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7일 안철수 진심 캠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었다. CEO출신으로 중도보수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던 안 후보는 ‘좌클릭’을 통한 진보 세력 끌어안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문재인 후보조차 만나지 못했던 삼성의 아킬레스건인 백혈병 환자들을 만나는 등 친노조 행보도 보였다. 또한 야권 텃밭인 호남 지역 공략에 적극 나서면서 민주당을 긴장케 만들었다. 외부에선 개헌뿐만 아니라 박근혜 후보의 과거사인 정수장학회 논란과 NLL문제로 여야가 공방을 벌이면서 분명한 입장을 요구하는 등 압박이 들어왔다. 진심캠프는 새정치를 바라는 안철수 고정 지지층을 붙잡으면서 외연 확대 차원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위한 묘책이 필요했다.

기본적으로 안 후보는 ‘정수장학회와 NLL 문제는 우리 이슈가 아니다’라는 점을 들어 ‘더 이상 대응을 하지 말자’는 입장을 내부적으로 정리했다. 하지만 보수 대 진보 대결 구도를 형성하고자 하는 박 캠프와 새누리당, 그리고 보수언론에서는 집요하게 이 문제에 대해서 우리측을 물고 늘어졌다.
일단 박선숙 본부장이 10월12일 ‘NLL 녹취록’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할 말이 없다”면서 “대화록은 모두 기록되고 국가 기록물로 관리된다는 점에서 여야간 불필요한 논쟁은 적절치 않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보수 언론에선 이런 입장에 만족하지 않았다. 이어 13일 정연순 대변인이 나서 “정상회담을 당리당략용으로 전락시키는 행위는 남북관계를 훼손시키는 중대한 문제”라며 “(안 후보는) NLL을 확고히 지키면서 서해의 평화정착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진전된 입장을 보였다.
안철수의 또 다른 덫 ‘보수VS진보’ 프레임
이에 대해 보수언론은 여야 양당의 입을 빌어 “안철수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 문제에 대해 찬성하는 가”(새누리당), “듣기 좋은 말로 하고 싶은 비판만 하는 것 외에 하는 게 뭐냐”(민주당 관계자)고 안개화법을 비판하며 강도를 높여갔다. 결국 김성식 본부장이 재차 나서서 “안후보는 (NLL 문제에 대해) 안보 문제에 있어 NLL은 분명히 지켜줘야 한다”며 “평화는 거기서 나오는 것이지 그 기준을 흔들어 나오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안 캠프는 안보 의식의 중요성을 들어 보수 세력에게 안정감을 주는 동시에 여야를 모두 공격하면서 기성 정치권에 실망해 안철수 현상을 유지시켜주는 고정 지지층을 동시에 어루만지는 전략을 구사한 셈이다. 또한 안 후보가 민주화 운동과정에 역할을 하지 못해 진보.개혁 세력으로부터 의혹어린 시선을 받아 이런 약점을 커버하기위해 노동자.서민 입장을 적극 옹호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 첫 번째가 삼성 백혈병 피해자 및 가족들과의 만남을 적극 추진했다. 안 후보는 10월 15일 녹색병원을 찾아 삼성 반도체에서 근무중 뇌종양에 걸린 한혜경씨를 적극 위로했다. 한씨는 삼성반도체에서 6년간 근무 후 뇌종양 수술을 받은 뒤 재활 치료중이었다. 한씨는 반도체 노동자 인권단체인 ‘반올림’소속으로서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산업재해 입증, 직업병 예방대책 등을 위해 싸우고 있었다.
안 후보는 반올림 회원과 미팅 후 삼성의 적극적인 대화 자세와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인정할 것을 요구했다. 친노조 행보는 당장 삼성으로 하여금 이틀후인 17일 피해자 가족들과의 대화를 제의하면서 해법을 제공하는 계기가 됐다. 안 후보의 방문으로 삼성이 즉각 반응을 보이면서 우리 캠프는 꽤 고무적인 입장이었고 안 후보도 크게 만족스런 모습을 보였다.
安 “선거과정에서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안 후보는 같은날 세종대 초청 강연에서 삼성의 전향적인 모습에 대해 “내가 출마선언 한 이후 가장 잘한 일”이라며 “선거과정에서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만큼 기뻐했다. 이어 안 후보는 쌍용차 해고 단식 농성장 방문, 울산 지역 현대차 비정규직 송전탑 농성 현장 방문, 제주 해군 기지가 건설중인 강정마을 방문 등 소외된 노동자와 서민들을 찾으며 전통 민주화 세력에 호감을 얻기위해 노력했다.
돌이켜보면 민주당이 전통 민주화세력의 대표적인 세력이고 그 중심이 ‘문재인’이라는 진보 진영의 고정된 인식을 깨기위한 일련의 작업이었다. 동시에 이념.노선의 선명성 부각과 더불어 지역적으로 호남 공략도 은밀하게 추진됐다. 호남은 ‘민주화 성지’로 대표되는 광주의 변화와 새정치를 바라는 욕구가 어느 지역보다 높은 지역으로 안 캠프로서도 ‘안으로 단일화 여론몰이’에 반드시 필요한 지역이었다.
가장 안철수에 대한 호감이 높았던 지역은 광주였다. 광주는 친노 세력에 대한 섭섭함과 불신이 높았고 배신감마저 갖고 있었던 지역으로 이를 잘 아는 안 후보는 선거 유세중 호남을 가장 자주 방문할 정도로 열의를 보인 지역중 하나였다. 특히 안 후보는 부인 김미경 교수가 전남 순천이 고향이라는 점을 활용해 ‘호남 사위론’(부인 김미경 교수 고향 순천)을 내세워 적극 구애를 펼쳤다.
또한 민주당 소속이지만 박준영 전남지사와 김완주 전북 지사를 비밀리에 접촉 ‘끌어안기’에 나섰다는 소문이 돌면서 민주당이 초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캠프 안팎에선 이미 ‘박 지사는 안으로 넘어왔고 김 지사 역시 시간 문제’라는 ‘카더라식’ 소문이 무성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호남이 안 후보에게 넘어온다면 ‘단일화 과정’에서 결정적인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캠프에서 애정공세를 펼쳤다.
안 후보의 진보 세력과 야권 텃밭에 대한 집중 공략을 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사안이 터지기도 했다. 바로 개헌 문제였다. 정치혁신안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개헌’ 문제는 진심캠프를 바짝 긴장케 만들었다. 개헌은 그야말로 ‘블랙홀’로 새정치를 비롯해 정책 경쟁, 단일화 논의 등 ‘이슈 먹는 하마’라는 점에서 민감한 사안이었다.
단초는 17일 전직 국회의장과 총리 출신 등 정치권 원로들이 분권형 대통령제 등 개헌 논의를 시작하자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개헌에 대한 안 캠프의 기존 입장은 ‘지금은 정치 혁신이 먼저다. 개헌 문제를 꺼내면 모든 현안이 묻혀버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치 혁신 공약중에 ‘개헌’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진전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내부 의견도 존재했다. 즉, ‘정치혁신안에 개헌도 포함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 표명을 하자는 주장이다.
호남 광역단체장 연쇄 접촉 민주 ‘화들짝’
그러나 안 후보를 비롯해 캠프 상층부는 ‘시기상조’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던 기억이다. 그 이유로 안철수 현상은 기존 정치에 대한 실망감이 현재의 안철수를 지켜주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정치 논쟁에 휩싸일 경우 ‘안철수가 정치인이 다 되어 가는 구나’라는 우리 지지층을 헷갈리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감이 크게 작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캠프 내부에서는 ‘정치혁신안과 개헌은 밀접한 사안’이라는 데 동감을 표하면서 캠프내 전문가 그룹이 (개헌을 포함해) 논의중이라는 선에서 정리됐다.
또한 개헌 논의가 여야 주류쪽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아닌 친이계 수장인 이재오 의원과 국회밖 비주류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캠프내 일부 강경파에선 집토끼를 의식해 ‘낡은 정치의 전형’이라며 적극 대처하자는 의견도 나오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개헌은 정치 혁신안에서 제외됐다. 돌이켜보면 진심 캠프는 ‘집토끼와 산토끼’ 사이에 갈팡질팡하는 태보를 보였다는 점에서 역시 아쉽다. 차라리 집토끼와 산토끼 두 마리를 다 잡으려고 하기보다는 산토끼(보수 세력)를 잡는데 더 주력을 했어야 했다는 때늦은 후회가 드는 대목이다.
이밖에 진심 캠프는 보안 문제로 5, 6층 당직을 세우기 시작했다. 또한 종교인 및 언론인과 후보 접촉이 전혀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시만 해도 안 후보는 언론과 공식적 대면은 아예 없었고 비공식적으로 주말에 언론인 출신 결혼식에 참석하는 정도가 전부였다.
또한 새누리당에서 10월21일 경찰의 날을 맞이해 ‘경찰대 폐지’ 공약을 내놓으면서 진심 캠프 역시 경찰의 날을 맞이해 기본 대응 기조안을 만들었다. 또한 비밀리에 경찰측에서 경찰 개혁에 대한 안이 본부장 손에 전달되기도 했다. 그러나 안 후보는 ‘경찰대 폐지’에 대해선 일체 언급을 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안도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10월 19일 강원도 대관령 파출소를 방문, 덕담 수준의 감사의 말로 넘어갔다.
<정리=홍준철 정치부장> mariocap@ilyoseoul.co.kr
‘안철수가 좌파’? 우클릭 보수표 공략대작전
- ‘전부 OR 전무 게임’ 안철수 ‘OR’ 선택
안철수 진심 캠프의 최대 강점인 ‘새정치에 대한 기대감’은 최고의 자산이자 딜레마로 작용했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을 가진 세력을 붙잡으면서 외연확대를 해야 하는데 그 지점이 보수와 진보로 극명하게 나뉘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섣불리 말과 행동을 할 수 없는 ‘처음부터 끝까지’ 줄타기 민심 공략을 해야 했다.
조금만 보수쪽 입장을 옹호하면 진보 진영에서 비판받고 진보진영과 뜻을 같이하면 보수진영에서 ‘종북좌파’로 몰았기 때문이다. 결국 여야 정치권에 공감하는 발표는 적었고 비판하는 논평은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전부 아니면 전무인 게임’에서 안철수 캠프는 ‘OR'을 선택해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고정 지지 세력이 보수층과 진보층에서 실망한 세력들이 다수였다는 점에서 상당히 이질적이면서 역동적인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야권 지지층에 기댄 행보를 보이면서 합리적 보수세력에 러브콜을 보내야만 했다. 민주당과 새누리당으로부터 소외된 지역, 계층, 이념 세력을 중심으로 행보와 공약을 발표했다.
그 첫 번째 ‘전통적 여도’였다가 ‘야도’로 변했던 강원도였다. 하지만 지난 4.11총선에서 여도 성향이 다시 나타났다. ‘냉탕’과 ‘열탕’을 오고간 강원도 민심으로 특히 접경지역 민심을 잡아 보수진영의 ‘종북좌파’라는 왜곡된 시각과 안보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자는 복안이었다.
이틀후인 10월 19일 강원도 일정을 계기로 ‘금강산 관광 재개와 북방경제를 통한 강원도 경제 활성화 방안’을 준비했다. 물론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사전 전제 조건으로 북한의 ‘도발 사과’와 ‘재발 방지’를 확약을 걸었다. 아울러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우리 캠프에선 3대 과제를 내세웠다.
그 첫 번째가 ‘금강산 그랜드 디자인’을 수립해 평창-설악산-금강산을 묶어 평화관광지대로 추진하는 것이었다. 교통량을 대비해 동해선 철도를 단계적으로 건설해 속초~금강산 관광 열차 노선을 건설 관광객 흡수 능력 제고방안을 담았다. 두 번째로 접경지역 산업평화생태 벨트구축을 통해 물류 체계 및 첨단 산업 거점 도시 육성, 관광과 물류, 농업협력도시육성안을 포함시켰다. 마지막으로 강원도 남북 평화농업협력지대 건설로 농축수산업 육성 방안과 함께 협동농장의 확산으로 남북 공동 농업 협력 방안을 내놓았다.
이런 접경 지역관련 공약과 행보는 다소 어설펐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출마 선언한지 한달뿐 되지 않았고 인력과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다 정책 공약준비로 지역 공약 준비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국적으로 ‘안철수 현상’을 지지하는 세력에 대한 핵심 타깃 대상을 정하지 못한 탓도 있었음을 인정해야겠다. <철>
알립니다
‘안철수 진심캠프 60일간 보고서’가 5편을 끝으로 잠시 연재를 중단합니다. 안철수 전 대선후보의 정치 재개 보도가 이어지고 4월 재보궐 선거와 맞물려 특정 후보와 정치 세력을 비호할 수 있다는 [일요서울] 일부 독자들의 지적도 감안했습니다. ‘마침표’가 아닌 ‘쉼표’로 다시 지면을 통해 찾아뵐 것을 약속드립니다. 그동안 적잖은 관심과 애정 어린 충고를 해주신 [일요서울]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 편집자主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