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단체장 선거열풍 ‘마감’, 협회장 도전하는 회장님들 덕에 재계 들썩
1석 2조 노림수 뒤엔 회장님들의 흑역사 존재…이미지 개선 차원(?)
‘브랜드·기업인지도’ 통한 매출 증대 효과 ‘톡톡’
황태자의 협회장 당선…떠오르는 검찰 흑역사 될까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대기업 총수들의 스포츠협회장 당선이나 재임 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 21일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자전거연맹 협회장 재선임에 이어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대한축구협회장직에 당선됐다. 해당 기업들은 스포츠마케팅을 통해 유·무형의 이익을 창출해 낼 수 있다며 환호한다. 투자를 통해 소속팀이 좋은 성적을 올릴 경우 브랜드와 기업 인지도를 높여 매출신장으로 이끌고, 임직원들의 단결력을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오너리스크에 따른 비판을 스포츠 후원을 통해 개선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공교롭게도 스포츠협회장 직을 맡는 총수들 중에는 ‘흑역사’를 가진 인물들이 많다. 재벌 그룹 회장들의 스포츠협회장 당선소식과 그들의 흑역사를 함께 알아본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제 52대 대한축구협회장에 당선됐다.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2013 대한축구협회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기호 2번 정몽규 후보가 당선, 향후 4년간 대한축구협회를 이끌어갈 새로운 수장으로 선출됐다.
선거 당일까지도 대의원들의 표심을 도저히 가늠할 수 없었던 분위기답게 2차 결선투표까지 진행되는 박빙승부로 진행됐다. 1차 투표에서는 당선자가 나오지 않았다. 24명의 대의원(축구협회 산하연맹 회장 8명+시도축구협회장 16명)들의 표심이 엇갈렸다.
1차 투표결과 기호 1번 김석한 후보가 6표, 기호 2번 정몽규 후보가 7표, 기호 3번 허승표 후보가 8표, 기호 4번 윤상현 후보가 3표를 받으면서 모두 과반 득표에 실패, 2차 결선투표로 이어졌다.
다득점자인 2번 정몽규 후보와 3번 허승표 후보가 양자구도로 맞붙은 2차 투표에서 정몽규 후보가 15표를 받으면서 9표에 그친 허승표 후보를 따돌리고 52대 축구협회장으로 당선되는 영예를 안았다. 현대家에서 또 한명의 단체장이 탄생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경제지에서는 현대가가 스포츠경영에 많은 관심이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이들 화장들의 흑역사도 빠지지 않았다.
정몽규 회장은 한때 검찰과의 악연이 있었다. 2006년 검찰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에게 구형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정 회장이 비자금 조성 사실을 사전에 알았다는 점 등을 들어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정 회장은 1999년 회사 소유의 고려산업개발 주식 550만 주에 대한 신주인수권을, 진승현 씨를 통해 이중 매매하고 비자금 56억 원을 만든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하지만 다음달 열린 공판에서 재판부는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 회장이 조성해 개인적으로 사용한 비자금은 3억 원에 불과하고, 회사에 재산상 피해를 입혔다고 볼 수도 없어 벌금형을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SK그룹 회장인 최태원 대한핸드볼협회장도 지난달 24일 연임에 성공했다.
대한핸드볼협회는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정기대의원총회를 열고 제24대 회장 선거에 만장일치로 단독 입후보한 최 회장을 차기 협회장으로 선출했다.
이로써 2008년 12월 핸드볼협회장에 취임한 최 회장은 연임에 성공하면서 핸드볼계의 수장직을 이어가게 됐다. 하지만 수백억 원대의 회삿돈을 개인적인 용도로 쓴 혐의로 검찰과의 악연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범행 수법이 불량하고 손해의 규모가 크며 최 회장이 동종 범죄 전과가 있는데다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점이 단 한번도 없었다”며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또 “SK가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검찰 수사를 방해하고 증거를 인멸했으며 재판 과정에서도 최 회장의 형사 처벌을 면하게 하기 위해 사실 관계를 왜곡했다”며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SK그룹 계열사가 창업투자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2800억 원 가운데 497억 원을 빼돌리고 그룹 각 계열사 임원들에게 실제 지급해야 할 금액보다 많은 성과급을 지급한 뒤 이를 돌려받는 수법으로 139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지난달 31일 법정구속됐다.
최 회장은 이번이 네 번째 검찰과 악연이다. 1994년 외화 밀반출 혐의로 검찰과 첫 대면한 최 회장은 증거 불충분으로 일단락됐지만 이후에도 장인인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분식회계 및 이번 횡령 및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과 다투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회장 또한 탁구협회 18년 역사 중 처음으로 만장일치로 대한탁구협회장에 선출됐다.
지난달 25일 열린 대한탁구협회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조 회장은 대의원 19명의 만장일치로 21대 회장에 선출됐다.
조양호 회장은 최근 현역에서 은퇴한 대한항공 소속 김경아 선수의 2세 계획을 위해 시간적인 배려를 하는 한편 현정화 전 국가대표 감독의 어학연수를 위해 직접 나서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또 대한탁구협회 차원에서 국·내외 대회의 메달리스트와 국가대표 선수들이 은퇴 이후에도 탁구를 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향후 진로를 배려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조 회장은 지난해 런던 올림픽 기간에 예선부터 결승까지 17일 동안 모든 경기를 참관하며 선수단을 뒷바라지했다. 선수단과 동고동락하며 현장에서 열정적인 응원을 보낸 것은 물론 애덤 샤라라 세계연맹 회장, 차이 전화 아시아탁구연합회장 등 국제연맹 임원들을 만나 한국 탁구의 위상을 국제적으로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양호 회장 역시 흑역사는 존재했다. 조 회장은 2001년 항공기 도입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하고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50억 원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에 앞서 2004년에는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캠프에 20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검찰에 불구속 기소돼 징역 2년을 구형받았다.
시민단체와의 악연 현재 진행 중
검찰과의 악연은 아니지만 시민단체의 따가운 질타를 받는 협회장도 있다.
대한사이클연맹은 지난달 21일 서울 노보텔 앰버서더호텔에서 2103년 정기 대의원 총회를 열고 참석 대의원 15명의 만장일치로 구자열 현 회장의 연임을 결정하고 오는 3월 25대 회장에 취임해 앞으로 4년 더 회장직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구 회장은 2009년 제24대 연맹 회장을 처음 맡았다.
구 회장은 재선임이 결정되자 “대의원 여러분과 연맹의 모든 회원께서 믿고 중책을 다시 맡겨주셔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한국 사이클의 밝은 미래를 위해 모두가 화합하고 한마음으로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평소 ‘자전거 전도사’도 알려진 구자열 회장은 개인적으로 3000m 고지인 알프스를 7박8일 동안 650㎞ 완주해야 하는 ‘트랜스 알프스 대회’에 참가할 정도로 자전거에 각별한 관심과 열정을 갖고 있지만 지나친 자전거 사랑이 발목을 잡았다.
<본지 977호 - 구자열 회장의 못 말리는 자전거 사랑>에서 보도한 바 있듯이 LS그룹은 2010년부터 LS네트웍스를 통해 자전거 대리점 사업을 시작했다. ‘바이클로’라는 브랜드로 문을 연 LS네트웍스의 자전거 대리점은 서울 반포점을 시작으로 지난해 초까지 15개로 늘렸다. 대부분의 매장을 직영점으로 운영하는 바이클로에는 수백만 원대 수입 자전거가 주로 판매되며 1000만 원이 넘는 자전거도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초 이른바 ‘재벌빵집’으로 불리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가 논란이 되면서 바이클로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렸다. 대기업인 LS그룹이 자전거 대리점 사업에 뛰어들면서 기존에 자전거 대리점을 운영하던 중소상인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LS그룹은 지난해 2월 서둘러 사업 철수 방침을 밝히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사업 철수는 여전히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5월 열린 ‘서비스업 적합업종 관련 공청회’에서도 LS그룹이 자전거 사업 철수 약속이 지켜지고 있지 않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당시 공청회 참석자는 “LS그룹의 자전거 사업으로 영세업자들의 매출이 35%가량 줄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LS그룹 측은 철수를 진행 중이라고 같은 말을 반복할 뿐이었고, 여전히 사업 철수에 뜸을 들이고 있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제22대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으로 선출되면서 아이스하키 협회장으로 장기 집권한 박갑철 회장의 뒤를 잇게 됐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지난달 25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2013년 정기 대의원 총회를 열어 출석 대의원 8명 중 5명의 선택을 받았다. 정 회장은 앞으로 4년간 대한아이스하키협회를 이끈다.
1994년 만도 위니아 아이스하키단(현 안양 한라)을 설립한 정 회장은 이후 20년간 팀을 운영해 왔다. 정 회장은 “평창올림픽 출전을 위한 급선무는 경기력 향상”이라며 “세계대회의 국내 유치 등 스포츠 외교도 병행하겠다”고 말했지만 정작 회사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한라건설의 계열사인 만도 노동조합과의 마찰이 지난해부터 계속해 불거져 오고 있다. 게다가 회사 측이 노동조합 무력화 과정에서 용역업체를 투입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말 논평을 통해 “임금처럼 직접적인 재산상의 불이익에 대해 노동자가 소송을 제기해 법의 판결을 묻는 것은 지극히 합당한 조치”라며 “법에 따라 소송하자는데 협박과 해고가 웬 말이냐”며 비난했다.
재계황태자들도 흑역사 만들까 ‘예의주시’
이외에도 검찰과의 악연은 아니지만 검찰과 시민단체의 따가운 시선이 모이는 재계황태자의 스포츠 단체장 연임 소식도 눈에 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총괄 사장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지난달 25일 대한양궁협회장 3선에 성공했다. 정의선 회장은 2005년 제9대 양궁협회장에 올라 9년째 임기를 맞게 됐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위인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총괄 사장도 지난달 29일 대한빙상연맹 회장 선거에 홀로 입후보해 역시 연임에 성공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