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국 전 문경시장 자서전 16
신현국 전 문경시장 자서전 16
  • 신현국
  • 입력 2013-02-05 10:01
  • 승인 2013.02.05 10:01
  • 호수 979
  • 21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신 : 나중에는 성과 없이 사무실에 몇 번을 들렀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2년이 지났을 무렵 김 회장으로부터 전갈이 왔습니다.

“시장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양산에 있는 대성계전을 문경으로 옮기겠습니다”

끈기의 승리였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번에 안 되면 두 번, 두 번에 안 되면 세 번, 세 번에 안 되면 네 번으로 이어져 정성을 쏟은 것이지요. 상대방이 미안하게 느낄 만큼 끈질기게 구애를 한 것이 통한 것 같습니다.

5. 알루텍 유치

- L팀장 : 구미에 있던 LS그룹 계열사인 알루텍을 유치할 때도 시장님께서 끈질기게 노력하셨지요.

▲ 신 : 그렇습니다. 2007년 말께로 기억합니다. 알루텍의 이전계획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알루텍사를 방문했습니다. 관계자를 만나고 공장장을 만났지요. 서울본사도 방문해 사장도 만났습니다. 잘 못치는 골프 실력으로 3번이나 함께 치면서 알루텍을 무조건 문경으로 오게 해 달라고 요청했지요.

“신기산업단지는 고속도로 접근성이 좋습니다. 바로 인근에 국군체육부대도 유치됩니다.”

하지만 공단조성 분양가가 문제였지요. 알루텍 측에서는 S시에서 제시한 20만 원보다 더 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제시한 신기 산업단지의 공단조성 원가가 평당 45만 원이었어요.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했지요.

“우량기업인 알루텍을 유치합시다. 기업유치만이 문경의 인구를 늘리고 문경이 살 길입니다. 그런데 분양가가 비싸서 문제입니다. 무슨 묘안이 없을까요?”

간부들이 아무런 반응이 없었지요. 그때 투자유치과장이 기업유치 보조금 조례제정을 제안했지요.

“우량기업 유치시 특별보조금을 주도록 특별조례를 제정하시지요. 강원도 C시의 사례도 있습니다.”

그날 저는 투자유치과장에게 지시했습니다. 당장 특별조례를 마련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량기업 유치시 50억 원 범위 내에서 보조금을 줄 수 있다는 조례를 만들었습니다. 이 조례를 근거로 알루텍에 보조금을 지원해 평당 분양가를 19만 원으로 낮추었지요. 결국 S시보다 1만 원 싸게 제시했습니다.

현장 설명하던 날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어요. 모든 사람들이 현장 설명 생략하고 차량으로 한번 둘러보고 끝내자고 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했지요. 현장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우산을 쓰고 제가 직접 현장 설명을 했지요. 저는 현장 구석구석까지 설명하였습니다. 억수 같은 소나기가 내리는 데도 끝까지 설명하여 알루텍 관계자를 놀라게 했지요. 그날 저는 비를 흠뻑 맞았지요.

- L팀장 : 그런데 혹자는 시장님이 기업을 많이 유치하니까 그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거나, 로비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 신 :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는 참으로 억장이 무너집니다. 문경에 기업 하나 유치하는 게 얼마나 힘들고, 유치할 때마다 말 못할 긴 스토리가 있는데 칭찬은 커녕 그런 소리를 들으면 어깨에 힘이 쭉 빠집니다. 특히 선거 때만 되면 흑색선전, 유언비어들이 난무하지요. 생각해보십시오. 알루텍 유치에서도 보았지만 수도권의 분양가가 평당 60만 원, 70만 원이라고 문경이 19만 원을 제시해도 문경으로 안오고 수도권으로 갑니다. 수도권은 인력확보가 쉽고 물류비도 싸지요. 지방은 공장하는데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게다가 수도권에서 평당 60만 원, 70만 원에 분양 받아도 10년 뒤에는 600만 원, 700만 원 하게 되므로 투자가치 측면에서 수도권이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기업유치에서 굳이 갑(甲)과 을(乙)을 따진다면 시장인 제가 갑이 아니고, 제가 을입니다. 갑이 을에게 로비하는 것 보셨습니까.

6. 무운터널 이야기

- L팀장 : 무운터널은 문경시의 숙원사업이었지요. 그러나 경제성 때문에 타당성이 없다며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지요. 그런데 시장님께서는 가능성이 희박한 사업을 공약으로 내걸었지요. 빈공(空)자 공약이 될 가능성이 컸습니다.

▲ 신 : 그렇습니다. 저도 실현가능성은 솔직히 없다고 보았습니다. 소요사업비가 1000억 원 가까이 되는데 국가장기 계획에도 포함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쉽지 않다고 보았지요. 그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건설과 도로 담당(K씨)을 무운터널 전담 T/F 팀장으로 임명하고 K팀장에게 무조건 해야 된다고 강조하고 강조했지요.

- L팀장 : K팀장 혼자 움직인다고 되나요.

▲ 신 : 물론 혼자 움직인다고 되는 것은 아니지요. 그러나 한번 해 보자고 했지요. 그날부터 먼저 K팀장을 필두로 무운터널의 필요성을 홍보하기 시작했습니다. 도청, 건교부, 국회를 찾아 나섰지요. 먼저, 국가장기계획에 반영시키는 것이 급선무였지요. 그러나 건교부에 가보니 건교부의 의견은 손톱만큼도 들어가지 아니했습니다. 한마디로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었지요. 건교부의 입장은 절대불가였습니다. 현재의 교통량으로 사업의 타당성을 따지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변했지요. 그러나 무조건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K팀장, 방법이 없습니다. 장기계획에 반영될 때까지 건교부로 아예 출근을 하세요. 몸으로 부딪혀 누가 이기는지 한번 해 봅시다.”

이때부터 K팀장은 아예 문경으로 내려오지 않고 서울에 머물면서 매일 건교부 담당과로 출근을 했지요. 매일 담당사무관과 과장을 만나 출근 인사를 했던 것이지요. 출근 인사만 한 것이 아니고 아예 담당과 근처에서 죽치고 앉았습니다. 아무 볼일도 없이 근처를 왔다갔다했고 퇴근 무렵에는 퇴근 인사까지 빠지지 않고 했지요. 지긋지긋했던지 2주일 째 되던 날 담당과장이 K팀장을 불렀습니다.

“우리가 졌습니다. 2012년 이후의 장기계획에 포함시켜주겠오. 그러나 장기계획에 반영되어도 예산확보는 우리가 책임 못 집니다. 예산확보는 당신네들이 국회의원들을 설득하던지 알아서 하세요.”

K팀장의 끈질긴 노력으로 무운터널이 2012년 이후 국가장기계획에 반영되었지요.

- L팀장 : 예산확보는 어떻게 성사시켰는지요.

▲ 신 : 국가장기계획에 반영되었다고 돈 주는 것이 아닙니다. 장기계획은 말 그대로 장기계획일 뿐입니다. 문제는 예산확보입니다. 예산확보는 또 다른 문제이지요. 그래서 다시 무운터널 예산확보 작전(?)에 돌입했지요. A4용지 한 장짜리 설명서 만들어서 국토해양부, 당시 기획예산처, 국회로 쫓아 다녔습니다. 사업의 시급성도 설명했습니다. 아는 인맥도 다 동원했습니다. 그런데 모두들 장기계획대로 2012년 이후에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하루가 급했습니다. 얘기 나온 김에 하루라도 빨리 예산을 확보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기회가 왔습니다. 2008년 12월 정기국회에서 계수조정소위원회에 제가 잘 아는 L의원이 임명된 것입니다. L의원에게 무조건 살려달라고 부탁했지요. 결국 L의원의 도움으로 당초 정부(안)에도 없던 무운터널 설계비 30억 원이 계상되었습니다. 국가공사는 설계비만 반영되면 일은 진행되는 것이지요. 결국 2009년 예산에 무운터널 설계비 30억 원이 반영되었지요.

그렇게 하여 지난 2년 간 설계를 마치고 지난해 드디어 무운터널 공사가 착공되어 지금 공사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또 한번 끈기의 승리입니다.

7. 단산터널 이야기

- L팀장 : 단산은 문경읍 고요리와 산북면 석봉리를 잇는 터널을 뚫어야 하는데 단산은 도로가 아니므로 도로예산에서의 지원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었지요.

▲ 신 : 그렇습니다. 이 지역은 아직 임도(林道)조차 개설이 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도로관련 예산 항목에서는 계상 자체가 불가능했지요. 소요사업비가 500억 원 가까이 되는데 국비도 어렵고, 도비도 어려운 상황이었지요. 그렇다고 시 예산에서 500억 원을 다 부담하는 것은 불가능했지요.

그런데 이 무렵 행정안전부에서 공문서가 하나 날아왔지요. 미군기지와 관련해 피해지역이 있으면 보상사업비를 신청하라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그 문서를 보고 아이디어가 떠올랐지요. 미군기지 피해보상 사업비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건설과 도로담당을 불렀지요.

“Y팀장(건설과 도로담당), 이 문서를 보고 단산터널 예산을 요구하시오.”

그랬더니 Y팀장이 의아해 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미군기지 피해지역입니까.”

“예천공항 소음피해지역이잖아”라고 했더니 Y팀장은 “예천공항에서 단산터널까지 34km나 되는데 무슨 소음피해지역이냐”고 반문했습니다.

“이봐, 비행기 소음피해는 범위가 넓어 가능한 얘기야. 논리적인 설명은 내가 나서서 할 테니 무조건 문서 올리시오.”

<다음호에 계속>

 

신현국 ilyoseoul@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