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양심’으론 법해석 달라진다
그들의 ‘양심’으론 법해석 달라진다
  • 이인철 
  • 입력 2004-08-05 09:00
  • 승인 2004.08.0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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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보 1심 뒤집은 판결로 유명

안기부 예산을 선거자금으로 전용했다는 이른바 ‘안풍사건’의 1심을 뒤집은 판결을 내려 화제가 되고 있는 노 부장판사. 그는 안풍사건 판결문을 통해 “도마뱀 꼬리를 자른다고 도마뱀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도마뱀이 현장에 있었다는 증거만 될 뿐”이라는 말로 김영삼 전대통령을 간접적으로 지목해 큰 이슈를 낳았다. 경기고, 서울법대를 졸업했고 1978년 사시 20회로 법조계에 입문한 노 부장판사는 대전지법 천안지원장,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 서울지법 부장판사, 법원행정처 법정국장 등을 거쳐 지난해부터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재직중이다.

법조계에선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고위층으로부터도 상당한 신뢰를 받고 있는 법조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 부장판사는 특히 고법에 재직하며 ‘안풍사건’처럼 1심 판결을 자주 뒤집는 판결을 내린 사례가 많아 법조계에선 화제를 낳는 인물로 통한다는 전언이다. 이 때문에 판결전부터 안풍사건 항소심이 뒤집어질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실제 노 부장판사는 올 2월엔 어린이 성폭행 피해자의 진술이 구체적이지 않아도 대체로 일관적일 경우 성폭행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가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성추행 혐의만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성폭행 사실을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한 것. 지난해 7월초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던 오상수 전 새롬기술 사장에 대한 항소심에서도 판결을 뒤집었다. 노 부장판사는 분식회계를 하고 거짓공시를 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오상수 전 새롬기술 사장에게 “일반 투자자들의 투자의욕 감퇴, 기업 투명성 훼손에 대한 책임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해 법정 구속했다.

소신. 튀는 판결로 주목

최근 대법원에서 유죄를 선고해 사법적인 논란이 매듭지어진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려 주목을 받은 이정렬 판사도 사법부에서 이름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이 판사는 “개인의 양심의 자유와 국가의 형벌권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국가가 구성원의 생명, 자유 보호를 위해 존재하는 만큼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정당하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는 또 공무원 노조의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조합원 23명에 대해 ‘선고유예’라는 진보적 판결을 내렸다.

당시 그가 내린 두 판결을 두고 사법부에선 ‘이정렬 쇼크’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로 보수성향의 법조계에 큰 파문을 낳았다. 최근엔 검찰이 구형한 형량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하는 판결을 내려 또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예비군 훈련에 불참한 혐의로 검찰에 의해 100만원이 구형된 전모(29)씨에게 “양심의 자유를 지키겠다는 사람들도 1년6월씩 징역형을 받는데 전씨는 단순히 늦잠을 자느라 모든 국민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해 필수적인 국민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징역 4월을 선고한 것.

이른바 ‘튀는 판결’을 내리는 판사로 불리는 이 판사는 서울대 법학과 3학년 때 사시에 합격, 육군 법무관 생활을 거쳐 1997년 서울지법 남부지원 판사로 첫 발령을 받았다. 이 판사는 진보성향의 법조인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에서 활동했다. 부인 역시 서울남부지법의 판사로 근무중인 ‘법조 커플’이다. 법조계에선 그가 또 어떤 튀는 판결을 내릴지 벌써부터 궁금해하고 있다.

이인철  chle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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