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술업계 ‘큰 손’ 김종춘 회장, 사기·폭행 피소
고미술업계 ‘큰 손’ 김종춘 회장, 사기·폭행 피소
  • 최은서 기자
  • 입력 2013-01-29 09:41
  • 승인 2013.01.29 09:41
  • 호수 978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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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잘 날 없는 고미술업계 ‘인사동 스캔들’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고미술업계가 시끄럽다. 한국의 대표적인 고미술 검증기관인 한국고미술협회 김종춘 회장이 지난해 4월 사기와 횡령·감금·폭행 등의 혐의로 피소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앞서 김 회장은 문화재 감정 비리 혐의를 받아오다 법원의 영장기각으로 검찰의 수사공세에서 벗어난 바 있다. 그동안 김 회장은 고구려벽화도굴 배후설, 협회의 감정개입·도굴품 거래 의혹 등 여러 구설수에 오르내리며 곤욕을 치렀다.

이에 고미술협회도 허위 감정시비, 감정과정에서 금품수수 등의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등 진통을 겪었다. 김 회장이 잇단 구설수와 송사에 휘말리면서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 거래되는 고미술품들의 진위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르는 등 인사동 일대도 시끄러워졌다.

▲ 김종춘 고미술협회장<뉴시스>
한국고미술협회 김종춘 회장은 서울 인사동에서 ‘다보성’을 운영하는 한국 고미술계의 대표적인 ‘큰 손’이다. 최근 그를 둘러싸고 구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내홍 겪는 고미술업계

김 회장은 강진청자박물관 유물 고가 매입 논란과 고구려 벽화 도굴 배후설, 문화재 허위 감정과 도굴한 문화재 거래 의혹 등 각종 악재에 시달렸다. 또 고미술업계에서는 업계 상호 간의 알력으로 최근까지도 여러 의혹과 관련한 진실 공방전을 지속하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김 회장이 몸 담고 있는 한국고미술협회는 1971년 당시 문화공보부의 법인 허가를 받은 고미술업계 상인들이 발족한 협회다. 문화재보호법과 문화재 매매업 윤리강령을 준수하면서 사업을 전개하고, 문화재의 보존 및 향유를 위한 활동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하지만 이 협회를 두고 문화재를 매매하는 사업자들의 단체가 스스로 자신들의 거래 문화재를 감정하는 것은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 단체에서 김 회장은 여러 번의 재임을 통해 16년간 장기집권하고 있다. 기자가 인사동 일대에서 만난 고미술품 거래 관련 인사들은 “김 회장이 장기집권을 통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협회 일을 독단적으로 처리하고 있어 고미술계에서 불만이 팽배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협회 측은 이 같은 업계 인사들의 불만이나 여러 의혹들에 대해 “협회에 반대하고 감정에 불만을 가진 세력들이 김 회장이나 협회에 대한 좋지 못한 소문을 퍼뜨리는 것으로 ‘일종의 음모’”라는 입장이다.

또 송사 휘말린 김종춘 회장

협회와 일부 고미술품 거래 관련 인사들이 반목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김 회장이 또 다른 송사에 휘말린 사실을 [일요서울]이 확인했다. 고미술품을 거래하는 H씨는 지난해 4월 9일 서울중앙지검에 김 회장을 사기·횡령·감금·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앞서 서울북부지검은 지난해 2월 김 회장에 대해 도굴한 문화재를 거래하고 문화재를 허위 감정토록 한 혐의(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수사를 벌였다. 당시 김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중상모략이다”라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지난해 3월 김 회장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김 회장이 지금까지 성실하게 조사를 받았다”며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H씨가 북부지검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6월 제출한 진정서와 고미술업계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10여 년 전부터 고미술업계에 종사한 H씨에게 김 회장이 ‘청자진사체 연봉 주전자’ 사진을 보여주며 구매할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H씨는 40년 역사의 고미술협회의 공신력을 믿고 해당 유물의 사진만 본 상태에서 5억8000만 원을 김 회장에게 건넸다고 한다. 하지만 H씨는 김 회장으로부터 청자진사체 연봉 주전자를 받지도 못했고, 이미 건넨 5억8000만 원도 돌려받지 못했다. H씨는 진정서에서 “이미 구매할 수 없는 유물(청사진사체 연봉 주전자)를 구매할 수 있는 것처럼 꾸며 본인에게 5억8000만 원을 교부받아 편취했다”고 주장했다.

진정서에 따르면 김 회장은 H씨에게 보물지정을 해주겠다며 4억 상당의 토기를 매입하게 한 뒤 임의 처분했으며, H씨 명의의 유물(모란 병풍 4폭)을 박물관에 임의 매각했다고 한다.

H씨는 진정서를 통해 “김 회장은 본인에게 제공한 담보물을 돌려주면 현금을 주겠다고 가져가 매각한 후 자금을 돌려달라는 요구를 묵살하고 감금과 폭행을 했다”며 “자신 명의의 재산이 없는 것을 이용해 자금반환을 피하려 하고 있다. 이는 한국고미술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공인으로서 법 감정이나 사회통념상 용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고미술업계의 일부 인사들은 H씨의 고소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탄원서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 기자가 입수한 탄원서에는 “수사과정에서 전직 검찰고위간부가 개입돼 사건을 은폐 축소시키는 등 법망을 교묘히 벗어났다.

김 회장이 아직도 우리 문화재의 진위여부, 가치 등을 평가하는 기관의 수장으로 당당히 활보하며 고미술계의 불신을 팽배시켜 고미술을 보잘 것 없는 고물로 전락하게 해 국가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김 회장에게 피해를 당하고 있지만 막강한 비호세력이 있기에 사건화 시키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내용의 주장이 담겨있다.

이에 대해 협회 측 관계자는 “고미술업계에는 협회 반대파가 있다. 이번 건 역시 반대파에서 중상모략하기 위해 허위로 혐의를 씌우려고 하는 것일 뿐”이라며 “이미 사실이 아니라는 증거자료를 다 제출했으며 상대 편 모함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choies@ilyoseoul.co.kr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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