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장관실 문걸고 주식투자 했나요?
똑똑 장관실 문걸고 주식투자 했나요?
  • 이석 
  • 입력 2005-03-24 09:00
  • 승인 2005.03.24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위 공직자들의 주식백지신탁제 등이 추진중인 가운데 장 차관 등 고위 공직자들의 주식거래 현황이 공개돼 주목된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지난 2월25일부터 3월14일까지 조사해 발표한 ‘고위공직자의 주식보유에 따른 이해충돌 보고서’ 자료에는 장차관뿐 아니라 금융감독기관 고위 공직자들의 주식거래 현황이 상세히 게재돼 있다. 문제는 상당수 인사들이 현직에 있으면서 주식을 거래해왔다는 점이다. 이 경우 업무 과정에서 얻은 고급 정보를 주식투자에 활용했을 가능성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일부 공직자의 경우 직무와 연관성이 있는 주식도 대거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도덕성 시비까지 일고 있다. 장 차관 등 고위공직자들 중 최근까지 가장 주식거래가 왕성했던 인사는 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 오 장관의 경우 부산시 정무 부시장으로 재직할 때부터 매년 1억~2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거래해왔다.

이 정도면 소액 펀드매니저 수준. 2001년부터 2005년 2월25일까지 오 장관의 누적 거래액은 8억7,000여만원에 달한다. 오 장관의 왕성한 ‘주식탐’은 장관 취임 이후에도 여전했다. 2005년 1월 취임한 이후인 지난 2월25일에는 현대상선 2,800주, 현대중공업 510주, 현대모비스 500주, 현대자동차 610주, LG카드 1만7,400주, LG화학 480주를 팔았다. 이 즈음 주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에 오 장관은 장관연봉보다 훨씬 많은 1억1,500만원 상당의 투자수익을 올렸다. 조윤제 주영대사도 주식거래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울 법하다. 조 대사는 현재 삼성전자 200주, 텔슨전자 536주, 삼성엔지니어링 310주, 한국채권평가 1,819주 등 1억원 상당의 주식을 갖고 있다. 조 대사도 청와대 경제보좌관 시절부터 주식투자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사는 지난해 2월 인티즌 3,600주를 매각하고, 부인이 국민은행 56주를 매입했다.

주영대사로 내정되기 전인 올초에도 미래산업, 하이닉스, 아이앤스닷컴 주식을 대거 매입하는 등 왕성한 거래실적을 보였다. 그의 주식투자 포트폴리오를 보면 웬만한 전문가 못지 않다는 느낌이다.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 이원덕 청와대 사회정책 수석 등도 재직 중 주식을 거래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병준 실장의 경우 취임 후인 지난 2월25일 한신공영 6,000주와 삼성전자 40주를 매입했고, 삼보컴퓨터 500주와 우리금융 200주를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도 그는 한신공영 900주, 삼성전자 40주, 강원랜드 759주 등을 갖고 있다. 이원덕 수석의 경우 가족도 주식거래가 활발했다. 이 수석은 현재 본인이 기업은행 670주와 삼성엔지니어링 2,000주를 보유하고 있고, 부인이 하나로통신 100주, 장남이 현대자동차 100주, 차남이 디지털멀티텍 2,000주와 싸이더스 400주를 가지고 있다.

이 중 차남이 디지털멀티텍 200주와 싸이더스 400주를 최근 매각했다. 며칠 후 레인콤 14주와 인터플렉스 50주, 퓨처시스템 1,000주도 추가 매각해 시세차익을 남겼다. 이 수석의 가족들은 그 이후에도 이 수석이 기업은행 670주, 삼성엔지니어링 2,000주, 부인이 하나로통신 100주, 장남은 현대자동차 100주, 차남이 디지털멀티텍 2,000주, 싸이더스 400주 등을 갖고 있다. 이밖에도 정우성 청와대 외교보좌관은 부인이 재임기간 중 삼성전자 50주와 STX 48주, STX엔진 552주 등 시가 2,400여만원어치를 매입했고, 윤광웅 국방부 장관도 비상기획원장 시절부터 활발한 주식거래를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윤 장관 일가족의 거래내역을 보면 현대차, 엔씨소프트, LG화학. 삼성전기, 현대중공업, 기업은행, 현대건설 등 다양한 종목을 팔고사 눈길을 끌고 있다. 재경부, 금감원, 공정위 등 금융감독기관 고위 공직자들도 상당수 현직에 있으면서 주식을 거래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주식시장을 직접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때문에 주식보유 자체만으로도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참여연대의 지적이다. 최명해 재경부 국세심판원장이 대표적인 예다. 최 국세심판원장의 경우 취임 후인 지난 9월16일 롯데칠성 주식 430주를 매각했다. 대구지방국세청장 재임 시절인 지난 2002년 2월28일에도 롯데칠성 670주를 매각했다. 금감위나 금감원의 경우 주로 가족 명의의 주식거래가 활발한 편이다. 최근 참여연대로부터 거친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의 경우 재임기간 동안 장녀 명의로 삼성전자, 삼성전기, 휴맥스, SBS, 동원금융지주 주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우 금감위 상임위원의 경우 취임 후인 지난해 11월과 올해 배우자 명의로 디스플레이텍 4,500주를 매각해 시세차익을 남겼다. 안희원 공정위 상임위원도 취임 후 INI스틸 630주를 매입하고, ACTS 4,500주를 매각했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의 경우 업무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주식을 대거 보유한 케이스. 진 장관은 현재 제일모직, 삼성전자, 호텔신라 등 삼성 관련주뿐 아니라 알짜배기 IT주를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2003년 2월 장관 취임 이후에도 금호전기 1,020주, 다이나릿시스템 852주, 알에프트론 3,000주, 실리콘 이미지(Silicon Image) 5,000주를 팔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인도 금호전기 1,020주, 포스코 200주, 삼성전자 700주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상당수가 각종 주식 관련 정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정책 결정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식보유 자체가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이재명 참여연대 국장은 “직무 관련성의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한다 해도 최소한 6명은 명백하게 이해충돌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경제 관련 부처에 근무하는 만큼 주식과 직무 사이에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주식거래가 정부가 추진해온 백지신탁제도와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 국장은 “정부는 지난해 9월 공직자 주식거래를 막는 것을 골자로 한 ‘공직자 주식 백지신탁제’를 국회에 제출했다”면서 “이들의 주식거래는 정부의 정책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터라 도덕적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국 공직자 주식투자 사례

고위 공직자 주식거래 및 보유 법적으로 엄격 규제외국의 경우 고위공직자의 주식거래 및 보유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공무원의 주식거래를 일종의 ‘내부자 거래’로 간주하고 있다. 때문에 대통령은 물론이고, 과장급(4급)까지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담당자의 보유 주식이 업무와 이해충돌 소지가 있을 경우 주식을 처분하거나 백지신탁해야 한다. 실제 지난 94년 샌디버거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석유기업 아모코 주식을 매각하라는 법원 명령을 즉시 실행하지 않아 2만3,000달러의 벌금을 선고받았다.캐나다도 고위 공무원의 주식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총리, 장관, 주지사, 주장관 등 각료 전원은 주식시장에 등재된 기업의 주식을 거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캐나다에서 총리나 장관을 하려면 보유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해야 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형식적인 각서를 받는 게 전부다.

재정경제부는 현재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정책국 소속 공무원에 한해 주식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고 있다. 나머지 부서는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물론 이 각서도 법적인 효력은 없다. 금감위나 금감원, 공정위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직원행동규범을 통해 내부적으로 주식거래를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강제 조항은 아니다. 더군다나 규제 대상도 본인으로 한정돼 있어 가족들은 아무런 제한 없이 주식 거래가 가능하다. 정부는 지난해 9월 공직자 주식거래를 막는 것을 골자로 한 ‘공직자 주식 백지신탁제’를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여야의 대치로 이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올해 2월 임시국회에서도 이 법안은 통과되지 않았다.

이석  suk@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