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익 1000억?…‘파급 효과’는 1조 원에 달해 // BBC “싸이가 증명…한국, 이제 문화 수출국”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오빤~강남스타일” 등의 특이한 노래가사와 요상한 춤으로 전 세계 대중의 이목을 받고 있는 가수 싸이. 연일 매스컴과 언론은 그의 활약상과 그가 벌어들인 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놓고 있다. 유명 포털사이트 등에도 ‘싸이의 경제적 효과’를 검색하면 그가 지난 한 해동안 ‘강남스타일’ 노래로 벌어들인 수익이 엄청나다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일부 기사 내용만 인용해도 1000억 원에 육박한다. 그렇다면 싸이가 벌어들인 게 단순히 ‘돈’ 뿐일까. 그렇지만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답이다. 국가이미지 등 무형적 가치의 상승도 대단하다. 한 문화평론가는 “‘강남스타일’이 몰고 온 한류의 파급 효과는 산술적으로 따지기 어려울 뿐 아니라, 눈에 띄지 않는 무형적 가치 또한 크다”며 “국가 홍보 효과도 측정할 수 없을 만큼 큰 영향을 끼쳤다”고 호평했다.
싸이 열풍에 따른 경제효과가 통계로 입증됐다.
지난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국제수지 가운데 서비스수지의 한 부분인 개인·문화·오락서비스 수지에서 8550만 달러(약 933억2000만 원)의 흑자를 냈다. 12억5260만 달러(1조3670억 원)의 수입을 올렸고, 11억6710만 달러(1조2730억 원)를 지급했다.
영화·TV 프로그램·애니메이션·음악 등 한류산업을 포함한 이 분야에서 수입이 지급을 초과한 것은 1980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바야흐로 문화수지 흑자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 선봉장엔 신한류의 주역인 싸이가 있었고 그 열풍은 여전하다. 싸이는 최근 지구촌 최대 축제 중 하나인 브라질 카니발에도 참가했다.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의 카니발 축제에는 한국을 테마로 한 한류 퍼레이드가 펼쳐지기도 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한자리에 서는가 하면 미국 최대 인기스포츠인 슈퍼볼을 통해 출연광고를 선보였다. 슈퍼볼은 초당 광고비가 1억~1억4000만 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그가 미국 내 인기가 높은 것을 실감케 한다.
영국의 유력매체 BBC도 가수 싸이가 한국 문화의 가능성을 증명했다고 전했다.
BBC는 지난해 10월 “한국이 이제 문화수출국이 됐다”며 “음악·드라마·음식 등 문화 콘텐츠로 경제적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BBC 루시 윌리엄슨 기자는 “그동안 K팝이 아시아에서만 영향력을 가졌다면 싸이를 통해 미국, 유럽 등 외국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보도했다. 싸이도 슈퍼볼 광고 출연에 대한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국위선양을 한 것이 기쁘다”고 표현한 바 있다.
싸이가 소속된 YG엔터테인먼트의 투자 증대 효과도 상당하다.
박현명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YG의 높은 성장성에 싸이 효과는 플러스 알파”라며 “강남스타일로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소속 아티스트의 성공은 YG브랜드의 가치와 경쟁력을 업그레이드 시키며 기존 소속 아티스트의 해외 활동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전망이다”라고 분석했다.
이밖에도 싸이를 형상화한 캐릭터·우표·컵 등 유통 시장이 확대되면서 싸이신드롬은 한류를 넘어 산업화 되고 있다
박 애널리스트는 “유투브·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보급을 통해 세계 음악시장이 디지털화되면서 특별한 마케팅 없이도 신한류 열풍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뮤직비디오가 유투브에서 11억 건 이상으로 조회된 것은 글로벌 히트를 친 예라 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한류열풍 같은 아티스트의 활약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경제효과가 더 많다”며 “앞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는 문민정부 시절이던 1994년 5월, 청와대에서 열린 문화진흥 관련 회의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6500만 달러를 들여 제작한 영화 ‘쥬라기공원’이 8억5000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렸다는 통계발표가 있었다. 이는 쏘나타 차량 기준 150만 대를 수출한 것과 맞먹는다. 당시 우리나라의 자동차 연간 수출량은 약 80만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싸이 열풍은 돈을 떠나 그 수치만으로도 대단하다.
독도 논란과 환율역습에 비상등 켜진 한국관광
한류 열풍을 뒷받침하는 공인들의 경제적 효과는 다른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MB의 독도방문과 축구선수 박종우의 독도 세레머니가 한국경제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면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더욱 집중하게 된다.
공교롭게도 일본인 관광객이 줄어들기 시작한 시점이 MB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과 발언 직후인 지난해 9월께부터다. 이 기간 박종우 선수도 올림픽에 참가해 정치적 발언으로 홍역을 치렀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봄만 해도 일본인 관광객 수는 매달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신장률을 보이더니 같은 해 9월 들어 3.8%감소했다.
게다가 10월부터는 매달 20%이상 급감하는 추세다. 일본여행자협회에 따르면 한국행 일본인 단체여행객 예약률이 1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55.1%, 2월 43.9%, 3월 48.5%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미국·캐나다 예약은 점차적으로 늘었다.
관광업계 통계자료에 따르면 부산항을 통해 입국한 일본인 수가 지난해 8월 1만9000여 명이었는데 9월에는 1만1000여 명, 12월에는 1만 여명 수준으로 줄었다.
일본을 상대로 했던 영세여행업체의 줄도산이 예견될 정도다. 한 소규모 여행사 대표는 “예년에 비해 대체로 20% 정도 관광객이 줄었으며 40%까지 줄어든 업체도 있다”며 “한일간에 잦은 외교적 악재가 있은 후 여행객 급감이 여행업계 전반의 급락을 초래했으며 이미 일부 업체는 도산했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선 엔저현상에 따른 관광객 급감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지만 공인들의 행보와 연결짓는 목소리가 더 높다. K사 일본법인장은 “강추위와 엔저도 원인으로 거론되지만 실질적인 문제는 양국 관계 악화”라며 “한번 돌아선 일본인 마음을 어찌 돌려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