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4대강 사업’으로 친MB계 제거 나선다
박근혜 ‘4대강 사업’으로 친MB계 제거 나선다
  • 최은서 기자
  • 입력 2013-01-29 09:33
  • 승인 2013.01.29 09:33
  • 호수 978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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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뇌관’ 터진다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의 부실 설계 및 시공 여부를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모두 22조 원의 예산이 들어간 4대강 사업이 감사원 감사결과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감사원 감사 발표 바로 다음 날인 지난 18일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과 유영숙 환경부 장관이 직접 나서 반박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지난 23일에는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이 총리실 주도로 감사원 감사결과를 재검증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야당은 강력하게 반발했고 감사원은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4대강 특성상 4대강의 치수능력, 경관, 수질 변화 등 제대로 된 검증을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부처가 반박문을 내고 총리실이 재조사 계획을 잇따라 밝힌 것은 전형적 책임 떠넘기기로 임기 한 달여 남은 정부가 재검증에 나선다는 것부터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4대강 사업을 주도한 MB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이 대통령은 물론 친MB계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사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이 침묵하는 것을 두고 이명박 정부와의 단절의 계기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지난 23일 오후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4대강 감사결과에 대한 긴급현안보고에 출석한 양건 감사원장이 감사결과를 두고 의원들의 질책을 받자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4대강 사업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로 여권 내부는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정부와 감사원은 반박에 재반박을 거듭하며 전례 없는 갈등을 빚고 있고 새누리당은 4대강을 주도한 친MB계가 즉각 반발에 나서면서 당내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최대 치적으로 자부하던 4대강 사업이 ‘총체적 부실’로 감사원이 판정한 것에 대해 청와대는 ‘정면충돌’ 양상까지 빚으며 ‘명예회복’의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4대강 사업에 대한 전면 재조사와 책임자 문책이 단행될 경우 신·구 정권이 극심한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 거센 공세

국무총리실 주도로 관계부처가 감사원 결과를 반박하고 재검증에 나섰다. 관계부처는 “총리실이 중심이 되어 다시 한 번 철저한 검증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충실한 검증이 이뤄지도록 정부가 필요한 뒷받침을 하겠으나 검증과정이나 결과에 대해서는 철저히 투명하고 중립적으로 전문가에 맡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4대강 보의 안전문제와 수질개선실태, 홍수예방과 물 확보의 성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 4대강 사업의 전반을 검증대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검증이 최대한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현 정부 임기 내에 필요한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야권은 거센 공세에 나섰다. 야권은 총리실의 4대강 사업 재검증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반박하는 짜맞추기식 재검증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신 4대강 사업에 대한 국정조사나 청문회 등 국회 차원의 대책 마련과 새 정부에서의 문제해결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야권은 국무총리실이 재검증 실시를 밝힌 것에 대해 “4대강 주범이 4대강 범죄를 수사하겠다는 것”이라며 “국정조사를 실시하라”고 주장했다.

민주통합당 4대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이미경 위원장은 지난 23일 “김황식 총리는 감사원의 4대강 1차 감사결과 발표 당시 감사원장이었고 ‘4대강 사업에 큰 문제가 없다’고 면죄부를 주었다”고 지적하면서 “뿐만 아니라 국토부, 환경부 등 4대강 사업 관련 장관들은 국감 등에서 4대강 사업을 옹호하기 위해 위증을 일삼았고 (4대강 사업이 총체적 부실이라는) 감사원 감사결과를 정면으로 부정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은 이어 “4대강 사업을 주도한 이 대통령과 총체적 부실덩어리인 4대강 사업이 큰 문제가 없다며 눈감아준 당시 감사원장 김황식 총리가 4대강 사업을 객관적으로 점검하겠다는 말을 믿을 국민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며 “국민들의 혈세 22조 원이 투입된 4대강이 왜 이렇게 막무가내로 성급히 진행됐는지, 그 배후에는 누가 있는지, 특히 비리 담합은 어떻게 발생했는지 명백히 밝힐 것을 요구한다”고 강력 질타했다.

朴,한발 물러선 모양새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대통령 후보 3차 TV토론에서 ‘위원회를 구성해서라도 4대강의 문제점을 검토해 바로 잡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지금은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이에 대한 언급은 신중을 기하고 있다. 윤창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해 “인수위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고 하면서, 24일부터 시작하는 현장시찰에서도 4대강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4대강 사업이 부실했다는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해 이 대통령은 대통령실장을 통해 자신이 임명한 양 감사원장에게 불쾌하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역시 ‘철저히 검증해야할 사안’이라는 초기 입장에서 ‘4대강 사업 문제로 혼란을 일으키는 것은 안될 일’이라는 쪽으로 점차 정부 측 입장에 동조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신의진 새누리당 대변인은 지난 22일 “논평에서 “4대강 사업의 감사 결과를 놓고 감사원과 정부부처 간 이견을 보이고 있다”며 “정확한 사실관계나 문제점이 다 파악되지 않았음에도 쟁점이 사실인 것처럼 알려져 국민들을 몹시 불안하게 하고 있다”며 정부 측 입장에 힘을 실어줬다.

친MB계 조직적 반발

친MB계도 조직적 반발에 나섰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친박과 친이계 계파 갈등이 재현될 조짐이 보인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야권에서는 4대강 사업 총체적 부실을 두고 ‘MB-박근혜 공동책임론’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정성호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4대강 사업 예산을 날치기 통과시켜준 당사자가 바로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과 박근혜 당선인”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부실 사업의 주범이라면, 새누리당은 종범 또는 방조범”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야당의 공세에도 박 당선인이 4대강 사업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해 4대강 사업과의 선긋기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박 당선인이 앞으로도 이 사안에 대해 ‘침묵’을 지키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당과 여론이 4대강 사업에 대한 전면적 재조사와 책임자 사법처리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여론을 ‘묵살’할 경우 또다시 ‘불통 논란’에 빠져들어 정부 초기 스스로 위기를 좌초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이후 4대강 사업 재조사가 본격화할 경우 친MB계의 조직적 거센 반발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소속이자 친이계인 김범일 대구시장은 22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해 “4대강 사업이 성공적이었고 잘한 사업이라고 생각한다”며 “홍수예방이라든지 가뭄예방에 대한 성과가 엄청나다.

앞으로 그 효과를 많은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라고 4대강 사업을 옹호했다. 친이계인 조해진 의원 역시 지난 21일 교통방송 ‘열린 아침 송정애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을 제대로 감사하고, 발표했는지 의문이 든다”며 “감사원의 발표로 국민들 입장에서는 ‘댐이 무너질 수도 있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게 됐다. 왜 그렇게 발표했는지 모르겠다”고 감사원을 비난했다.

‘4대강 전도사’로 불리는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23일 오랜 침묵을 깨고 트위터를 통해 “감사원의 4대강 감사는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한 우를 범했다”며 4대강사업을 총체적 부실로 규정한 감사원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더구나 정부부처 간에 서로 조사내용이 다르다면 국민들에게는 부정적 이미지만 키우게 된다”고 강한 불쾌감을 나타내며 “감사원이 4대강 조사시점과 발표시점이 다른 것은 조사내용의 신뢰성에 의문을 달 수 밖에 없다”며 박근혜 당선인을 의식한 정치행위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의원 역시 반발에 가세하면서 파장은 확산되고 있어 박 당선인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여권 내 친박 세력은 이를 계기로 4대강 사업 문제에 선을 그어야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추이가 주목된다.

이정현 당선인 비서실 정무팀장은 지난 18일 고위당정회의에서 국민적 의혹 해소를 현 정부에 주문했고 새누리당 비대위원·정치쇄신특위 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4대강 사업에 대한 국회 청문회 개최를 주장한 것도 이 같은 기류를 뒷받침한다.

실제 18대 국회에서 4대강 사업 ‘총대’를 멘 의원들은 대부분 친이계다. 때문에 4대강 사업에 대한 전면 재조사와 청산 작업에 들어가게 되면 여권 내 ‘친이계 인사 청산’ 계기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

책임론과 대형 건설사와 입찰 담합의혹·특혜 시비·부당 수의 계약 등 4대강 사업 전반에 걸친 비리관계까지 파고들면 친이명박계 인사들의 퇴출은 불가피하다.

이 의원이 트위터를 통해 감사원 감사발표가 박 당선인 쪽과 암묵적 협의가 있지 않았냐는 의혹을 간접적으로 제기한 것도 이 같은 위기의식의 발로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이 대통령의 사법처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경 위원장은 “4대강 사업에 대해 책임론이 제기된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며 “(4대강 사업을)‘대통령 표’ 사업으로 밀어붙였고 사업과정에 불법과 비리가 있었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은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해서 친박계가 4대강 사업에서 자유로운 것만은 아니다. 일례로 2011년 환경단체가 발표한 '4대강 사업 찬동인사' 명단에는 친박계 핵심인 김무성 전 중앙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 최경환 의원, 정우택 최고위원, 이주영 의원 등이 포함돼 있다.

또 4대강 사업비가 영납지역에 집중 투입돼 있어 박 당선인의 정치적 기반인 영남의 이해와 배치될 수 있다는 점도 박 당선인의 고민을 깊어지게 하고 있다. 이처럼 정치적 파괴력이 있는 4대강 사업에 박 당선인이 섣부르게 접근할 경우 ‘인적청산’은 커녕 여권 내 친박-친이 간 갈등을 증폭시킬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이 박 당선인의 ‘침묵’을 길어지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choies@ilyoseoul.co.kr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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