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대운 대기자] 시장·군수 등 위정자(爲政者)들이 주로 많이 읽는 지침서 중의 하나가 다산정약용의 목민심서를 꼽고 있다.
베트남 통일의 주역인 호치민도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를 탐독했다니 목민심서는 국경을 넘어 가히 위정자들이 자신을 비춰보는 거울이라고 칭하기에 손색이 없는 표준 교과서라 할 수 있다.
목민심서 중 어중(馭衆)이라는 용어가 나온다.
어중은 대중을 통솔하는 방법을 표기해 놓은 것이다.
어중지도 위신이이 위생어렴 신생어충 충이능렴 사가이복 중의(馭衆之道 威信而已 威生於廉 信生於忠 忠而能廉 斯可以服衆矣)…중략…
이를 풀어 쓰면 ‘대중을 통솔하는 방법에는 자신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위신(威信)이 있어야 하고 위신은 스스로 엄결한 데서 나오며 믿음은 충성된 데서 나오는 것이니 충성되고 염결할 수 있다면 대중을 복종시킬 수 있을 것이다’
위정자는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백성들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닦고 갈아서 존경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이 곧 백성들을 통솔하는 기본이 됨을 지침한 것이다.
결국 백성들을 통솔 하려면 스스로가 몸가짐을 잘하라는 얘기다.
선거와 투표를 통해 자신들이 지지하는 사람을 위정자로 내세우는 현재의 민주주의 시대 선출직 공무담임자들도 수시로 되새겨야 할 지침이다.
경기도 하남시 열원시설 설치 부지 위치를 놓고 찬성 측과 반대 측이 공방을 벌이며 사업진척이 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사지구 입주예정자들이 하남미사 열원시설 관련기관 연석회의에 불응하는 하남시를 강력 규탄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주목받게 된 동기 부여의 중심축에 하남시장이 자리를 잡고 있어 목민심서가 인용된 것이다.
미사지구는 국책사업으로 LH공사가 사업시행권자로 입주예정자만 10만 명에 달하는 대단위 공동주택사업지구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공동주택 등에 난방 및 전기시설을 공급하려는 열원시설에 대해 위치선정을 놓고 연일 찬반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기존에 선정된 열원시설부지에 대해 반대하면서 하남시가 열원시설 이전 부지로 제시한 곳은 서울 강동 지역 아파트 단지와 인접해 강동구 관련 주민들이 하남시청 앞에서 이전 부지 반대집회를 갖는 등 하남시의 미온적인 행정이 서울특별시 강동구로 불똥이 튀는 등 하남시는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 서야 할 하남시는 오히려 관내 관련 주민들이 요구한 연석회의마저 무시하는 등 뒷짐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어 화를 자초하는 양상마저 띠고 있다.
하남시는 현재 15만여 명의 인구수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장차 하남시의 주민 구성원으로 동참할 예정인 10만여 명의 미사지구 입주예정자들의 의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하남시장은 주민들을 위한 열원시설 부지 선정 사태에 대한 심각성 인식과 조기해결에 대한 의지를 직접 보여줘야 한다.
이러한 의지가 없다면 하남시장은 목민관(牧民官)의 자격마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하남미사 입주예정자 연합대표회는 이미 하남시의 기만행위를 강력규탄 한다면서 앞으로 대외투쟁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나갈 것이라 밝히고 나섰다.
목민심서에는 무설전인과실 궁자후(毋說前人過失 躬自厚: 그전 사람의 허물을 말하지 말고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로 돌리는 것)를 목민관의 자세라 밝히고 있다.
하남시장의 현명한 자세를 기대해 본다.
dwk0123@ilyoseoul.co.kr
김대운 대기자 dwk0123@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