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대자본에 점령당한 5·9호선 ‘여의도역’
[현장르포]대자본에 점령당한 5·9호선 ‘여의도역’
  • 박수진 기자
  • 입력 2013-02-12 15:31
  • 승인 2013.02.12 15:31
  • 호수 980
  • 3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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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점령군, 지하세계 침투 시작됐다"

[일요서울│박수진 기자]‘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롯데(회장 신동빈)의 지하철 상권 독점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롯데 계열사인 코리아세븐의 세븐일레븐은 2007년 서울도시철도공사로부터 지하철 5~8호선 역사 내 편의점 단독 입점 사업권을 낙찰 받아, 현재 약 70여 개의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게다가 일부 지하철 역사 내에서는 롯데 계열사인 커피전문점 엔제리너스가 입점해 운영 중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롯데가 지하상권을 독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현재 일부 지하철 역사 내에는 900~1000원 가량에 판매되는 저가 커피브랜드가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어 자본을 내세운 롯데의 진출로 인해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엔제리너스, 여의도역 9호선에만 20m 간격으로 두 곳 입점
바로 옆 5호선에는 세븐일레븐 위치해 있어…중소상생은 혼잣말

세븐일레븐의 지하철 역사 내 편의점 진출은 도시철도공사가 2007년 ‘역 구내 편의점 운영사업자 선정 현장입찰’ 공고를 내면서부터 시작됐다.

공사는 2007년 9월부터 141개 역 가운데 138개 역에 편의점을 설치·운영할 방침을 밝혔다. 공사 쪽이 내건 입찰 자격은 현재 국내 100곳 이상의 직영 및 위탁 운영하는 편의점 사업 운영자로, 해당 사업자는 세븐일레븐을 포함한 GS25, 훼미리마트(현 CU), 미니스톱, 바이더웨이로 모두 대기업 사업자였다. 

이 때문에 당시 지하철 역사 내 대기업 편의점 입점을 두고 기존 상인들의 반발이 심하게 일어났다. 기존 구내매점 상인들은 ‘서울시 공공시설 내의 신문, 복권판매대, 매점 및 식음료용 자동판매기 설치 계약 조례’에 의해 혜택을 받던 저소득층이었기 때문이다. 조례는 지하철 역사 내에서 해당 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 자격을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이면서, 장애인(1~2급), 65세 이상, 모·부자 가정, 독립유공자 가정으로 한정했다.

하지만 이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당시 롯데를 포함한 다른 대기업들은 공개입찰을 강행했다. 결국 세븐일레븐은 지하철 5~8호선 구역 역사 내 편의점 단독 입점 사업권을 낙찰 받았고 5년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세븐일레븐은 당시 계약을 따낸 5호선 47개 매장 외에도 6호선과 8호선 50개 매장, 1~4호선 21개 매장, 부산지하철 18개 등 총 137개의 지하철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서울도시철도공사와의 재입찰을 통해 2017년까지 추가 운영권을 따내면서 5호선 역사 내 47개 편의점을 계속해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롯데가 또 다른 계열사인 커피전문점 ‘엔제리너스’를 일부 역사 내에 입점시키면서 커피전문점으로 소상인 시장 사업에 물꼬를 트고, 그 영역을 확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현재 2~4호선 지하철 역사 내에서는 저가 브랜드의 커피전문점들이 운영되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 경쟁 입찰 방식으로 분양이 되기 때문에 이들이 롯데라는 거대 자본에 밀리거나 또는 이로 인해 사업 영역 확장에 제한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일요서울>이 찾은 지하철 5호선과 9호선의 환승역인 여의도역사 내에는 엔제리너스 2곳이 20m 간격으로 입점돼 있다. 두 곳은 같은 사업주로 한 곳은 테이크아웃만 가능한 형태를 띠었고, 나머지 한 곳은 4개의 작은 테이블이 위치해 있어 여타 매장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리고 엔제리너스 매장 바로 옆에 세븐일레븐이 위치해 있어 여의도 역사가 롯데에 의해 점령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 [사진1]9호선 여의도역에 위치한 커피전문점 엔제리너스.

▲ [사진2]9호선 여의도역에 위치한 커피전문점 엔제리너스. [사진1]과 불과 20m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 5호선 여의도역에 위치한 편의점 세븐일레븐. 이 곳은 [사진2]와 불과 10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현재 9호선 상점 입점 방식은 기존 지하철 상점 입점과 달리 유통 전문 기업인 ‘GS리테일’이 2007년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이에 GS리테일은 9호선 역사에 들어설 114개 매장을 자체적으로 선정, 관리하고 있으며 매장은 전부 100% 브랜드 매장만 들어올 수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대기업의 지하철 내 독점은 더욱 심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일요서울]과 만난 인근 상점 관계자는 “롯데가 역사 내 편의점에 이어 커피 사업까지 가세하면서 싹쓸이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900~1000원에 판매되고 있는 저렴한 커피 전문점이 언제 거대자본에 밀릴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 지하철 역사 내에 위치한 저가 커피브랜드.

이어 “계열사가 많은 롯데의 경우 여러 지하철 노선에 분산시켜 입점 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엔제리너스 측의 입장을 듣고자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soojina6027@ilyoseoul.co.kr

박수진 기자 soojina602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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