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서 범죄영화 따라하기 흔적
곳곳서 범죄영화 따라하기 흔적
  • 사회부 종합 
  • 입력 2004-07-28 09:00
  • 승인 2004.07.2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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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끔찍한 범죄 영화를 본 느낌이다.” 희대의 연쇄살인사건을 지켜본 시민들의 반응이다. 실제로 연쇄살인 용의자 유영철씨가 살인을 다룬 영화를 모방해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유씨가 기거했던 원룸에서 범죄 영화가 다량 발견됐기 때문이다.노인과 여성 등 20여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유씨가 머물렀던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의 2층 원룸. 그의 방은 엽기적인 살인행각이 벌어진 장소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깔끔하다.잘 정돈된 옷장과 침실, 분재와 어항, 그리고 TV선반 등 엽기적인 살인범의 방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중 TV선반 아래 서랍에는 영화 DVD 10여개와 CD 20여개가 눈에 띈다.

연쇄살인사건 및 범죄심리를 다룬 영화가 대부분. 이들 중에서는 ‘공공의 적’, ‘베리 배드 씽’, ‘크라임 라이프’, 그리고 ‘유주얼 서스팩트’등이 있다.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유씨가 영화를 보며, 모방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돌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공식적으로 이를 부인하고 있다.경찰 관계자는 “유씨가 저지른 범행 수법이나 정황을 봤을 때 영화를 모방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연쇄살인이나 범죄 영화가 유씨의 심리상태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그의 범죄행각 및 경찰 조사과정을 보면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2002년 초 개봉된 영화 ‘공공의 적’은 경찰과 냉혹한 연쇄살인범과의 대결을 그린 영화. 영화속에서 펀드매니저인 규환(이성재 분)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결심한 부모를 잔인하게 살해한다.

접촉사고로 사소한 말다툼을 벌인 택시운전사도 아무런 거리낌없이 둔기로 때려 살인하는 잔인함을 보인다.유씨도 단지 윤락여성에 청혼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이유로 윤락여성 등 불특정 다수를 아무런 죄의식없이 살해했다. 영화속 주인공이 친부모를 끔찍하게 살해한 것처럼, 부유층 노인을 잔인하게 살해하기도 했다. 또 영화속 주인공의 냉철함도 유씨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영화속에서 주인공은 경찰을 농락하는 등 지능적이고 냉정함을 잃지 않는다.유씨도 경찰조사과정에서 “CCTV에 자신의 얼굴이 찍혔고, 발자국 등도 남겼는데, 왜 경찰이 못 잡았느냐”는 식으로 경찰을 우롱하기도 했다. 영화 ‘베리 배드 씽’은 시체를 전기톱으로 토막내 살해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이 역시 유씨의 범행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그 역시 자신의 원룸 화장실에서 여성을 무참히 토막 살해했다.이와 함께 영화‘유주얼 서스팩트’에서 처럼, 유씨가‘완전 범죄’를 노렸을 가능성이 크다.

유주얼 서스팩트는 부두에서 27명이 사망하고 9,000만 달러가 증발하는 유혈극을 다룬 범죄심리영화.영화에서 경찰이 유일한 생존자인 범죄자 버벌(케빈 스페이시 분)을 상대로 범죄 행각에 대한 진술을 들으면서 진행된다. 영화속에서 버벌은 다리를 절며, 지능적으로도 약간 떨어진다. 그리고 버벌은 범죄 행각 진술도 횡설수설한다. 이에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게 된다. 경찰은 이런 점 때문에 버벌에 대한 의심을 풀고, 그를 놓아주고 만다. 하지만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경찰서를 나오자마자 멀쩡한 사람으로 둔갑하며 영화는‘반전’된다.유씨도 이런 영화 내용을 보고 흉내낸 것으로 보인다. 그는 검거될 당시 경찰 의심을 풀기 위해 다리를 절뚝거렸다.

도주 우려가 없는 것처럼 경찰을 철저히 속였던 것. 이 때문에 유씨는 조사중 경찰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주하기도 했다. 또한 영화 속 주인공이 그랬던 것처럼, 검거 당시 경찰의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서울 남부 지역 살인 사건’을 자신이 저질렀다며 횡설수설하기도 했다. 이처럼 유씨의 원룸에 있는 영화들이 그의 연쇄 살인의 교과서였을 심증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영화나 TV의 폭력을 접촉함으로써 공격적인 태도와 행위를 배우게 된다”며 “특히 사회에 대한 불만이 많은 사람의 경우 폭력물을 보며 사회에 대한 적대감을 표출하기도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회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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