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금융회사가 가진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1997년 외환위기 때 만들어진 부실채권정리기금이 16년 만에 종료 된다.
금융위원회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21일 부실채권정리기금의 15년간의 역사를 정리한 ‘부실채권정리기금 백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백서에 따르면 부실채권정리기금 운용주체인 캠코는 지난해까지 부실채권을 인수하려고 투입한 39조2000억 원보다 7조5000억 원 많은 46조7000억 원을 돌려받았다. 회수율은 119%에 달한다.
그러나 쌍용건설 매각이 수차례 불발돼 결국 새주인을 찾지 못하고 잠본 잠식 위기에 빠진 채 반환돼 ‘옥에 티’로 남았다.
부실채권정리기금은 지난해 11월 운용이 종료된 이후 오는 22일 최종청산을 통해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부실채권정리기금이 만들어진 1997년 당시에는 재벌기업들이 연이어 도산하면서 금융회사의 부실이 급증했다.
한보그룹의 부도를 시작으로 삼미, 진로, 대농, 한신공영, 해태, 뉴코아, 기아그룹 등이 연이어 부도처리되거나 부도유예협약을 맺었다.
이에 1998년 3월 말 기준으로 은행권의 고정이하부실채권 규모는 68조 원에 달했고 3개월 이상 연체된 요주의여신까지 고려하면 정리해야 할 잠재 부실채권규모는 100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됐다.
외환위기 극복과 경제를 다시 살리기 위해 금융회사가 가진 부실채권 정리가 당면과제로 떠오르자 정부는 21조6000억 원 규모의 부실채권정리기금을 만들었다.
1997년부터 2002년까지 5년간 39조2000억 원을 투입해 금융회사의 부실채권 111조6000억 원을 인수했다.
캠코는 부실채권 111조6000억 원 중 111조4000억 원을 국제입찰,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인수합병(M&A) 매각 등으로 정리해 46조7000억 원을 회수했다. 이는 전체 매입대금 39조2000억 원 대비 7조5000억 원 늘어난 수치다.
2008년 7월 캠코는 부실채권정리기금의 금융성 부채를 모두 갚았고 기금출연기관인 정부와 금융회사에 돌려주기로 한 잉여금 10조8000억 원을 지난해 말 조기 반환했다.
반환금액은 출연비율만큼 가져가기로 한 캠코법에 따라 정부가 86%인 9조3000억 원을, 금융회사가 14%인 1조5000억 원을 각각 나눠 가졌다.
지난해 말 기준 캠코가 가진 부실채권정리기금은 현금성 자산 5794억 원, 현물 1조1781억 원 등 모두 1조7575억 원으로 잔여재산은 출연기관이 나눠 갖는다.
이에 매각에 실패한 쌍용건설 주식과 대우조선해양 잔여 지분 등은 출연비율대로 정부(86%), 기타 금융회사(14%)에 반환된다.
부실채권정리기금은 금융회사의 자산유동성과 건전성을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은행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997말 7.0%에서 지난해 5월 말 14.3% 올랐고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1998년 10.4%에서 2001년 5.4%로 감소했다.
또 119%의 유례없는 회수율을 달성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공적자금을 운용했던 스웨덴(86.0%), 미국(65.7%), 일본(17.0%) 등 보다 월등히 높다.
여기에 캠코가 아시아 최초로 역외자산유동화증권 발행에 성공하면서 기금 운용도 호평을 받았다.
다만 쌍용건설과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끝내 실패한 점은 아쉬움을 남겼다.
쌍용건설의 경우 2007년부터 다섯 차례나 매각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하면서 부실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쌍용건설은 2011년과 지난해 2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오는 22일부터 쌍용건설 지분은 예금보험공사와 23개 채권 금융기관으로 넘어간다. 예보의 자회사인 케알앤씨가 지분 7.66%로 1대 주주에, 예보가 4.62%로 2대 주주가 된다. 금융회사 중에선 신한은행이 가장 많은 10.32%의 지분을 갖게 된다.
한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정부에 배당되는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의 일부를 ‘국민행복기금’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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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