 있습니다. 아직은 홍보가 잘 되지 않아 문경약돌한우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제 홍보가 제대로 되면 문경약돌한우가 또 한 번 히트를 칠 것입니다. 
문경약돌한우 브랜드는 약돌돼지에서 착안한 것입니다. 문경약돌돼지가 육질도 좋고 냄새도 나지 않아 소비자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지요. 이제 문경약돌한우 차례입니다.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지요. 무항생제 문경약돌한우는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을 것입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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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국 ilyoseoul@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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