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 또 조심해도 사고 사례 빈번
각 제조사, 피해보상은 ‘나 몰라라’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참치캔 등 원터치캔의 날카로운 절단면에 의한 안전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피해 정도 역시 근육·신경 손상부터 손가락 절단까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최근 3년간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원터치캔 위해사례는 729건에 달한다. 이 중 품목 확인이 가능한 사례 420건 가운데 가장 많이 접수된 품목은 참치캔(80%, 336건)으로 조사됐다.
또 이들 대부분은 ‘개봉과정(81.7%)’ 에서 손가락이나 손목부위를 다친 것으로 ‘장기간 병원치료(99.5%)’ 를 요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보다 안전한 포장용기로의 교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시중에 유통·판매 중인 원터치캔 46개 제품 중 17개는 개봉방법을 설명하는 문구나 그림조차 찾아볼 수 없어 “제조사들이 안전 불감증에 걸린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사례#1> 인천광역시 남구에서 학교 문제로 자취생활 중인 박모(29·대학원생)씨는 평소 원터치캔을 즐겨 찾았다. 학교 수업에 쫓기다 보니 오랜 시간 보관이 가능하고 조리가 필요 없는 원터치캔을 찾는 것이 일상다반사였다. 하지만 박씨는 최근 원터치캔 근절을 선언했다. 지난 1월 참치캔을 개봉하다 손이 미끄러져 엄지손가락을 베이는 바람에 방학 동안 논문을 작성하겠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이에 박씨는 “사소하게 생각했던 일로 중요한 계획을 망쳐 화가 났다”며 “대부분 시간이 없는 사람들이 원터치캔을 찾는 것을 고려해 안전하면서도 빠르게 벗겨낼 수 있는 포장 방법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사례#2> 충청남도 천안에 거주중인 이모(56·여)씨는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다. 이씨는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여전히 남편과 맞벌이를 해 자녀를 돌볼 시간이 부족하다. 때문에 자녀의 도시락을 준비할 때 원터치캔을 자주 싸주는 편이다. 그런데 이제 이씨는 원터치캔을 싸주기가 겁이 난다고 한다.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서 손가락에 붕대를 감고 왔던 것. 이씨의 아들은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어울려 식사를 하기 위해 캔 뚜껑을 개봉하다 상처를 입게 됐다. 이에 이씨는 “아들이 다친 것이 바쁜 내 탓인 것 같아 속상하다”며 “원터치캔으로 도시락을 싸주고 출근하면 하루 종일 신경이 쓰인다”고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받을 수 있는 피해보상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국내의 대표적 원터치캔 생산업체인 동원 F&B 관계자는 “단순히 제품을 개봉하는 과정에서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은 없다”며 “제품에 불량이 발견됐을 때만 보상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어 “피해법상에도 제품에 하자가 있을 때 보상을 해주도록 돼있다”며 “원터치캔에 의한 피해일 경우 알루미늄 제품의 특성으로 분류할 뿐, 불량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비자들도 제품이 개선되기만을 바랄 뿐, 피해보상은 생각조차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소보원은 “소비자들 역시 자신의 과실이라는 생각 때문에 피해 보상 신고를 하지 못한다”며 “소비자를 위한 주의사항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현실에 대해 소비자 이씨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소비자 피해를 등한시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소보원 문제 제기, 제조사 반응은?
소보원은 첫 번째로 제품 포장 방식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소보원 조사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판매 중인 원터치캔 46개 제품 중 39개(84.8%) 제품이 E.O.E(Easy Open End)방식을 사용하는 반면 이지필(Easy Peel)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제품은 7개(15.2%)에 불과했다.
E.O.E 방식은 금속 캔이나 그 밖의 용기를 손으로 쉽게 개봉할 수 있도록 고안된 방식이며 이지필 방식은 알루미늄 호일 재질의 뚜껑을 사용하고 별도로 붙어 있는 탭을 잡아당겨 손쉽게 개봉할 수 있도록 고안된 포장 방식이다.
스틸·알루미늄 재질의 E.O.E 방식 원터치캔은 개봉 과정에서 힘의 배분이 고르지 못하고 절단면이 날카로워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높다. 하지만 알루미늄 호일 재질의 이지필 방식 원터치캔은 상대적으로 가볍고 적은 힘으로 개봉이 가능하며, 재질 특성상 심각한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낮다.
소보원은 “현재 우리나라 식료품캔은 스틸ㆍ알루미늄 재질의 E.O.E 방식 원터치캔이 대부분”이라며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보다 안전한 이지필 방식으로 교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소비자 주의사항 표시방법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소보원 조사대상 46개 중 41개 제품은 소비자 안전을 위한 주의사항 표시에 따라 “개봉시 캔 절단부분에 손이 닿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라는 문구를 한글로 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중 26개 제품은 주의문구를 측면에 작은 글씨로 표시하거나 다른 표시사항과 구분이 어려워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소보원은 더욱 눈에 잘 띄는 방법으로 주의 문구를 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행 표준문구는 개봉시의 안전만을 언급하고 있으나, 개봉 후 보관ㆍ폐기 과정에서도 안전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만큼 이에 대한 문구 개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소보원은 원터치캔의 개봉방법 표시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개봉방법을 한글과 그림으로 동시에 표시한 제품은 조사대상 46개 제품 가운데 20개에 불과했다.
이에 소보원은 관련업체에 ▲ 이지필형태포장도입 ▲ 소비자주의사항표시방법개선 ▲ 개봉방법표시강화 등을 권고했다.
소보원의 이 같은 권고에 제조사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소보원 관계자는 “현재(13일 기준) 5개 업체에서 연락이 왔다”며 “5개 업체 모두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대부분 표기방법 등에 관한 논의만 하는 실정이다”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한 제조사 관계자는 “포장방식문제는 공장 생산라인을 전면 교체해야 하는 사안이라 어려움이 있다”며 “포장생산단가 역시 10% 정도의 차이를 보여 아예 신제품 형태로 출시하고 있다”고 현실을 토로했다.
타 제조사 관계자는 “현재 다양한 포장방식을 개발하고 있으며 시중에도 여러 형태를 선보이고 있다”면서도 “아직 EOE 방식을 완벽하게 대체할 방법은 찾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이처럼 날로 늘어가는 원터치캔 피해 사례에 비해 제조사들의 개선 움직임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비판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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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