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특별구’ 주민들 특별한 것만 먹는다?
‘부자 특별구’ 주민들 특별한 것만 먹는다?
  • 정하성 
  • 입력 2004-10-25 09:00
  • 승인 2004.10.2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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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급의 부유층들이 모여 산다는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시세와 화려한 외관과 높이, 그 고급스러움에 입주전부터 사회의 큰 이슈가 되었던 곳이다.타워팰리스 지하에 위치한 A슈퍼는 일반 슈퍼마켓에서는 보기 힘든 세계 각국의 식자재들이 총집합되어 있는 것으로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다.‘별의별 것이 다 있다’,‘부자들은 역시 먹거리도 다르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A슈퍼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은 더욱 뜨겁다.

친환경 유기농 식품

부자특별구의 주민들의 밥상엔 뭔가 특별한 게 있을까? 막상 주민들은 이러한 세간의 시선에 당혹스러워 하는 눈치다.매장에 위치한 한 푸드코트에서 만난 한 주부는 “먹는 게 다 거기서 거기죠”라며 웃었다. 그녀는 “특별한건 없고 우리집 아저씨가 회랑 와인을 좋아해서 자주 올리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A슈퍼에서 만난 이들의 전반적인 특징은 비싸고 양이 적어도 양질의 제품을 선호한다는 것이었다. 마침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주부가 유치원 또래의 딸과 함께 쇼핑카트를 끌고 장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청과코너에서 이름이 특이한 자몽 두개와 딸기 한 팩을 카트에 담았다. 옆의 야채 코너에서는 오이 한개를 담는다.“어떤 식품을 선호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녀는 “비싸더라도 건강을 생각해서 유기농 식품만 먹는다”고 말했다.그러고보니 청과나 야채 매장에는 ‘친환경’이라는 팻말과 함께 각 품목에도‘유기농’임을 증명하는 스티커가 붙어있었으며 과일들은 대부분 작고 못생겼다. 이어서 둘러본 정육코너나 생선코너 역시 최고의 품질과 신선도를 내세운 상품이 시중가보다 상당히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었다. 그러나 “워낙 품질에 신경을 쓰기 때문에 가격으로 인해 구입을 망설이는 분들은 없다”는 게 매장 직원의 말이다.

5,000원짜리 생수

한 중년부인이 생수를 카트에 담았다. 이름도 생소한 수입생수의 가격은 0.5리터짜리 한병에 무려 5,000원. 그 제품 옆에는 평균 3,000원선에 판매되는 수입 생수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과연 누가 이런걸 살까’라는 의구심에 직원에게 물어보니 “일부러 찾는 사람도 상당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외국생활하면서 먹던 물만 찾는다는 것이다.없는게 없다
발사익 5년산 식초, 프리가도 오렌지잼, 올리브 스프레드 후레쉬, 아보카도 오일, 일본 소스와 향신료 등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또 재료값만 100그램에 10만원이 넘는 푸아그라(거위간)가 식탁에 오른다면?A슈퍼의 특색은 일반 슈퍼에서는 볼 수 없는 품목들을 갖춰놓았다는 사실이다. 각종 치즈와 와인이 진열된 매장이 따로 구비되어 있고, 하루 매출액만 500만원에 달한다는 것만 봐도 이 지역사람들의 식생활 패턴을 얼핏 짐작할 수 있다.

신세계 강남점의 축소판

삼성에서 관리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A슈퍼는 신세계에서 총괄 관리하고 있다. 신세계 홍보팀의 김자영씨는 “백화점 식품매장을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죠?”라고 물은 뒤 “신세계 강남점의 축소판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이 슈퍼를 찾는 (타워팰리스)주민들이 특별히 선호하거나 자주 찾는 식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녀는 “외부에서는 여기 사는 분들의 식탁이 뭔가 다를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렇지만도 않다”며 “언론 등에서 과장되게 부풀려진 면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철저하게 친환경·유기농 제품을 선호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김씨는 “하나를 사더라도 제대로 된 제품을 고른다. 비싸도 유기농 제품을, 소량을 사더라도 맛있는 것을 구입하는 것이 특징”이라 밝혔다.국내 일반 슈퍼에서 볼 수 없는 희귀 식품이 많은 것에 대해 홍보팀의 김자영씨는 “단지 외국생활 경험이 많은 주민분들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비록 소량이 판매되더라도 외국에서 꾸준한 소싱을 통해 모든 품목을 다양하게 구비해놓고 있다”며 “그렇지 않다면 일반 슈퍼마켓과 차별점이 없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라이프 스타일 별다를 바 없다.”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아있는 타워팰리스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과연 이런 곳에 사는 이들의 생활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특히 항간에 떠도는 소문은 이곳에 거주하는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 취재한 A슈퍼만 봐도 실상은 언론보도에서 부풀려진 것과 사뭇 달랐다. 이곳에 살고있는 직장인 S(32·가명)씨를 만나 잠시 얘기를 들어봤다.

-이곳 주민들의 생활패턴에 대해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여기가 무슨‘달나라’도 아니고, 사람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 아닌가.(웃음)

-여기 입주민들의 씀씀이에 대해 말들이 많은데.▲(어이없다는듯) 나도 그런 보도봤다. 어이없다. 돈을 그렇게 쓰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사실이 아니라는 말인가.▲여기 살면서 종종 듣는 질문이 정말로 적어도 천만원대의 명품 쇼핑을 정기적으로 하고 식탁에 매일 거위간과 와인이 오른다는 것이다. 정말 웃긴다. 우리가 무슨 왕실의 귀족인가. 내가 여기 산다해서 여기 사람들 사생활을 다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나를 비롯해 내 주변인들은 그렇지 않다. 언론은 항상 소설쓰지 않나.

-A슈퍼는 무슨 백화점 매장을 옮겨놓은 듯 없는 게 없는 것 같다.▲희귀한 식품이 구비돼있는 건 맞다. 대학까지 미국서 다녔는데 나도 모르는 제품도 많다.

-주차장에 반이상이 외제차라는 소문은.▲그 말 듣고 웃겨죽는 줄 알았다. 주차장에 와보기나 한건지 의문이다. 물론 외제차가 많은건 사실이다. 또 최고급 세단이나 스포츠카 등도 타지역에 비해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맞다. 그러나 소나타급이 제일 많다. 못믿겠으면 주차장에 한번 내려가 봐라.

정하성  haha70@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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