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리베이트로 검게 물든 CJ제일제당
불법 리베이트로 검게 물든 CJ제일제당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3-01-29 10:44
  • 승인 2013.01.29 10:44
  • 호수 978
  • 3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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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 손에 CJ 법인카드 들려 있는 이유는

- 법인카드 대여로 CJ의 조직적 리베이트 연구론 대두

▲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은 제약업체들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전국 병-의원의 의사 100여명을 소환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 마련된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서울=뉴시스>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CJ제일제당(대표 김철하)의 불법 리베이트 의혹이 드러나면서 그 규모와 방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CJ제일제당 제약사업본부 임직원들이 전국에 있는 의사들을 상대로 45억 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정황이 밝혀진 것이다.

특히 CJ제일제당은 임직원의 법인카드를 의사들에게 빌려주는 수법을 쓴 것이 공개돼 조직적으로 리베이트 방법을 연구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샀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CJ제일제당 측이 의료인 210여명에게 총 45억 원대 규모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수사대에 따르면 CJ제일제당 제약사업본부 임직원 10여명은 자사 약품을 처방해주는 댓가로 2010년 5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전국 병ㆍ의원 의사 및 공중보건의 210여 명을 상대로 많게는 1인당 수천만 원에 이르는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특히 해당 임직원들은 의사들에게 현금이나 상품권 대신 자사의 법인카드를 빌려준 후 직접 사용하게 하는 수법을 써서 리베이트 정황을 숨기려고 시도했다. 이러한 사실은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가 거액의 물품을 CJ 법인카드로 구입한 후 포인트를 자신의 것으로 돌린 사실이 적발되면서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해 초 충남 모 지역의 보건소장인 의사 A씨가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정보를 입수해 자택을 압수수색하던 중, A씨가 CJ제일제당 직원 명의로 된 CJ 법인카드로 고가의 돌침대를 구매하면서 포인트는 자신의 신용카드에 적립한 영수증을 발견했다.

이후 경찰은 CJ제일제당 제약사업본부 영업직 임직원들의 진술과 카드 사용내역 및 발급내역 등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해 CJ제일제당이 전국적으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을 밝혀냈다.

전문가들은 영업사원이 의사 개인에게 법인카드를 넘겨주는 것은 조직적인 차원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최근 경찰은 이 같은 혐의로 전직 CJ제일제당 제약사업부문장을 소환조사했으며 관계자들을 추가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리베이트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혐의가 보이는 CJ제일제당 측 임직원들을 추가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앞서 동아제약(회장 강신호)도 전국 1400여개 병ㆍ의원에 48억 원에 달하는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전ㆍ현직 임직원 7명이 지난 10일 기소됐다. 또한 대화제약은 1000명이 넘는 의ㆍ약사에게 9억 원가량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지난 24일 대표이사와 법인이 기소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공정위에 따르면 32개 대표 제약사들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행한 불법 리베이트는 약 6800억 원 규모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 2010년에는 리베이트 쌍벌제가 도입됐으며, 최근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은 대형 제약회사에서 리베이트를 받은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수사 중이다.

이번 리베이트 적발로 CJ제일제당이 지난해 받은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이 취소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된 제약사의 과거 리베이트 행위에 대한 묵인은 부당하다는 의견도 개진된 바 있다.

양승조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해 열린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정부는 제약사의 리베이트를 유독 과거의 행위로만 치부하고 있는 듯하다”면서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해 보다 명확한 윤리적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의원에 따르면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인증받은 매출 1000억 원 이상 제약사 26개 중 리베이트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제약사는 10개로 39%를 차지한다. CJ제일제당 역시 대표적인 혁신형 제약기업 중 하나로 200여개 제약사 중 10위권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특히 양 의원은 정부가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 취소와 관련, 인증 시점을 기준으로 과거에 이뤄진 리베이트 행위에 대해서는 너그러운 점을 지적했다. 정부는 과거 리베이트 적발 시 과징금 상한선을 정해 이를 초과할 경우에만 인증을 취소한다는 계획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양 의원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제약사를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한다는 것은 국민 정서상 타당하지 않으며 범죄 행위에 대해 묵인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시민단체 등에서 의료계와 제약계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소비자시민모임이 연합한 ‘의약품 리베이트 감시운동본부’는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서울대학교 병원 앞에서 불법 리베이트 반대 캠페인을 벌였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의료계와 제약계 모두에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는 요구해서도 안 되고 제공해서도 안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지난 14일 논평을 통해 “리베이트 수법이 갈수록 음성화되고 교묘해지면서 검찰의 수사와 처벌만으로는 불법적인 리베이트를 근절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계속해서 지능화되고 있는 불법 리베이트는 내부고발이 아니고서는 적발하기 쉽지 않은 현실을 고려해 볼 때, 포상금제도 확대로 유인책을 마련하고 공정위와 검찰의 기획수사를 늘리는 등 적극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아직 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으로 최종 수사 결과가 나온 후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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