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 의지 강한 박원순, 여차하면 무소속 출마?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대선 패배 후 ‘회초리 투어’로 지지층을 다독이고 있는 민주통합당. 그 한편에서 딴 생각을 품은 인사들이 있다. 바로 ‘차기 서울시장 선거’다. 대선 투표 결과를 봤을 때 당선가능성이 가장 높은 서울시장에 욕심이 있는 의원이 있다. ‘대권 보증수표’로 불리는 서울시장 자리에 민주통합당 중진의원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경쟁자들은 ‘박원순 재선 막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나아가 ‘박원순 재선 막기 연합전선’까지 형성될 조짐이다. 서울시장을 노리고 있는 인사들의 복잡한 심경을 들여다 봤다.
2014년 서울시장 선거를 두고 민주통합당 내부 간 ‘박원순 재선 막기 비밀 작전’이 벌어지고 있다. 2012년 민주통합당에 입당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재선을 하기 위해선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한다.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 과정에서 주류측 인사들은 당원과 대의원 투표의 영향이 절대적이라 박 시장을 상대로 해볼만 하다고 보고 있다. 일부에선 벌써부터 후보들 간의 연대를 통해 박원순 재선 불가 방침을 정했다는 얘기도 솔솔 나오고 있다.
재임 의지 강한 朴
박 시장에게 도전장을 내밀 야당 의원들도 줄을 잇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덩달아 박 시장도 “2년으로는 서울시를 바꿀 수 없다”며 재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서울시장을 노리는 민주통합당 의원들에겐 박 시장이 표적이 될 만하다. 18대 대선에서 나온 표를 대입해봤을 때 서울시장 자리는 민주통합당이 가져올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
실제 지난 대선 투표 결과를 보면 민주통합당은 송영길 인천시장·안희정 충남지사·이시종 충북지사 등이 있는 지역에서 모두 패했다. 그나마 서울지역에서만 승리했다. 때문에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통합당은 서울지역에서 무난하게 승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울 승리 요인으로 박 시장의 시정능력이 한 몫했다는 게 여야 공통된 의견이다. 박 시장은 탁월한 소통 감각을 지녔다. 지난 12일 시민중심을 강조해 온 박 시장과 시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시민청(市民聽)이 문을 열었다. 시민들의 의견을 경청하겠다는 뜻에서 관청 청자(廳)가 아닌 들을 청(聽)자를 썼다.
시정 평가도 우수하다.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 도입, 산하기관 일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당초 공약을 이행했다. 게다가 소외 계층을 지원하는 희망온돌 프로젝트와 친환경 에너지원을 발굴하는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도 호평을 받고 있다. 서울시장 출마 과정 또한 ‘파격적’이다. 안철수 전 대선 후보와 담판으로 단일화를 이뤄냈던 것. 정치 논리를 따지지 않았다는 평이다.
박 시장의 재임 의지가 강하게 드러난 것은 박 시장이 최근 책을 펴내면서다. 2011년 7월 19일 지리산을 시작으로 49일간 백두대간을 오르내리며 써내려간 기록을 묶은 책 ‘희망을 걷다’를 최근 출간했다. 박 시장은 출마 동기 및 안 전 후보와 주고받았던 메일까지 공개했다.
이런저런 발언과 행보, 그리고 성과 등을 볼 때 자연스레 서울시장을 노리는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박 시장을 견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이른바 박원순 재선 막기 결사대가 형성된 것.
‘박원순 재선 막기 결사대’에 합류할 것으로 보이는 의원만 2~3명 정도로 압축된다. 박영선·이인영·김한길 의원 등이 박 시장을 위협하는 인물로 손꼽힌다. 김 의원은 지난 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분류됐지만 본인이 스스로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내심 서울시장직을 노리고 있는 분위기다.
박 의원은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 시장과 단일화를 이뤄냈다. 단일화 과정에서 패배한 이후 승승장구했다. 대선 때는 실세로 불렸고, 대선 패배 후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될 만큼 강력한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 의원도 서울시장에 대한 욕심이 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박 의원과 이 의원의 경우 서울시장 경선에서 박 시장에게 대항하기 위해 ‘박영선-이인영 연대할 것’이라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박 시장이 1위로 경선에 통과할 가능성이 농후해 2-3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박-이가 힘을 합쳐 박 시장을 눌러 앉히겠다는 것.
민주통합당 탈당?
그래서일까. 박 시장이 불공정 경선이 발생하거나 안철수 신당이 뜰 경우 민주통합당을 탈당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민주통합당 안팎에서 나돌고 있다. 민주통합당 서울시장 경선 과정에서 기득권을 앞세운다면 박 시장이 고전할 수밖에 없다. 뒤늦게 당에 입당했고, 당원과 대의원들은 철저히 계파논리에 의해 움직인다. 민주통합당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이해찬 전 대표에게 맞섰던 비주류 김한길 전 최고위원은 당원과 대의원 표에 밀려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안 전 대선 후보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 역시 민주통합당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아서다. 따라서 박 시장도 안 전 후보와 비슷한 길을 걸을 수 있다. 경선에서는 ‘조직’ 앞에선 아무리 강한 ‘바람’이라도 조직을 이길 수 없다는 게 정치권의 정설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신당 변수도 박 시장 행보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후보는 “정치인의 길을 걷겠다”고 선언한 만큼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신당창당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당내에서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면 박 시장은 민주통합당을 탈당, 안 전 후보와 손을 잡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민주통합당 한 관계자는 “대선 과정에서 박 시장이 안 전 후보와의 관계 등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뛰지 않았다”며 “이에 대한 당내 불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박원순 재임을 막아야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다. 당내 경선의 경우 대의원과 당원들의 표심이 좌지우지해 박 시장은 박영선-이인영 등으로부터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아직 서울시장 선거는 1년 이상 남아 있다.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1년 후의 모습을 예측할 수 없다. 과연 재임에 나서려는 박 시장이 자신을 위협하는 후보군들을 물리칠 수 있을지, 아니면 신당에 참여하거나 무산될 경우 무소속 출마를 결심할 지가 정치권의 때이른 관심사다.
한편, 새누리당에선 ‘박원순 대항마’가 마땅히 없어 적잖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맹형규 전 장관, 권영세 전 의원 등이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박 시장에 비해서는 약하다는 평이다. 그래서인지 새누리당 내에서는 벌써부터 ‘박원순 대항마’로 누굴 내세워야 할지에 대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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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