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박, ‘여당 내 야당’ 자처하려는 움직임 포착되기도
공신그룹 일부 “유정복 장관 임명… 좀 더 지켜보자”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 선 대선 공신 인사들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밀실정치’에 불만을 토로하고 나섰다. 청와대 정부 인선을 앞둔 논공행상이 대표적 사례다. 대선 승리를 이끌었던 대선공신들은 보은 차원에서 성공후사를 바라고 있는 상황이지만 갈길이 멀다. 박 당선인이 논공행상 논란에 강경 모드로 대응하면서 대선공신들은 ‘박 당선인을 믿을 수 있느냐’는 회의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대선공신들로서는 박 당선인이 ‘밀실인사’를 통해 최측근들 마저 외면하다 보니 ‘우리도 이대로 당할 수는 없다’는 오기까지 표출하기에 이르렀다. 몇몇 인사들은 당당하게 측근을 챙겨달라고 박 당선인에게 요구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차가운 시선’뿐이였다.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 선 대선공신들은 박 당선인만 바라보다가는 ‘쪽박찰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내심 박 당선인을 안티할 수도 있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대선공신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박근혜 비토론’ 실체를 따라가 봤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낙하산 인사는 없다’고 인선 기준을 분명히 했다. 지난달 30일 인수위 정무분과위 국정과제토론회에서 재차 못 박았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가 새 정부에서는 없어져야 한다.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공무원이 소신껏 일하지 못하게 하거나, 책임을 면하기 위해 나쁜 관행인 줄 알면서도 답습할 수밖에 없는 공직사회의 분위기도 개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사 원칙에 ‘자리 나눠 먹기'는 없다는 점을 확고히 했다. 이토록 박 당선인이 낙하산 인사 차단에 재차 나선 배경으로는 대선공신들 사이에서 팽배해 있는 당선 지분 요구가 봇물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朴, 이러려고 도왔냐?
공신 “그러려고 도왔죠”
당선 지분 요구는 주로 대선공신들 사이에서부터 터져 나오고 있다. 대선공신들은 겉으로는 당선 지분에 대해 “박 당선인이 낙하산 자리는 없다고 하지만 어떻게 우리를 외면하겠느냐”며 박 당선인의 ‘낙하산 불가 원칙’이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일부 대선 공신들 속내는 다른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여당 A의원은 “이 사람을 챙겨달라”고 말하자 박 당선인이 “이러려고 선거를 도우셨어요”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박 당선인만 바라봐선 안된다는 인식이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특히 최근 박 당선인이 공개석상에서 낙하산 인사는 없다고 잘라 말해버리자 대선공신들 사이에서는 거친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고위 인사는 “요즘 ‘그러려고 도왔죠’라는 말이 유행이다. 그러나 박 당선인이 대선공신들을 외면함으로써 비토세력만 양상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대선공신들을 챙겨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박 당선인에 대한 반기를 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지 않아, 지금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출범 이후에는 불만이 터져 나올 수 밖에 없다”고 격한 반응을 내놓았다.
주요 인선 과정에서 자꾸 소외되고 있는 대선공신들은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는 반응마저 나오고 있다. 한편으론 박 당선인의 사랑을 받지 못한 서자의 설움을 토로하고 있다. 대권을 쟁취했지만 대선공신들을 외면하면서 비토 세력 결집으로 이어지고 있다. 박 당선인의 밀실정치, 비선정치 등에 반기를 든 셈이다.
실제로 박근혜 비토론의 진원지도 친박내에서 나오고 있다. 대선에 사비까지 털어가며 박 당선인을 위해 ‘무보수'로 뛰었으나 지금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위기에 놓인 캠프 인사 등이 비토론의 발화점이다. 이들은 “박 당선인이 모든 권력을 장악하면 절대 박 당선인은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며 “측근들을 기용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될 시점”이라고 걱정한다.
독재스타일 우회적 비판
박근혜 ‘식사정치’ 불참
사실 대선공신들 사이에서 박근혜 비토론은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다. 대선공신들 사이에서 ‘밀실·비선 정치를 하고 있는 박 당선인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하지만 박 당선인은 인선 제 1원칙이 측근이 아닌 ‘전문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론과 경험을 겸비한 인물을 선호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대선공신그룹에서는 “박 당선인이 당을 하수인으로 알고 있다”, “여의도 정치를 무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중진 의원은 “정부가 일하려면 여의도의 동의, 나아가 ‘허락’까지 받아야 하는데 아직도 ‘내 뜻을 따르라’는 식”이라며 “새누리당은 이제 박 당선인의 ‘소유’가 아니다. 동지이자 파트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이명박 정부가 그랬듯 여의도의 ‘비협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당선인의 비선정치에 대해 대선공신그룹에서는 불만이 누적돼 있다. 여기에다 전국 지역별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을 만나 ‘식사 정치’에 나선 것에 대해서도 문제 삼고 있다. 하루 전날 일정을 통보하는 식이라 의원들 사이에서 여간 불만이 높은 것이 아니다. 사전에 잡아놓은 지역일정 등을 모두 취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참석을 하더라도 박 당선인의 일방적인 말만 듣고 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일방적인 통보에 유승민, 김태환, 정희수 의원 등등은 불참했다. 이는 박 당선인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박 당선인의 일방적 오더 스타일을 바꾸라고 우회적으로 요구하면서도 현실화되는 데는 힘들 것이란 의견이 다수다. 때문에 대선공신들은 박 당선인을 견제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 새로운 전략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서 바로 대선공신들과 박 당선인이 서로를 더 이상 믿지 않고 있다는 문제가 존재한다. 결국 박 당선인의 측근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변화 여부에 따라 공신들도 새로운 전략을 짜야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승리 이끈 조직
비토세력으로 전환 모색
현재 대선공신그룹에서는 박 당선인이 끝까지 측근들을 챙기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와 결국엔 측근들을 챙길 것이라는 의견이 양립하고 있다. 전자는 캠프에서 활동했지만 박 당선인한테 팽 당한 이른바 ‘팽박’ 인사들의 견해다.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인사는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박 당선인이 밀실정치를 계속한다면 지지했던 세력들이 흩어질 공산이 크다. 이미 일부에서는 ‘안티 박근혜’로 돌아섰다. 대선 때만 하더라도 박 당선인을 어떻게든 보호하려 했지만 이제는 이들이 먼저 아킬레스건을 들고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일부 조직들은 이미 활동을 중단하고 새로운 전략을 짜고 있고 또 다른 세력은 지방선거 출마 준비를 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박 당선인을 견제할 만한 인사를 띄우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최근 여의도 주변에서는 ‘대선공신들이 박 당선인을 견제할 수 있는 인물을 키우려 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박 당선인의 밀실·독재정치를 막고, 새누리당에 마땅한 대선 후보가 없는 만큼 ‘포스트 박근혜’를 띄우겠다는 게 하나의 계획이다.
일단 임기 초인만큼 대략적인 밑그림만 그려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 선 대선공신조직들이 ‘포스트 박근혜 띄우기 조직’으로 전환하고 있다.
실제 박 캠프에서 활동했던 A조직이 중심이 되고 있으며, 친박 의원을 회장으로 추대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30만 명의 회원을 모집해 놓은 상태다. 여기에 기업·언론 출신 인사들도 추가적으로 모집하고 있다. 박 당선인을 견제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 시작됐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박 당선인은 과거 ‘여당 내 야당’ 이미지를 추구해왔다. 박 당선인은 이명박 대통령과 사사건건 부딪쳤고, 당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며 “이를 발판삼아 이 모임에서도 ‘여당 내 야당 인사’를 발굴, 박 당선인을 견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당선인의 향후 행보를 지켜본 뒤 이모임을 활성화할 지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모임에서는 현재 ‘팽박’으로 불리는 A의원을 ‘포스트 박근혜’로 보고 있지만 현재까진 수면위로 드러내지 않고 있다. A의원은 현재 향후를� 도모하기 위해 잠행 중이다. 이� 외에도 친이계와 손을 잡고 박� 당선인을 견제하려는 인사도 있다. 이 인사는 대선�기간� 내내 박 캠프 핵심으로 불렸고, 각종 하마평에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본인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박�당선인을 견제하기 위한�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당�안팎에서는 ‘박근혜�대항마’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어찌됐든 박 당선인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다른 한편으론 박 당선인이 측근들에게 서서히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의견이다. 지난 13일 발표한 2차 조각 인선에서 유정복 의원을 10만 경찰 병력을 총괄하는 안전행자부 장관직에 임명했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이제 숨통이 트인 것 같다”고 받아들인다. 또 최근 비서실장 임명을 놓고 대선 공신들의 이름이 대거 거론되고 있다. 이를 경우 이들을 통해 일부 기간의 자리가 날 수도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를 경우 공신들의 ‘박근혜 비토론’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 당선인은 ‘낙하산 인사’ 문제를 두고 고민에 빠질 수박에 없다. 박 당선인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등극하기 위해선 ‘측근 챙기기'는 넘어야 하는 가장 어려운 산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