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일본열도 진출을 노려라’
‘한반도·일본열도 진출을 노려라’
  • 중국 상해=우수근 통신원 
  • 입력 2004-11-15 09:00
  • 승인 2004.11.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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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기업, 남북한과 일본을 노리다!“중국인이 압록강을 다시 건너고 있다.”중국의 시사잡지 <동방주간>의 표현이다. 중국인이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 ‘미국에 대항하는 북한을 돕는다’는 의미로 한국전쟁의 중국식 표현) 당시 건넜던 압록강을 다시 건너기 시작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도하의 목적이 사뭇 다르다. 전쟁원조가 아닌 비즈니스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기업이 일본기업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일본의 기업매수합병 시장에서 중국기업이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빗댄 표현이다. 중국의 위상강화와 더불어 중국측의 일본기업 매수도 활발해지고 있음을 나타낸 말인데 위에서도 알 수 있듯 북한과 일본을 향해 중국기업들이 엄청난 포효속에 용틀임하고 있다.먼저 중국측의 북한진출. 최근들어 부쩍 두드러지고 있는 중국의 압록강 도하는 중국언론 뿐 아니라 일본언론에서도 관심있게 다뤄지고 있다. 일본의 도쿄신문은 최근, “중국의 중소기업들이 북한 투자에 대한 관심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는 북경발 보도속에 중국기업의 북한진출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 신문은 중국의 한 대북 투자 컨설팅 회사를 인용, 얼마전 실시한 북한투자 컨설팅을 통해 약 100여명의 중국 기업인들이 북한을 방문하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고무된 중국의 그 투자컨설팅 회사는 북한의 국가관광총국과 협력, 매년 3,000여명 정도의 중국기업인의 방북을 주선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중국기업의 북한진출에 대해 신원을 밝히기를 꺼려한 중국정부와 가까운 한 중국인 학자는 “양국의 정치경제적 계산이 잘 맞아떨어지는 장사”라고 평가한다. 그에 의하면 실제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방중했을 때도 양국 지도부 사이에서는 중국기업의 대북진출에 대해 심도깊게 논의했다고 귀띔한다. 북`중 양국은 혈맹관계에 걸맞는 상호 특혜대우를 약속, 중국 자본으로 북한의 남포와 원산, 신의주 및 함흥과 백두산 지역까지도 폭 넓게 개발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중국기업의 북한진출에 대해 일본에서 박사학위를 마친 조선족계 중국인 김영순 박사(40대·여)도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

“중국기업의 북한진출은 북`중 양국의 전략적 합작의 성격이 강합니다. 북한으로서는 북핵 등 여러가지 불안변수로 인해 한국기업과의 경제개발에는 한계가 있지만 중국과는 이러한 장애가 없지 않습니까. 따라서 중국기업으로 선회하는 것이 북한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더욱 효율적일 수 있고 중국측도 전방위적인 대북 영향력을 갖추게 되는데 이를 마다할 일이 없지 않갔시요.”그렇다면 이번에는 중국측의 일본기업 사냥 전략은 어떠한가. 중국기업의 일본기업 M&A 제1호는 2001년에 있었던 중국 상하이 전기집단 총공사(이하, 상전총)에 의한 아키야마 인쇄 제조회사 매수이다. “중국이 일본을 삼키기 시작했다”는 평가와 함께 세간의 주목을 집중시킨 이 매수 ‘사건’ 이후 중국측의 일본기업 사냥은 부쩍 증가하고 있다. 상전총의 경우, 중국 정`관계의 지원에 힘입어 2003년부터는 이미 대대적인 흑자를 기록(2003년도 매출액은 2002년보다 무려 52%나 증가), 양국간의 18년이라는 기술격차도 해소시키면서 바로 일본열도로 역진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중국인은 “일본의 고양이를 사들여 호랑이로 만든 뒤 일본의 목을 조이는 전략” 이라고 정의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중국측의 일본기업 M&A에 대해 상하이에 거주중인 일본인 타케시타(30대·남)씨는 “중국측의 일련의 경제활동은 순수하지 못하다. 정치적 의도가 다분히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토로한다. M&A과정에서 중국정부가 ‘괘씸한 일본 타도!’라는 그들의 오랜 앙금을 갚아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2003년 5월에 중국정부가 직영하는 국영기업인 산찌요(三九)그룹이 일본의 토아(東亞)제약을 매수, 토아제약이 설립된 이래 60여년간 지켜온 한방약 제조 노하우를 비롯한 약품전체에 대한 권익을 집어삼켰다는 사례와 2004년 5월에 있은 중국 최대 온라인게임 운영업체인 ‘상하이 성대 네크워크’에 의한 일본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보스네크’로의 자본참가를 그 예로 든다.

그에 의하면 이들 M&A의 배후에는 중국의 한 유력자 2세가 버티고 선 채 온갖 방법을 동원, 타국의 다른 경쟁자들을 물리치며 성사시킨 것이라 한다. 이렇게 중국은 정계, 관계 및 경제계가 혼연일체가 되어 ‘경제논리를 마구 짓밟으며 시장을 흐리는 비신사적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맹비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중국측의 ‘저의’를 간파한 일본측도 일본의 경제산업성을 통해 중국으로 진출하는 일본기업에 대해 자국 기술보호를 위한 특별조치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일본기업들 사이에서도 중국의 ‘비건전한’ 기업매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캐논사와 같이 중국에서 일본으로 회귀하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그런데 중국측의 이와 같은 막무가내식 해외진출 및 M&A 전략에 대해 일본 굴지의 N종합연구소 연구원 마타키(남·30대)씨는 다음과 같이 들려준다.

“작금의 일본 및 북한 진출은 중국의 제10차 5개년 계획(2001년~2005년)중의 국가전략으로 채택된 ‘쪼우츄치(走出去,해외로 나가자!)’의 일환입니다. 중국 국무원의 우이(吳儀) 부총리는 2004년 5월에도 중국기업의 해외진출은 세계번영에도 공헌하는 것이라며 중국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재차 약속한 바 있습니다”. 그에 의하면 중국정부의 이와 같은 열의는 실제로 다양한 직간접적인 중국기업 지원책에 의해 현실화되고 있다 한다. 그 한 예로 중국정부는 해외투자 기업에 외화를 구입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외화리스크 심사제도의 철폐 및 외화자금원 심사제도의 간략화 조치 등을 통해 해외진출을 적극 주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덧붙인다. “그런데 이는 중국(중앙통제적인 사회주의 국가)으로서는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 획기적인 지원전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서구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도 특정기업들의 편중 지원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구요. 결국 정치 경제를 마음껏 아우를 수 있는 사회주의 혹은 독재국가에서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것인데 중국이 지금 그러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죠. 일본에서는 현재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습니다만, 아마 한국기업들도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여차하면 이미 늦은 상태가 되고 맙니다 .”그의 말마따나 기업이라는 간판을 내세운 거대한 정치자금의 횡포에 과연 한국기업들이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우리도 이쯤에서 한번쯤 주변을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현재 상하이 따쫑(大衆)자동차 그룹은 한국의 쌍용자동차를 인수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중국 상해=우수근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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