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불량 만두소인 것을 모르고 으뜸식품으로부터 분쇄단무지를 납품받은 만두제조업체 비전푸드의 신영문 사장이 한강에서 투신자살하기도 했다. 그런데 신 사장의 자살과 함께 발견된 한 통의 유서는 이번 파동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했다. 불량만두 제조업체에 대한 수사의 허점이 하나 둘씩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의 수사기간에 비해 수사가 너무 부실했다는 것과 경찰의 수사 결과에만 의존한 식약청의 발표가 너무 성급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찰의 ‘불량만두’ 수사의도에 대해 “이번 파동은 국민연금의 반대여론을 잠재우려는 음모”라고 주장하는 ‘쓰레기만두 음모론’ 마저 제기되고 있다. 경찰과 식약청은 그러나 이번 파동이 졸속 수사의 결과였다는 비난에 대해 서로 책임을 미루는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어, 비난과 의혹의 불길을 동시에 부채질하고 있다.경찰과 식약청의 조사가 과연 졸속이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혐의를 벗은 3개 업체 관계자를 통해 불량만두 제조업체 명단에 들어가게 된 경위를 살펴보았다.
취영루
우선 취영루의 경우 불량만두소를 제조한 으뜸식품과 2000년 말부터 2001년 말까지 약 1년간 거래한 사실이 있다. 으뜸식품은 분쇄한 염장무 가공공장과 분쇄를 하지 않은 통염장무 가공공장 두 군데가 있는데, 문제가 된 불량만두 소는 분쇄 염장무 가공공장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취영루 관계자에 따르면 취영루는 으뜸식품으로부터 위생적으로 문제가 없는 통염장무를 납품 받았고 그 양도 소량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일반적으로 만두를 제조하는 공장에서 만두소 제조를 위해 납품받는 염장무의 양은 연간 수천만원 어치에서 수 억원 어치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월 2만원에서 10만원 사이의 소량거래를 해온 취영루가 만두제조를 목적으로 염장무를 공급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경찰은 그러나 이 같은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고 취영루를 불량식품 제조업체로 낙인찍어 버렸다. 단지 으뜸식품과 거래한 적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발표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사 방식인 것이다. 취영루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회사의 도덕성 등 무형의 피해가 훨씬 크다”면서 “또 경찰과 식약청의 조사가 허점투성이네 어쩌네 하지만 여론몰이를 하고 잘못된 것을 그대로 보도했으면서도 정정보도에는 인색한 언론에도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또 취영루 본사 관계자는 “단 하루 철야조사로 모든 혐의점을 벗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18개 제조업체에 대해 확인하는데는 3개월이면 충분히 조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기본적인 사실확인조사도 없는 경찰과 식약청의 발표 때문에 취영루는 회사의 존폐위기에 놓여 있는 신세가 됐다”고 말했다.
금흥식품
금흥식품은 2002년에 으뜸식품과 거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되어있다.이 때문에 경찰은 불량만두 제조업체로 식약청에 통보했고 식약청은 이를 확인해야 했다. 그러나 식약청은 일손이 달린다는 이유로 충북도청 직원을 금흥식품 공장에 보내 현장 조사를 벌였다. 금흥식품 측에 따르면 당시 충북도청 보고서에는 관련 장부 확인 결과 무말랭이를 사용한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고 염장무를 납품받아 가공해 만두를 생산했다고 돼 있다는 것이다. 또 도청 관계자도 “보고서를 보낸 뒤 전화로 식의약청 담당자에게 무말랭이를 사용하지 않은 사실을 재확인시켰다”고 말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식약청은 금흥식품이 불량만두를 생산하는 업체라고 발표해 버렸다.
또 금흥식품은 취영루와 마찬가지로 으뜸식품에서 단무지를 들여올 당시 쓰레기 만두소와는 관계없는 통단무지를 납품받았지만, 경찰과 식약청에서는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금흥식품 관계자는 “조사해서 알아보려면 그 정도는 금방 알 수 있는 문제”라며 과연 경찰과 식약청이 애초 제대로 조사를 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이 관계자는 또 “그저 몰아세워서 실적으로 올리기에 급급한 모양세다”라고 말했다.그러나 이에 대해 식약청에서는 “우리는 단지 경찰의 발표만 받고 그대로 믿었을 뿐”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동원 F&B
동일냉동식품은 이미 동원에 합병되어 상호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동일냉동식품이라는 사명을 그대로 사용해 이번 불량만두 제조업체에 대한 발표가 기본적인 조사마저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동원은 99년도에 으뜸식품과 거래를 시작했다. 그러나 동원 역시 분쇄염장무가 아닌 통염장무를 납품받았고, 또 이미 거래를 중단한지 오래기 때문에 이번 불량만두 제조혐의 업체명단에서는 당연히 제외되었어야 했다.
동원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어떤 조사를 어떻게 받은 지도 모른다. 경찰과 식약청이 업체명을 거론하기 전에 철저한 조사를 했다면 이런 실수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허술한 수사와 부풀리기식 발표 때문에 인터넷에는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이번 사건을 고의적으로 터뜨렸다는 루머까지 나돌고 있다.
한 네티즌이 “식약청이 단속하면 안걸리는 식품이 없다는 걸 식품종사자는 다 안다. 암암리에 묵인되어온 만두소의 불량상태를 왜 지금에 와서 까발리며 국민의 시선을 돌리는가?”라며 의혹을 제기한다. 이 네티즌은 또 만두파동으로 주춤했던 국민연금문제를 언급하면서 “정부의 농간에 속지 말아야 한다”면서 “우리에게 중요한 건 썩은 만두소보다는 썩은 국민연금 제도의 개선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지환 jjd@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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