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박근혜 취임식, 대한민국과 결혼…신혼여행지는 어디?
[기획취재] 박근혜 취임식, 대한민국과 결혼…신혼여행지는 어디?
  • 서원호 기자
  • 입력 2013-02-08 17:31
  • 승인 2013.02.08 17:31
  • 호수 980
  • 6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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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 등 스토리텔링 담은 국민감동 취임식 돼야” 여론

▲ 선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어린이날 표창에 함께 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사진=뉴시스)

[일요서울Ⅰ서원호 기획취재국장] 2월 25일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한민국과 결혼하는 날이다. 박 당선인이 대한민국을 신랑 삼아 앞으로 5년간 청와대에 신방을 꾸미고, 국민과 함께 더불어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신혼살림을 시작하게 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이에 따라 박 당선인이 신랑 대한민국과 청와대에 마련한 신혼살림집에 들기 전 ‘첫날밤’을 보내게 될 ‘신혼여행지’가 덩달아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상적인 신혼부부의 첫날밤은 결혼식을 마친 후 떠난 ‘신혼여행지’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지지하는 단체인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박정모)’이 박 당선인의 결혼식 청첩장을 제작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면서 ‘신혼여행지’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부상했다.

박정모는 청첩장 제작 취지로 “박 당선인의 취임식인 2월 25일을 당선인이 대한민국과 결혼하는 의미 있는 날로 기억하고 대통합과 상생의 시대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세계에서 으뜸가는 대한민국의 발전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취임식 국민감동 적다” 전문가ㆍ시민 지적 잇달아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정은정(여, 38세) 주부는 “오는 25일 치러지는 제18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준비와 관련된 뉴스를 보면 큰 틀에서 앞선 대통령들의 취임식과 크게 다르지 않아 국민감동이 적다”면서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이 결혼식이라면 국민감동의 날이자 대한민국이 행복한 날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여성대통령으로서 포근하고 인자한 어머니의 손길로 서민을 보살피는 민생 대통령이 되겠다”고 국민과 약속한 만큼 ‘절차를 위한 취임식’을 넘어 ‘축제의 결혼일’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정모가 풍자한 ‘대한민국과의 결혼’이 인터넷을 풍미한 것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국민 모두가 박 당선인의 결혼식에 얽힌 스토리와 추억을 만들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특히 박 당선인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딸이기 때문에 역사적이고 국민적으로 얽힌 애환의 스토리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육 여사의 따뜻한 어머니 리더십은 박 당선인과 연결 지을 이야기들로 넘쳐난다. 육 여사는 소외된 이웃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한센인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당시 전국 87개 한센인촌을 방문하고 자활사업을 지원하는데 앞장서 한센인들의 가장 다정한 벗이었다.


1965년 봄 그해 식목일을 맞아 꽃씨 상자 9개를 9개의 한센인 마을에 보냈다. 1970년 12월 크리스마스 전날 육 여사와 소록도 한센인에 얽힌 ‘빨간 사과’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날  고름 흐르는 손에 붕대를 칭칭 감은 한센인이 쭈뼛쭈뼛 다가와 작은 대나무 소반에 빨간 사과를 담아 “저희들이 영부인님께 드릴 것이라곤 이것 밖에 없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여사님” 그러면서 그 붕대 감은 손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그러자 육 여사는 그 사과를 손에 집어 들며 입고 있던 앞치마로 한센인의 눈물을 닦아 주며 “맛있겠네요. 이렇게  소중한 선물은   난생처음 받아 본답니다. 정말 감사하다고 모두에 전해주세요. 그리고 이거  여기서 먹어도 되죠”라고 말했다. 그날 육 여사와 소록도 한센인들은 함께 손잡고 울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1971년 12월 크리스마스 전날. 세찬 겨울바람으로 좋지 않은 기상조건에도 헬기로 전남의 한센인 정착촌인 현애원을 찾아 씨돼지 20마리를 손수 전달한 일화도 국민들 가슴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육 여사는 그날 현애원 한센인들의 손목을 일일이 잡고 2세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주민들의 부엌살림을 살펴보며 위로와 격려의 한나절을 보냈고, 그 후 현애원 주민 102세대 459명은 열심히 이 씨돼지를 기르고 또 새끼도 길러내 육 여사가 서거한 이듬해까지 그 씨돼지 20마리를 715마리로 불리고 여기에 닭 2000마리, 한우 40두를 확보해 기업적인 축산마을로 성장했다.


마케팅 컨설턴트 김 재열 IMI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출발은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며 “박 당선인이 취임식 날 국민과의 결혼식을 마친 다음 신혼여행지로 소록도 한센인 마을로 향해 그들과 하루 밤을 보낸다면 국민감동의 첫날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경숙 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부총장도 “박 당선인이 취임식 후 대통령으로서 공식일정으로 첫날밤을 소외된 국민과 함께 보낸다면 국민감동을 넘어 세계가 놀랄 것”이라며 “국민들은 이날을 행복한 날로 기억함은 물론 국민대통합의 역사적인 날로 역사는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록도로 신혼여행 떠나면, 세계가 놀랄 것”


현재 알려진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은 역대 최대 규모인 6만 여명이 참석하고,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3만 여명은 일반국민들의 신청을 통해 선정ㆍ초청된다. 신청사연과 세대, 지역과 성별 등을 고려해 참가자를 선정한 뒤 이달 중순께 명단을 취임식 준비위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될 예정이다.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라는 공식 슬로건을 내건 이번 취임식 행사의 개념과 기조는 ‘통합과 전진, 국민의 삶 속으로’이다. 김진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국민 대통합을 통해 하나로 모여진 국민적 에너지를 바탕으로 희망찬 새 시대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취임 행사는 25일 0시 지역과 계층 등을 고려해 선정된 18명의 국민대표가 서울 종로의 보신각종을 타종함으로써 18대 대통령의 5년 임기 개시를 알리는 것을 시작으로 타종 행사 이후 오전 국립묘지 참배, 국회의사당 취임식 행사, 오후 경축연회, 외빈 만찬 등으로 순으로 진행된다. 취임식 식전 행사에는 인기가수 ‘싸이’의 축하 공연도 열린다. 또 광화문 광장과 취임식장 등에서 국민의 소원과 바람을 담을 수 있는 오방색 복주머니 행사와 희망꽂이판도 운영될 예정이다.


이전의 전임 대통령 취임식 행사와 비교하면 참석인원만 다수 늘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17대 대통령 취임식에는 일만 국민 등 4만5000명, 16대에는 4만2000명이 초청된 바 있다. 지엽적인 프로그램만 몇 가지 다를 뿐 국회의사당에서의 취임식 행사와 공연, 경축연회 등 큰 줄거리는 역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


취임식장에 굳이 참석하지 않아도 TV를 통해 흔히 보아왔던 말하자면 그 나물에 그 밥인 셈이다. 취임식 준비위가 내건 슬로건 ‘희망의 새 시대’와 ‘통합과 전진, 국민의 삶 속으로’라는 개념도 잘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이러한 취지를 가슴으로 느끼고 받아들이는 국민 공감을 일으킬만한 프로그램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통령 취임식과 같은 국가적 큰 행사는 국민 또는 국가 공동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의식을 행하는 상징적인 행위이다. 대통령 개인에게는 임기가 시작되는 것을 알리는 일종의 대관의식(戴冠儀式)과도 같은 공공 예식이자 국민들로서는 박근혜 당선인이 천명한 ‘국민행복시대’가 개막되는 역사적인 날이기도 한다.


그러나 말로만 하는 약속에는 진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공감과 동의는 국민과의 직접소통의 범위를 확대할 때 커진다. 박근혜 제18대 대통령의 첫 행보부터 국민대통합의 스토리텔링이 새겨져야 할 이유다. 신부 박근혜가 대한민국을 하나로 엮어내는 국민감동의 국민드라마를 신랑 대한민국은 기대하고 있다.


서원호 기획취재국장

서원호 기자 os054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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