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국 전 문경시장 자서전 15
신현국 전 문경시장 자서전 15
  • 신현국
  • 입력 2013-01-29 10:33
  • 승인 2013.01.29 10:33
  • 호수 978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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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 : 뒤늦게 안 일이지만 그날 제 양복만 찢어진 게 아니라 수행비서는 휴대폰까지 산에서 잃어버렸습니다. 저를 따라서 바쁘게 산을 둘러보다가 휴대폰이 분실된 줄도 모르고 산을 헤매었답니다.

나중에 수행비서가 제게 휴대폰이 너무 낡아서 새것으로 교체했다고 했지요. 알고 보니 그날 산에서 휴대폰을 잃어버리고 아무리 찾아도 못 찾아 결국 새로 구입한 것이었습니다.

- L팀장 : ‘영어마을’ 프로젝트를 유치하려고 새벽 1시에 인천공항까지 가셨지요.

▲ 신 : 예 그렇습니다. 2007년 10월말로 기억합니다. 경북도교육청에서 영어마을 프로젝트를 공모하였지요. 신청서를 교육청에 제출하고 교육감(조영인)을 만나려 했는데 도저히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일정이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외국출장(앙크로와트)에서 입국하는 날 인천공항으로 무조건 쫓아갔습니다. 교육감님이 인천공항에 새벽 4시에 도착한다고 했습니다. 인천공항에 4시까지 가려면 문경에서 새벽 1시에 출발해야 했습니다. 차 안에서 새우잠을 자고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인천공항에서 외국 출장에서 돌아오는 교육감을 뵈었지요. 몸은 피곤했지만 교육감을 만나는데 성공했지요.

2. 캡(CAP) K회장 이야기

- L팀장 : 자동차 관련 업체인 캡(CAP) K회장을 감동시켜 캡 문경공장이 유치되었지요.

▲ 신 : 2007년 4월말로 기억합니다. 문경새재에서 개최된 전통 찻사발 축제에 초청 하지 않았는데 K회장께서 친구분과 함께 참석하였지요. 저는 K회장이 참석했다는 실무진의 보고를 받고 인사말을 할 때 K회장을 정중하게 소개를 했지요. 축제가 끝난 뒤 K회장 비서실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회장님께서 식사를 대접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유는 축제장에서 친절하게 소개해 주어 감사하다고요.

사실 그때까지 저와 K회장은 일면식도 없는 관계였습니다. 초청받지 않은 행사장에 참석했다고 소개해 드린 것인데 K회장은 그 자체를 고맙게 느낀 것 같습니다.

그 후, K회장께서 전화를 주셨지요. 문경에 공장 할 땅 6만6000㎡ 정도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언제까지 필요한가요?”

“2008년 3월까지 준공해야 합니다.”

공장 건설에 최소 5개월이 소요되니 역산하면 9월말까지 부지매입, 인·허가 까지 끝내야 한다는 계산이지요. 실무진에게 확인한 결과 그런 부지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2개월 안에 공장 인·허가가 끝낼 수 있는 6만6000㎡ 부지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로서는 공장 하나 유치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때문에 안 된다고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저는 무조건 있다고 답을 드렸지요.

“회장님, 9월말까지 6만6000㎡를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하였지요. 고속도로변에서 가까운 곳에 공장부지 6만6000㎡를 찾아보라고 얘기 했지요. 이틀 뒤, 2~3개의 후보지를 보고 받았습니다. 그 중 시유지(市有地)이고 고속도로 변에서 불과 1km 남짓 떨어진 공평동 부지가 최적지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부지 6만6000㎡ 중 3만3000㎡는 과수원으로 개인에게 임대 되어 있고 나머지 3만3000㎡는 묘지가 20기 정도 있어서 문제입니다.”

과수원 임대 문제를 풀어야 했고, 묘지를 이장해야 했습니다. 사전환경성 검토하는데도 최소 2개월이 소요된다는 것이었지요. 시유지 매각을 위한 시의회 동의도 받아야 했습니다. 관련 긴급간부회의를 소집 했습니다. 농정과장, 산림과장, 회계과장, 투자유치과장과 실·국장이 다 참석했지요.

“문경에 유망업체가 스스로 오겠다고 합니다. 문경시 간부들의 자존심을 걸고, 공평부지 6만6000㎡가 10월초부터 공사 진행이 될 수 있도록 부서별 책임아래 동시다발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해 주십시오. 박정희 대통령께서는 40년 전인 1968년에 경부고속도로를 19개월 만에 완공시켰습니다. 간부 여러분을 믿습니다.”

그리고 부서별 책임 하에 농지임대 해지, 사전환경성검토, 묘지이장, 의회보고 등의 조치들이 동시에 진행되었지요.

과수원 임대의 경우도 사과가 달려 있어 수확을 앞둔 시점이고 임대계약이 종료되지 아니하였지요. 묘지 이장 문제도 도시 계획 변경 후 이장공고 기간 등의 기본 시간이 있지요. 사전환경성 검토만 해도 조사 기간만 1개월 가까이 소요되는데 사업계획이 확정되지 아니한 시점에서 조사가 시작되어야 하는 어려움이 많았었지요.

캡을 유치하는 사명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지요. 그 때 모든 위험성을 감수하고 저를 믿고 따라 준 간부 공무원, 담당자에게 거듭 감사하다는 뜻을 전합니다.

결국 찻사발 축제장에서 내빈소개해드린 것이 계기가 되어 공장 유치까지 이룬 것입니다.

3. STX 리조트

- L팀장 : 농암 쌍용계곡의 STX 리조트는 시장님이 이룩한 첫 번째 성과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강덕수 회장과 특별한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STX와 문경이 특별한 연고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유치하였는가요.

▲ 신 : 참으로 운이 좋았어요. 굴러 들어온 복덩어리이지요. 시장 취임 후 2개월 쯤 되었을 때, STX의 P상무가 시장실로 찾아왔었지요. 농암면 내서리 쌍용계곡에 STX 연수원 겸 리조트를 건설하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너무 반가웠습니다. 너무 기뻤습니다. 우리 문경이 관광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해야 하는데 문경에는 이렇다 할 리조트시설이 없어서 걱정하고 있었는데 대한민국의 대표기업이 우리지역에 리조트를 건설해 준다는 것이 너무 감사했지요.

“P상무님, 무조건 제가 책임질 테니 저를 믿고 꼭 성사시켜주십시오. 인·허가를 포함해서 행정적인 사안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땅 문제만 해결해 주십시오.”

저는 그때 P상무의 손을 꼭 잡고 한번 해보자고 거듭 강조했지요. 그런데 나중에 P상무에 의하면 그날 제가 워낙 강하게 추진 의지를 밝힌 것이 마음을 움직였다고 했습니다. 당시 문경 외에 전북 M군, 경북의 S시 등의 후보지를 함께 검토하였답니다. 시장이 직접 나서는 곳이 문경뿐이고, 시장이 인· 허가를 책임지겠다고 하니 P상무입장에서는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회사로부터 땅값의 규모나 기본적인 사업규모를 지시받은 상태에서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은 땅을 샀는데 만약 인·허가에 문제가 생기면 담당임원으로서는 책임문제가 수반되기 때문이었지요.

그런데 1개월 뒤 P상무가 다시 시장실을 찾아왔습니다.

“시장님, 땅 문제가 도저히 해결되지 않아 문경사업을 포기해야겠습니다. 그동안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작별인사를 위해 P상무가 들린 것이지요. 그래서 제가 다시 땅 문제에 개입했어요. 땅 소유주와 함께 만나 중재 역할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인·허가 과정에서는 제가 나섰습니다. 담당과장 등을 일일이 불러서 제가 부탁을 하고 촉구를 했지요.

“결국 21일 만에 모든 인·허가 절차를 마쳤지요. 경북도청 승인건도 시청직원들이 함께 뛴 결과입니다.”

나중에 강덕수 회장께서 허가를 빨리 내주어 감사하다는 전화를 주셨습니다. 그리고 착공 1년 만에 공사를 끝냈습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불어도 쉼없이 공사가 진행되었습니다. 1년 만에 쌍용계곡 골짜기에 1000억 원짜리 멋진 STX 리조트가 문을 열었습니다.

4. 대성그룹 K회장 이야기

- L팀장 : 대성그룹 산하의 대성계전을 유치하실 때 시장님의 끈질긴 집념이 유치를 성공시킨 것 같습니다.

▲ 신 : 대성그룹은 문경과 결코 남이 아닙니다. 대성그룹의 모태인 대성연탄이 문경에서 출발하였고 지금도 문경에 연고가 많이 있습니다.

2006년 시장 취임 후 대성그룹 김영대 회장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지요.

“회장님, 문경에 선물하나 주십시오. 대성과 문경은 남이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답이 없었습니다. 고민 끝에 또 찾아뵈었지요. 다시 부탁드릴 수 없어서 그냥 종합 청사 왔다가 들렸다고 했지요. 회장님께서는 제가 원하는 답은 안 주시고 그냥 웃으셨지요. 그날은 그냥 차 한 잔 마시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또 3개월이 지났습니다. 마침 문경 사과축제 기간이라 축제 초청장을 가지고 사무실을 찾아뵈었지요. 그날도 김 회장과 일반적인 얘기만 하시고 제가 원하는 공장이전 문제는 아무말씀이 없으셨지요. 또 몇 개월이 지났습니다. 여전히 대성그룹에서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습니다.

그 뒤에도 틈나는 대로 비서실에 들렀습니다. 회장님이 안 계실 때는 명함만 두고 그냥 나왔지요. 회장님이 계실 때는 종합청사 왔다가 지나는 길에 들렀다고 둘러댔지요.

<다음호에 계속>

■ 본면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신현국 ilyoseoul@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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