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룰 수 없기에 더욱 간절한… 뮤지컬 아이다
이룰 수 없기에 더욱 간절한… 뮤지컬 아이다
  • 유수정 기자
  • 입력 2013-02-05 15:09
  • 승인 2013.02.05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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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아이다 <사진출처 = 신시컴퍼니>

[일요서울 | 유수정 기자] 뮤지컬 ‘아이다’는 여자 주인공이 극의 대부분을 이끄는 몇 안 되는 뮤지컬 중 하나다. 강인함의 대명사로 인식되는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와 철부지 암네리스 공주의 대조되는 모습은 각각의 캐릭터의 특징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대비를 통해 흑과 백의 차이를 더욱 명확히 한 셈.

아이다는 이집트 군사들에게 포로로 붙잡힌 상황에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그들에 대항한다. 노예로 팔려갈 정황 속에서도 뛰어난 검술과 무예 실력으로 적들과 맞서 싸운다. “내 조국과 민족들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라고 외치는가 하면 고통에 몸부림치는 동포들을 잊은 채 혼자만 평온을 누리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한다. 아이다의 이 같은 모습에서 흔히 말하는 여성성을 찾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이런 아이다에게서 묘한 매력을 느꼈다는 평이다. 국민들의 희망을 가득 짊어진 한 나라의 공주도 사실은 한 남자의 사랑에 행복을 느끼는 한낱 여자에 불과하다는 점에 알 수 없는 이끌림을 경험한 것이다.

이처럼 공주로서 지켜야하는 막중한 임무와 이루고 싶은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녀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단순한 미(美)의 개념이 아닌 내면의 진정한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의견이다.

이집트 파라오의 딸 암네리스 공주의 상반된 캐릭터는 아이다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관객들에게 다가왔다. 그러나 치장하는 것에 모든 시간을 쏟는 철부지 그녀 역시도 사랑하는 이의 관심을 갈구하는 여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관객들에게 강한 울림을 전한 듯 보였다.

특히 자신이 사랑하던 라다메스 장군과 아이다와의 관계를 알고 난 뒤 보여준 그녀의 모습은 암네리스의 새로운 면모를 확연히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이집트의 새로운 통치자로서 한걸음 성장한 모습은 관객들로 하여금 뜨거운 박수를 이끌어냈다.

아이다와 암네리스가 극의 대부분을 이끌어 나가는 만큼 캐릭터의 특성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는 배우의 캐스팅은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더욱이 초연과 2010년 공연에서 연달아 참여 했던 옥주현이 완벽한 아이다를 선보인 탓에 이번 캐스팅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는 남달랐던 터.

이 같은 상황에 들려온 소냐의 캐스팅은 팬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초연 당시부터 캐스팅 1순위로 자리했던 그녀는 폭발적인 가창력과 감성을 적시는 보이스로 ‘아이다’의 감동을 배가시킬 수 있는 특별한 배우였던 것이다.

특히 소냐의 외모는 실제 아이다가 눈앞에 있는 듯한 특별한 요소로 자리해 극의 몰입도를 한층 끌어 올렸다는 평이다.

이밖에도 KBS ‘불후의 명곡’에서 매혹적인 가창력으로 실력을 입증 받았음은 물론 인지도까지 단숨에 쌓아 올린 차지연이 아이다 역에 더블 캐스팅 돼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 뮤지컬 아이다 <사진출처 = 신시컴퍼니>

캐스팅에 대한 기대를 자랑할 만큼 뮤지컬 ‘아이다’는 안무와 음악, 무대 연출의 3요소가 완벽한 공연이다. 특히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화려한 안무는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을 정도다. 아프리카 전통 춤을 그대로 재현하는가 하면 완벽한 군무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고정시킨다. 또 엘튼 존의 팝 음악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안무로 흥을 돋운다.

이 같은 완벽한 무대의 비법은 ‘아이다’만의 특별한 오디션 방법에 있다. 극의 완성도를 더욱 높인 앙상블은 혹독한 오디션으로 선발된 재인이었던 것.

이번 오디션은 여타 작품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다. 배우들 개개인의 능력을 평가해 팀을 구성한 뒤 연습을 시작하는 일반적인 방식에서 벗어난 것이다.

‘아이다’만의 고난이도 안무를 소화해 낼 수 있는 배우를 색출하기 위해 몇 백 명의 응시자들에게 동시에 안무를 교육시켰다. 이후 서로간의 평가를 내리는 방식으로 공개적인 오디션을 치러 ‘아이다’에 적합한 멤버를 구성했다.

‘아이다’ 제작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1차 선발된 멤버 중 누비아인으로서의 한(恨)과 이집트인의 화려하고 강인한 모습을 동시에 연출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배우들을 최종 선발해 완벽한 앙상블을 이뤄냈다.

이렇게 선발된 31명의 배우들의 연기와 안무는 엘튼 존의 음악과 한데 어우러지며 빈틈없는 무대로 재탄생했다. ‘아이다’가 가지고 있는 시대적 상황에 현대적 색채를 더한 기법으로 특별함을 더한 엘튼 존의 음악을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해 낸 것이다.

앞서 뮤지컬 ‘라이온 킹’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엘튼 존과 팀 라이스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으로 제작된 이번 작품은 독특하게도 극본에 어울리는 가사가 먼저 작성된 뒤 작성된 가사에 영감을 얻어 작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두 사람은 이번 작품이 베르디의 오페라를 연상시키지 않도록 하는데 주력했다. 또 그들의 음악이 가장 현대적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노력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탄생한 음악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는 극본에 딱 맞아 떨어졌다. 특히 흑인음악과 도시적 느낌의 락, 가스펠, 발라드 등 모든 장르를 섭렵하며 자칫 단순할 수 있는 스토리에 긴장감과 감동을 증가시켰다.

이와 함께 전쟁 중인 이집트 군사들의 강인함을 표현한 붉은 무대 조명과 터키즈 빛깔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 암네리스의 목욕탕, 까만 밤하늘을 수놓은 별빛과 한 폭의 그림 같은 나일강의 풍경은 마치 한 편의 아름다운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는 평이다.

이처럼 뮤지컬 ‘아이다’는 엘튼 존의 음악을 더욱 특별한 무대로 표현해낸 배우들에 화려한 무대 연출이 더해져 완벽한 3요소를 이뤘다. 여기에 뮤지컬 전문 극장으로 입지를 다진 특별한 장소가 공연의 완성도의 대미를 장식했다.

뮤지컬 제작의 최고 경지를 자랑하는 디즈니가 애니메이션에 기반을 두지 않고 오로지 성인만을 위해 제작한 뮤지컬 ‘아이다’는 오는 4월 28일까지 신도림 디큐브 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crystal07@ilyoseoul.co.kr

유수정 기자 crystal0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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