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으로 윤락알선후 화대 가로채”
“협박으로 윤락알선후 화대 가로채”
  • 윤지환 
  • 입력 2004-05-18 09:00
  • 승인 2004.05.1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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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통해 윤락업을 하는 사이버 포주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일 후배에게 윤락을 강요한 10대 소녀 포주가 경찰에 잡혀 충격을 주고 있다. 이 10대 소녀 포주가 후배에게 원조교제를 알선한 남성들이 무려 130여명에 이른다고 경찰에 진술,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10대 소녀 포주가 원조교제를 알선한 경위 등 그 내막을 파헤쳤다. 대전 중부경찰서는 지난 7일 후배 박모(18)양을 협박해 원조교제를 알선하고 화대를 가로챈 혐의(상습공갈 등)로 고교3년생 이모(19)양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양은 “주먹으로 마구 때리고, 욕하고, 부모님께 원조교제 사실을 알린다고 협박했다. 정말 싫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며 흐느끼며 말했다.

박양은 또 경찰에서 “언니가 협박하고 폭력까지 휘둘러 그만둘 수 없었으며 화대도 모두 언니가 가로챘다”고 밝혔다.박양에게 선배언니라고 접근한 이양은 자신의 뜻을 거스를 경우 서슴없이 박양에게 응징의 주먹을 날렸다. 폭력과 협박에 못 이겨 매일 밤 낯선 남자들과 만나 원조교제를 할 수밖에 없었던 박양. 박양에게 지난 시간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악몽같은 시간이었기에 경찰진술 중 박양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다.고교 1학년을 다니다 자퇴한 박양은 지난해 3월 한 친구로부터 이모(19)양을 소개받았다. 그러나 이 만남이 끔찍한 악몽의 시작이라는 것을 박양은 알지 못했다.

학교에서 이른바 ‘짱’으로 통하는 이양은 다른 학생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던 것. 박양은 자신보다 한 살 많은 이양을 `언니라고 부르며 함께 시내에서 술을 마시는 등 어울려 다녔다.그러나 이렇게 이양을 친하게 따랐던 것조차 화가 되었다. 박양은 이양 이외에도 다른 10대 소녀들과도 어울렸는데, 이양은 자신 이외에 다른 사람과 만나는 것을 용서치 않았던 것. 박양은 이양과 알게 된지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이양으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봉변을 당했다. 다른 친구와 만나 놀았다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뺨을 수차례 맞아야 했던 것이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한 이양의 폭력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해 갔다. 일단 한번 때리기 시작한 뒤부터는 거의 습관적으로 폭행했다.

각종 사소한 이유로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마다 발과 주먹 또는 둔기를 이용, 박양을 구타했다. 박양은 이양의 무차별적인 구타에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양을 두려워한 것은 박양뿐 아니었다. 이양은 학교에서 ‘짱’으로 통하는 폭군으로 군림하고 있었는데, 다른 학생들 모두 이양을 두려워했다.이양은 이렇게 주눅이 들어 거의 절대적 복종을 하는 박양에게 온갖 사소한 심부름을 시키는 등 마치 노예처럼 부렸다. 박양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양의 꼭두각시로 변해갔다. 급기야 지난해 3월 중순경 “남자들을 만나 원조교제를 하고 화대를 받으면 그것을 반으로 나누자”며 박양에게 원조교제를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이양의 주먹이 무서워서 시키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따랐던 박양이었지만, 원조교제를 해서 돈을 벌라는 제안만큼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었다. 곧 날아들 폭언과 폭행이 무서웠지만 일단은 거절했다. 그러나 이런 반항도 잠시. 곧이어 날아드는 이양의 폭언 앞에서는 물거품처럼 사그러들 수밖에 없었다.

박양은 이양으로부터 끔찍한 폭언을 들은 뒤 맞는 것이 두려워 어쩔 수 없이 인터넷 채팅으로 원조교제에 응할 남자들을 찾아 나섰다.이 때부터 박양의 또 다른 고난이 시작됐다. 인터넷으로 성매매를 하기 위해서는 주로 밤늦은 시간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아예 집을 나와 생활해야 했다. 박양은 인터넷이 되는 모텔이나 찜질방 등에서 생활하면서 원조교제를 해 왔다. 이 과정에서 박양은 남자를 끌기 위해 밤에 잠도 못 자고 채팅에만 매달려야 했는데 이는 거의 중노동에 가까웠다. 밤늦게까지 채팅을 통해 원조교제 상대를 물색하다 상대가 나타나면 약속장소로 나가 성관계를 가졌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편하게 잠잘 시간마저도 주어지지 않았다. 이양이 잠시도 박양을 가만 내버려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양이 성매매를 하겠다는 남성을 찾을 때까지 거의 쉬지도 못하게 했고, 채팅에서 원조교제에 응해오는 남자를 찾으면 이양은 박양 대신 남자로부터 화대 10만~15만원을 선불로 받아 챙기고는 박양에게 단 한푼도 주지 않았다.또 박양이 ‘손님’과 일을 끝내고 나오면 이내 다시 채팅을 시켰다.이에 대해 박양은 “언니가 밤새 채팅으로 원조교제 할 남자를 찾으라고 시켰는데 몰래 화장실에 숨어서 졸다가 혼나기도 했다”며 “조금이라도 늦게 돌아오면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는 등 용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박양은 “어떨 땐 하루에 4-5명의 남자도 만났는데 운이 좋은 날은 언니가 돈을 받은 뒤 사라지면 상대방 남자에게 `’강제로 끌려 나왔다’고 울면서 매달려 성관계를 피할 수 있었다”며 “지난해 4~5월 두 달간 130여명을 만났는데 실제로 성관계를 가진 사람은 40명 정도”라고 말해 경찰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경찰조사 결과 이양이 이 같은 방법으로 가로챈 화대는 무려 1,300여만원. 이 돈은 대부분 또래 남자 친구들을 만나 유흥비로 탕진했고 일부는 박양의 모텔 비용과 식사 비용 등에 쓰였다. 또한 박양에게 옷을 빌려주거나 화장품을 빌려준 뒤 현금으로 갚도록 차용증을 쓰는 수법으로 230만원의 빚까지 만들어 박양의 발목을 잡아왔다.

작년 6월엔 견디다 못한 박양은 이양으로부터 탈출하는데 성공해 한동안 이양의 마수에서 벗어나 편안히 지낼 수 있었다.그러나 지난 2일 박양은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가 깜짝 놀라 그 자리에서 주저앉을 뻔했다. 또다시 이양과 마주치고 만 것이다. 이 바람에 이양에게 다시 붙들린 박양은 또 원조교제에 나서야 했다. 이양의 이런 엽기적인 행각이 덜미를 잡히게 된 것은 다름 아니라 박양의 원조교제 상대자가 경찰에 신고했기 때문이었다. 박양이 살려달라고 애걸하며 이양에 얽힌 모든 전모를 원조교제 상대자에게 털어놓았던 것. 경찰 조사 결과 이양은 박양 뿐만 아니라 또 다른 허모(19)양에게도 폭력을 휘둘러 10여 차례에 걸쳐 원조교제를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또 중학교 시절부터 이미 가출한 적이 있는 이양은 방학 동안엔 다방 등지에서도 일한 경험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대전중부경찰서는 지난 7일 이양에 대해 상습공갈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이양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 사건을 담당한 경찰은 “현재 이양이 다른 학생들의 돈을 갈취하고 폭행하는 것을 본 목격자들까지 확보했으나 이양은 이에 대해 일절 그런 일 없다며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며 “이양은 전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박양은 “언니와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다”며 “이제 평범한 생활로 돌아가 과거는 모두 잊고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등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130여명과 원조교제를 했다는 박양의 진술에 따라 박양의 인터넷 채팅 기록 등을 파악, 원조교제를 한 130여명을 수사중이다.

윤지환  jjd@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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