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륙을 거칠게 감싸고 있는 황뚜두(黃毒賭). 해마다 중국의 북부지방을 괴롭히는 황사보다, 중국 최북단 동북지방의 엄동설한보다 더욱 다루기 힘들다는 중국의 황뚜두 바람은 다름 아닌 개혁개방과 함께 유입된 황(黃,매춘), 뚜(毒, 마약), 그리고 두(賭,도박)를 말한다. 개방 초기에는 막힌 물꼬가 터지며 함께 흘러 들어온 이물질 쯤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던 것이 이후 20여년 동안 꾸준히 중국대륙을 잠식, 지금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중국의 10대 위기”(박스 기사 참조) 못지 않은 또 다른 위기로 변한 것이다. 먼저 중국의 ‘황’. 중국의 거리 여기저기에는 ‘매춘, 건전 사회풍속 좀먹는 악행. 철저 타파!’, ‘매춘속 잦아드는 패가망신’ 등의 붉은 색 현수막 구호나 ‘성병, 침한방이면 단번 완치!’, ‘성병치료+획기적 기능강화 비법!’ 등 매춘이나 이로 인한 성병치료에 관한 각종 홍보 벽보가 심심찮게 눈에 띈다. 그런데 이는 바로 매춘이란 것이 존재할 수 없다는 사회주의 중국의 현주소를 잘 말해주는 것들이 아닐 수 없다.
“마오주석 시절에는 상상하기도 힘든 것들이었다오. 중국은 너무 많이 타락했어요….” 위 노부부의 말에 수긍이 간다는 또 다른 중국인의 말이다. 현재 외국인 회사에서 근무중이라는 그에 의하면 중국의 매춘행위는 원래 10년 이상의 중범죄에 해당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지금의 중국의 상황은 퍽 다르다. 최근 중국정부는 매춘에 의한 성병을 중국의 5대 질병에 포함시킬 정도로 매춘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범죄는 커녕 단속에도 적잖은 사회 부작용이 뒤따른다. 현재 한국에서 힘겨운 생계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윤락업 종사자들의 치열함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대규모 ‘봉기’가 각지에서 봇물터지듯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매춘한 자는 신분증에 ‘호색한’이라는 붉은 도장을 찍던 한세대 전의 으름장은 한낱 빛 바랜 전설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이번에는 중국의 뚜, 마약상황. 중국은 1840년 아편전쟁을 치르며 열강에 무릎 꿇은 나라가 아닌가. 즉 마약으로 인해 망국의 수모까지 겪은 터라 중국당국은 마약에 대해 엄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실상은 다르다. 서구의 퇴폐적 개방화 바람과 더불어 고개들기 시작한 마약은 현재 중국 전역에 약 1,000만명 이상의 중독자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에 정부당국은 대대적인 색출작업과 더불어 중범죄자를 공개처형하는 등의 극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단속에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단속이 엄할수록 마약 유통망은 더욱 교묘해지며 비대화된다. 게다가 이와 같은 ‘중국특수’를 노려 한목 잡기 위해 덤벼드는 한국과 일본의 마약업자들도 가세하여 중국당국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암약중인 한국의 마약 종사자들만 해도 족히 수백명에 이르고, 라틴 아메리카와의 든든한 연계줄을 가진 일본의 마약업자들은 이들 한국인의 서너배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마지막으로 두, 즉 중국내 도박상황은 과연 어떤가? 중국인들은 일상적으로 도박을 즐겨 왔으며 또 현재도 즐기고 있다. 카드놀이나 마작 등을 하고 있는 중국인들이 중국 도처에서 쉽게 눈에 띄는 것이다. 이 정도로 중국인은 마작이나 카드놀이, 다시 말해 도박이 아닌 ‘놀이’ 를 즐겨왔다. 딱히 여가를 즐길 만한 뾰족한 수단이 없었던 과거를 생각할 때 이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주머니가 두툼해지면서 순수한 친목 놀이에서 짜릿한 도박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도박이 앞의 2가지보다 더욱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밤과 낮, 장소를 불문하고 두명만 앉으면 판을 벌이던 놀이가 그대로 도박으로 변모했으니 이를 모두 어떻게 단속할 수 있겠습니까?” 또 다른 한 중국인의 말이다.
그에 의하면 실제로 중국의 도박산업 매출액은 이미 중국 국민총생산의 5%에 이를 정도로 비대화되었으며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한다. 도박의 종류 또한 전통적인 마작이나 카드놀이 외에 경마나 스포츠경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화되고 있다. 요즘은 중국에서의 도박에 짜릿함의 한계를 느낀 졸부들에 의한 국부유출 현상이 나날이 심각해지는 상태라고 한다. 실제로 해외의 카지노에서 탕진하는 중국인들의 외화는 이미 대략적 추산조차 불가할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라 한다. 오죽하면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업체들이 직원들을 비밀요원 파견하듯 중국에 파견(사회주의 국가이니 만큼 발각되면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므로 위험수당에 생명수당까지 쥐어주며 파견한다고 한다), 수만명에 이르는 ‘우수’ 고객들 관리에 혈안이었겠는가. 하기는 이들 중국인들, 손이 커서 한번 행차하면 며칠동안 1인당 50만 달러 (한화 약 6억원) 놀이는 예삿일이라고 한다.
상황이 이럴진대 중국 정부는 사회주의 종주국의 체면을 생각, 아직까지도 황뚜두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와 같은 정부당국의 알량한 체면유지를 위해 이미 곪아 터지기 시작한 대륙의 황뚜두는 오늘도 인민대중 속으로 더욱 깊게 스며 들어가며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 상해=우수근 통신원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