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는 감사원의 K2 전차 파워팩 사업결과 보고서를 입수, “독일 군수업체 엠티유가 무기중개상 등을 거치지 않고 직접 납품하겠다는 뜻을 국방부에 밝혔음에도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이 이를 묵살한 사실도 확인됐다”며 “중간업체 배제를 희망하는 독일 업체의 의사와 달리 거액의 수수료가 들어가는 중개 방식을 고수하게 된 과정에서 김 후보자가 일정한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22일 보도했다.
감사원의 보고서는 2012년 1월18일 독일 주재 한국 국방무관이 엠티유 임원과의 면담 내용을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돼 있다는 것.
신문은 이 보고서에 “엠티유에서 한국에 공급하기로 한 파워팩 100대를 무기중개상을 통해 납품하기를 (한국 쪽이) 요청하고 있으나, 납품하는 제품이 100% 독일 생산품인데 왜 직접 납품하지 말고 생산도 하지 않는 중개상인 ㅇ사를 통해 납품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엠티유 임원의 발언이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국방부 정보본부장은 독일 무기업체의 뜻을 다음날인 1월19일 방위사업청의 사업 관계자(장성급)에게 전달했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파워팩 수입계약 협상은 김 후보자가 고문으로 있던 유비엠텍을 포함해 ㅇ사, ㅎ사 등이 중개하는 원안대로 진행돼 2012년 4월 계약이 체결됐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K2 파워팩 중개업체로 선정된 유비엠텍은 43억원(현재 환율기준)을 챙겼다.
방위사업청의 묵인 하에 중개상의 개입을 방치해 우리 쪽이 부담해야 할 커미션 등으로 구매비용만 높아질 수밖에 없었고, 낭비하지 않아도 될 예산이 소요됐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커미션(중개 수수료)을 없애면 무기 구입 예산 20%를 줄일 수 있다”고 직접 언급한 뒤여서 국방부가 산하기관인 방위사업청과 함께 커미션 실태를 집중 점검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그런 점에서 감사원의 보고가 사실이라면 방사청이 엠티유가 지불해야 할 수수료를 방치해 구매자인 국방부가 부담해야 할 예산 지출이 발생했다면 심각한 직무유기는 물론, 커미션 커넥션에 김 후보자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중대 사안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K2 파워팩 사업 규모가 1000억원대이니 최소 수십억원이 커미션으로 나가는 게 뻔한 상황에서 중개상을 배제하자고 판매업체 쪽에서 먼저 나섰는데도 이를 우리 쪽에서 묵살했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방위사업청의 내부 규정에도 200만달러 이상의 거래는 판매사와 직접 거래하도록 돼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김 후보자가 유비엠텍에서 고문으로 재직하던 2010년 7월부터 2012년 6월 사이가 공교롭게도 무기 수입계약의 최종 결정기구인 국방부 방위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김관진 국방부 장관)가 국산 파워팩 생산에서 독일산(엠티유) 파워팩 수입으로 방침을 바꾼 2010년 12월~2012년 4월과 때를 같이한다는 점이다.
신문은 “김 후보자는 2012년 6월 유비엠텍을 떠나면서 7000만원을 한꺼번에 받았는데, 업계에서는 관행상 이 돈이 로비 활동에 대한 ‘성공 보수’의 일부로 추정된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김 후보자 쪽은 ‘고문으로 있으면서 엠티유와 유비엠텍의 합작회사 설립에 대한 자문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고 했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2010년 7월부터 2012년 6월까지 무기중개상 유비엠텍의 고문으로 일하면서 받은 돈의 총 액수는 2억1500만원. 이는 유비엠텍 수익의 5% 정도에 해당한다.
신문은 또 한 무기중개업체 관계자의 전언을 빌어 “(업계의 관행을 기준으로 할 때) 2년 동안 1억4000여만원을 받고나서 마지막 달에 7000만원을 받은 것을 보면, 2년 영입 계약과 함께 성공 보수 액수를 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 후보자의 성공보수가 K2 파워팩 중개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방사청은 K2 흑표 전차의 심장인 파워팩(엔진+변속기)을 '국산은 부실하다'는 이유로 지난해 4월 갑자기 독일산으로 방침을 변경해 무기중개 특혜 의혹을 받아왔다. 앞서 검찰은 작년 12월 초 감사원으로부터 방사청이 K2 파워팩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독일제 제품 선택을 유도했다는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고동석 기자 kd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