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꺼놓고 잠적 ‘수상’
휴대폰 꺼놓고 잠적 ‘수상’
  • 윤지환 
  • 입력 2004-10-01 09:00
  • 승인 2004.10.0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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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비리 사건이 불거지자 경찰은 경찰가족이 우연히 입수한 정보에 따른 인지사건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여러 가지 정황상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병역비리를 즉시 경찰에 신고할 정도로 ‘강직한’ 인물에게 브로커가 섣불리 접근했을 리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경찰가족이라면 브로커가 접근할 가능성은 더욱 낮다. 위험천만한 일을 수행하는데 있어 고객에 대한 기본정보도 없이 브로커가 접근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이번에 터진 초대형 병역비리 사건은 브로커들이 경찰가족에게 접근했다가 덜미를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에 대해 지난달 21일 “수사진이 병무브로커 우모씨와 김모씨에 대한 첩보를 입수했다”고 밝히면서 검거배경과 관련 “브로커들은 피해자 박모씨에게 1억원을 주면 병역을 면제시켜 주겠다고 접근했는데 박모씨가 경찰에 이를 알려 브로커들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제보자 박씨는 자신의 친인척 중 경찰관이 있어 이를 그 경찰 친인척에게 알렸고, 이 사건은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경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병역비리와 같은 초대형 사건을 경찰가족 덕분에 검찰이 아닌 경찰이 인지해 직접 수사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이를 치하했다. 그러나 경찰의 이 같은 발표와는 달리 스포츠계와 연예계에는 연예인 J모씨가 앙심을 품고 보복성 제보를 한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는 경찰가족의 제보가 사건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다. 이 소문이 사실이라면 경찰 인지사건이라는 경찰의 발표는 거짓이 되는 셈이다.이에 야구계와 스포츠계에 퍼져있는 ‘밀고설’의 내용을 확인해 보았다.현재 모 방송의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활동하고 있는 A모(31)씨는 병역비리 사건과 관련한 소문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그는 “어디서 나온 이야기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믿을 만한 소식통들에 의해 전해진 것으로만 알고 있다”고 전제한 뒤 “연예인들 사이에서는 이번 병역비리 사건이 탤런트 겸 영화배우 J씨가 경찰에 신고해 그 전모가 드러난 것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A씨에 따르면 J씨가 병역비리를 경찰에 신고하게 된 배경은 같이 죽자는 식의 속칭 ‘물귀신 작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병역문제로 고민하고 있던 J씨는 운동 선수, 특히 야구선수들은 군 면제를 받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는 말을 듣고 평소 친분이 있었던 모 구단의 야구선수 B씨를 만났다.B씨와 만난 자리에서 J씨는 자신의 병역문제에 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J씨의 고민을 들은 B씨는 병역 브로커 김모(29)씨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며 군 복무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이후 B씨의 소개로 병역 브로커 김모씨를 만난 J씨는 자신의 병역 면제에 대해 협의했다. 이야기는 잘 풀리는 듯했다. 그런데 비용에 관해 협의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김씨가 너무 많은 돈을 요구한 것. 전 야구선수 출신인 김씨가 야구선수들의 군역을 면제시켜주는 대가로 받은 돈은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5,000만원까지 받았다. 그러나 J씨에게는 이보다 훨씬 많은 액수를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J씨에게 요구한 금액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으나 A씨는 “소문으로는 7,000만원에서 8,000만원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J씨에게 이처럼 많은 돈을 요구하자 이 금액이 부담스러웠던 J씨는 다른 사람들(야구선수)의 경우를 들어 가격을 조절해 달라고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그러나 김씨는 J씨의 이러한 ‘간청’을 단호히 거부했다.

얼굴이 많이 알려진 유명인, 게다가 J씨와 같이 인기 연예인일 경우는 그만큼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수 차례의 가격 조정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자 꼼짝없이 군 입대를 해야할 상황에 놓인 J씨는 이에 앙심을 품고 김씨의 비리를 경찰에 알리기로 결심했다. 이 때문에 김씨와 또 다른 브로커 우모(38)씨는 경찰에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J씨는 여기까지 계획했을 뿐 그 다음에 연달아 터질 문제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브로커 김씨와 우씨가 관리하는 고객명단이 경찰의 손에 넘어가는 바람에 사건은 그야말로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경찰은 명단에 있던 이들에 대해서도 집중 수사했고, 덕분에 J씨와 친분이 있던 B씨도 경찰에 조사를 받는 신세가 됐다.한 연예가 소식통은 “이 때문인지 최근 J와 연락이 안된다는 소리가 들리더라”며 “만약 이번 사건의 발단이 J의 제보 때문인 게 사실이라면 J는 앞으로 연예생활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연예인 P씨도 “이번 병역 비리 사건이 터진 게 J씨의 제보 때문이라는 말을 듣기는 했다”며 “연예가에서는 경찰이 이번 사건에 대해 경찰 인지사건이라고 발표한 것은 제보자 보호차원의 일환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연예가에서는 이 소문의 진실 여부와 J씨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실제 J씨는 방송가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 의문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J씨의 잠적설을 제기하면서 그의 잠적이유는 이번 사건 때문이라고 보고있다.그러나 J씨가 속해 있는 소속사 관계자는 이 같은 소문에 대해 “금시초문이다. 그런 소문이 사실이라면 내가 모를 리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J씨의 매니저 S씨는 소문에 대해 아는바 없다면서도 “연예계와 스포츠계에 떠도는 소문은 잘못된 것이다”며 “J가 아니라 내가 야구선수들 중에 잘 아는 동생이 몇 있는데 그 때문에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해명했다.그는 이어 “만약 소문처럼 J의 밀고로 병역비리가 드러난 것이라면 스포츠 신문 등 다른 매체에서 가만있을 리 없지 않냐”며 의혹을 부인했다.한편 J씨의 군 입대 문제에 관해 S씨는 “병역비리가 터지기 전 영장이 나와 병무청에 가서 다음 영장이 나올 경우 입대하겠다는 각서를 썼다”고 밝혔다. 그는 또 최근 나도는 잠적설에 대해 “J는 대학에 진학중인 상태도 아니기 때문에 학교를 핑계로 입대를 연기하기도 힘들다”고 설명하면서 “이 때문에 방송활동을 잠정 중단하고 쉬는 것이지 잠적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지환  jjd@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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