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 : 사실 저도 당시로는 조금 낯간지러운 얘기라고 생각은 되었지만 달리 방도가 없었기에 불가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도청이었어요. 경북도청에서 23개 시·군의 자료를 수합하여 행정안전부로 보낼 때 사업의 우선순위를 잘 받는 게 중요했지요. 경북 도청에서 다른 시·군을 제치고 앞 순위를 받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 L팀장 : 경북도청의 우선순위는 잘 받았는가요.
▲ 신 : 잘 받았습니다. 2번으로 받았지요. 예천공항에서 34㎞나 떨어진 단산지역의 소음피해는 사실상 객관성이 떨어지지요. 그래서 무조건 도청 실무진에게 읍소했어요.
“단산터널은 도로예산으로는 사업비 확보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문경시에서 500억 원을 시예산으로 확보할 수도 없지요. 논리적으로 타당성이 떨어지는 줄 잘 압니다. 사업은 해야겠는데 방법이 없습니다. 제발 살려 주십시오.”
객관성이 떨어질 때는 읍소하는 게 상책이지요. 우리의 읍소작전이 성공한 것이지요. 경북도에서 당당히 2번으로 행정안전부에 전달되었어요.
행정안전부 통과는 별 문제가 없었지요. 현재 설계를 마치고 공사 착공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8. 신기 제2산업단지 조성
- L팀장 : 2007년 어느날 신문에서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이전 소식을 보고 시장님께서 곧장 이천 공장으로 달려갔었지요.
▲ 신 : 그렇습니다. 문경에 공장 지을 땅이 많으니 문경으로 오십시오 했습니다. 그런데 망신만 당했습니다. 당장 공장을 옮겨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나대지가 필요한 게 아니고 당장 공장을 옮겨야 할 공장 부지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문경에는 공장 부지로 조성한 산업단지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아무런 준비가 없는 상태였지요. 그때 공장을 유치하려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지만 미리 산업단지를 조성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위치 실패 후 저는 신기 제2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구상했지요.
- L팀장 : 문경은 청정지역으로 대규모 공단 조성에 적합지 않다는 지적이 많은데요.
▲ 신 : 그렇지 않습니다. 인구를 늘리는 현실적 방법은 공장 유치이지요. 산업단지 조성입니다. 낭만적인 방법으로 인구를 늘리는데는 한계가 있지요. 인구를 늘리는 현실적 방법은 뭐니뭐니해도 공장유치 밖에 없습니다. 저는 그것을 믿습니다. 공장을 유치하되 물을 적게 쓰고 공해를 일으키지 않는 친환경 공장을 유치하면 됩니다. 사실 우리나라 최초의 공장이 바로 문경시멘트 공장이지요. 이승만 대통령시절 우리나라 최초의 시멘트 공장이 문경(신기공단)에 건설되었지요. 초등학교시절 사회교과서에 문경시멘트 공장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는 문경시멘트 공장이 있는 신기산업단지 바로 인근 땅에 신기제2산업단지 조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 L팀장 :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하려면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지 않습니까.
▲ 신 : 그렇습니다. 돈이 문제이지요. 시자체 예산으로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은 불가합니다. 그래서 LH공사를 방문했지요. LH공사 간부를 만나 신기제2산업단지 조성을 건의했습니다. 그런데 한 마디로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돈이 없다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문경은 사업의 타당성이 없다는 것이었지요.
하는 수 없이 민자쪽으로 방향을 돌렸지요. 먼저 문경과 인연이 많은 현대건설 K사장님을 찾아갔습니다. K사장께서 반갑게 맞이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신기제2산업단지 조성을 부탁 드렸더니 그냥 웃으셨습니다. 규모도 작고 타당성이 없다고 정중히 거절하셨습니다.
다음으로 문경출신인 대우건설 S사장을 찾아 갔지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외에도 제가 잘 아는 건설업체를 모두 찾아가서 부탁드렸습니다. 결론은 모두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LH공사도 안되고, 민자도 안되고 마지막 남은 수단은 시 예산으로 조성하는 길 밖에 없었습니다. 신기제2산업단지 12만5000평을 조성하려면 소요예산이 500억 원 가까이 되었지요. 시 재정으로 감당하기는 사실상 엄두도 못 낼 일이었습니다.
저는 우선 땅부터 사고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땅부터 사 놓고 나면 길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땅부터 사자고 지시했지요. 그런데 토지 감정을 했더니 땅값만 180억 원(평당 15만 원)이었지요. 예산계장을 불렀습니다. 어떻게 땅값을 마련해 보라고 지시했습니다. 결국 2009년 긴축 예산편성으로 겨우 80억 원을 마련했습니다. 더 이상은 불가하다고 했습니다. 결국 모자라는 100억 원은 기채를 내라고 했지요. 사실상 빚내기는 싫었지만 불가피한 상황이었습니다. 땅값 때문에 빚내는 것은 공단조성해서 분양하면 다 회수되는 돈이니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이제 공사비가 문제였습니다. 공사비까지 빚을 내어 지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공사비를 확보하기 위해 다시 서울로 쫓아갔습니다.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국회를 방문했어요. 그러나 모두가 허사였습니다. 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마음은 편안했습니다. 땅은 사놨고 도시계획상 지목도 공장부지로 바꾸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타당성조사 환경영향 평가도 다 마쳤습니다. 공사비가 마련되는대로 그때 가서 공사하면 됩니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2011년 초 강원도(태백, 정선)에서 폐광지역에 대한 추가 지원을 MB정부에 강력하게 건의하기 시작했습니다. 낙후된 폐광지역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지요. 무릎을 치며 “이거다”하고 좋아했습니다. 준비하고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온다는 것이었지요. 저도 그때 동참을 했습니다. 대책회의에도 참석하였습니다. 중앙부처, 국회 방문시에도 함께 동참했습니다.
6개월 가까이 몸으로 부딪힌 결과 마침내 긍정적인 답을 얻어 냈습니다. 지식경제부에서 필요한 사업이 있으면 제출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문경은 신기 제2산업단지 조성 사업비 200억 원을 요구하였지요. 2011년 10월 드디어 지식경제부에서 200억 원 지원해 주겠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정말 예상치 못한 결과였습니다. 이제 우리 문경에도 산업단지를 우리 손으로 마련할 수가 있다고 생각하니 기쁘기 그지 없었습니다. 신기제2산업단지는 접근성도 좋아 우량기업을 유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공단 조성 후 분양하면 400억 원 가까이 수입이 생길 것입니다. 그러면 문경시 부채까지 몽땅 갚을 수 있을 것입니다.
되돌아보면 감회가 새롭습니다. 저의 공단 조성에 대한 집념이 성공을 이루게 했습니다. 그런데 시의회 모의원은 저의 땅이 그곳에 있다는 루머까지 퍼뜨렸다고 합니다. 이런 모함도 좋습니다. 신기 제2산업단지 현장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 L팀장 : 마성면 외어리에 봉룡산업단지도 유치하셨지요.
▲ 신 : 그렇습니다. 봉룡산업단지는 순수 민자사업입니다. 제일 케이블과 문경시가 일반산업단지 조성에 대한 협약서를 체결하였지요. 12만평의 임야를 개발하여 일반산업단지를 조성하게 되지요. 그저 굴러 들어온 복덩이입니다. 우리 문경시는 공단조성에 필요한 행정적 협조만 하면 됩니다. 앞으로 큰 효자역할을 할 것입니다.
제 9장
아름답거나 재미있어야 한다
1. 두 가지 원칙
- L팀장 : 시장님은 모든 프로젝트를 추진 할 때 2가지 원칙을 강조하십니다. 아름다워야 하고 재미있어야 한다는 원칙 말입니다.
▲ 신 :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대표에게서 배운 원칙입니다. 영상문화사업을 논의하면서 이 대표는 늘 2가지 원칙을 강조했어요. SM이 오늘의 K팝을 이룬 것도 이 대표의 끊임없는 2가지 원칙 덕택이라고 했습니다.
“첫째, 아름다워야 한다.”
“둘째, 재미있어야 한다.”
이수만 대표는 모든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늘 이 원칙을 지켰다고 했습니다. 이 두 가지를 다 충족하면 그 프로젝트는 반드시 성공하고, 이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도 충족하지 못한다면 그 프로젝트는 반드시 실패한다는 이야기를 했지요. 참으로 중요한 이야기였어요. 저도 시장직을 하면서 늘 저 스스로에게 2가지 질문을 던졌지요.
“그것이 아름다우냐”
“그것이 재미있느냐”
그렇습니다. 아름다워야 합니다. 재미있어야 합니다. 아름다워야 하고, 재미있어야 함은 동서고금을 통한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일도 아무리 필요한 사업도 아름답지 못하고 재미있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저는 시장 5년 6개월 하면서 알았습니다. 배웠습니다. 터득했습니다. 아름다워야 하고 재미있어야 합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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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국 ilyoseoul@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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