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16일 안철수 진심 캠프는 점차로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었다. 분석대응실 역시 업무 분장이 완료됐고 캠프내 운영 매뉴얼, 캠프 조직도, 안철수 관련 투박하지만 Q&A(질의 및 답변)지가 자원봉사자들에게 배포되면서 서 서히 체계를 잡아가고 있었다. 야권의 ‘단일화 압박’도 한풀 꺾이면서 우리 캠프는 경제 정책 선명성 부각과 함께 공약 준비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하지만 복병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캠프였다. 그동안 문-안 단일화 공방을 ‘옆집 불구경’하듯 즐겼던 박 캠프는 네거티브팀을 가동, 안 후보에 대한 검증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한 고비를 넘기면 또 다른 고비가 찾아와 캠프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일단 진심 캠프는 국민적 지지도가 높은 캠프라는 점에서 새정치를 바라는 일반인뿐만 아니라 출입 기자들로부터 끊임없는 관심과 감시를 당해야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캠프에서는 ‘보안’에 대해서는 철저했다. 우스갯소리로 ‘보안업체 CEO 출신인 안철수답다’는 푸념마저 출입기자들로부터 나올 정도였다. 일단 캠프내 신상 정보에 대해 철저히 관리했다. 통상 문 캠프나 박 캠프가 캠프 요직에 있는 인사들에 대해선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데 전혀 인색하지 않은 것과 대비된다.
퇴근시간 문서파쇄기 줄서는 ‘진풍경’
하지만 진심 캠프는 캠프내 스텝 신상 누설 금지령을 내렸고 정치적 발언마저 봉쇄했다. 사실상 불가능한 주문이지만 어느 정도 비밀 유지가 이뤄졌다. 물론 캠프내에서 알게 된 모든 정보에 대해서 외부에 유출이나 발설은 엄격하게 관리했다. 문건 역시 마찬가지로 퇴근 시간이 되면 종이 파쇄기 돌아가는 소리가 사무실 곳곳에서 들리는 게 일상화 됐다.
문제는 100여명이 넘는 출입기자들과 대화금지였다. 기자 출신인 나로서는 참으로 힘든 일이였다. 절친한 후배들이 찾아와 담배를 피거나 차한잔을 마시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캠프 관계자발로 민감한 발언이 여과 없이 보도돼 캠프 분위기가 삽시간에 경직되곤 했기 때문이다.
한 번은 모 일간지 기자가 출입 금지 구역인 6층 캠프 사무실에 스탭인 척 들어와 문건을 가져간 황당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캠프는 바로 ‘기자 비상령’을 내렸고 하루 아침에 캠프내 CCTV가 설치되는 등 보안의 등급을 높여버렸다. 캠프 직원도 출입증을 착용하지 않으면 출입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보안에 대해선 안철수 캠프에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였다.
한편 민원실은 찾아오는 민원인과 지지자들, 그리고 음식물에 대해서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특히 캠프 밖에서 활동하는 팬클럽이나 외곽조직들의 단체 방문은 정중하게 거절했다. 다만 개인 방문을 원칙으로 하고 찾아오거나 전화로 문의하는 지지자들은 대외협력팀에서 지역 단위 포럼에 연결시키는 정도였다.
음식이나 음료수 등 물품은 당연히 선거법 위반 사안으로 철저하게 지켜졌다. 그나마 새벽에 출근하는 캠프 인사들을 위해 아침에 배달되는 김밥 한 박스가 전부였다. 김밥 한 박스는 갖다놓기 무섭게 없어졌던 기억이 새롭다.
분석대응실 역시 2인 3조로 구성돼 조간팀 석간팀으로 나뉘어 돌아갔다. 업무 분장을 보면 석간팀은 일정 메시지 기조, 현안 기조 정리 및 대응안, 주간 현안을 담당하고 조간팀은 당일 현안에 대해서 신속하게 대응하는 업무를 맡았다. 10월16일은 노크 귀순 파문으로 문제가 된 22사단 방문과 부마항쟁 33주년 행사, 유신 40주년, 3040 도시락 미팅에서 후보자가 언급할 메시지 기조를 정하는 게 주된 업무였다.
文 단일화 ‘숨고르기’ 朴 복병 ‘네거티브’
한편 문 캠프 관계자발로 ‘10월중 단일화는 언급은 더 이상 없다’는 첩보가 들어오기도 했다. 문재인 캠프의 단일화 압박이 숨고르기에 돌입하면서 캠프는 한숨을 돌리는 형국이었다. 반면 그동안 안철수 후보에 대해 ‘손 놓다 시피’했던 새누리당과 박근혜 캠프에서 측면 공격이 들어왔다. 당내 존재했던 ‘네거티브 대응팀’이 안 후보를 겨냥해 검증이라는 명분으로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일단 새누리당은 안 후보가 안철수 연구소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헐값으로 인수해 311억 원 차익을 남겼다고 재차 공격했다. 또한 안 후보 부인 서울대 김미경 교수의 채용이 ‘끼워넣기’라며 의혹도 제기했다. MBC는 안철수 서울대 논문 표절 의혹 보도도 보수 언론에서 계속 다루면서 압박을 가했다.
어느 것 하나 사실로 밝혀지지 않은 네거티브 공세의 전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에선 ‘가랑비에 옷 젖게 만들 듯’ 안 후보의 도덕성 흠집 내기에 여념이 없었고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며 자평해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또한 안 후보의 재벌 개혁을 담은 경제 민주화 공약에 맞서 새누리당과 보수 세력들은 ‘11월 위기설’을 흘리면서 반격에 나설 것이라는 첩보도 들어왔다. 조선, 중앙, 문화 등 일간지와 경제지들은 칼럼과 방송 출연을 통해 ‘신자유주의 글로벌 경쟁체제하에서 규제를 통한 성장제한은 안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대기업 산하 연구소를 통해서 ‘11월 위기설’을 유포시키기 시작했다.
내용도 가히 충격적이었다. 국내적으로 가계부채 920조원, 어두운 IMF 경제성장률 전망, 대기업 금융 연체 급증, 민간 체감경기 악화 등을 내세워 경제민주화 방어논리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또한 국제적으로도 11월부터 밀가루를 시작으로 연쇄적으로 에그플레이션(곡물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상승)이 일어날 공산이 높고 중국 경제 성장 하락 추세, 미국 재정절벽을 내세울 것이라는 거였다.
박근혜 캠프 역시 대기업에서 파견된 인사들을 중심으로 ‘11월 위기설’ 분위기를 조성해 현실화 될 경우 경험 없는 무소속의 안 후보나 경제를 망친 친노 문 후보보다 안정감 있는 박근혜 후보가 적임이라는 선거전을 펼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맞서 캠프에서는 후보 일정에 서민중심 간담회 연쇄 개최, 일자리 창출 특히 40~50대와 60대 이상 ‘실버잡 창출’ 방안을 고민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캠프내에서는 자원봉사자들 회람용으로 ‘안철수 후보 의제관련 답변/응대 자료’의 제하의 구전 홍보용 논리가 작성됐다. 당시 안 후보에게 민감했던 사안들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담은 내용으로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렀지만 캠프 초기에 비해 괄목할만한 발전이었다.
보수언론 ‘11월 위기설’로 재벌 옹호나서
내용을 보면 10.7 비전선언문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차원으로 만들어진 문건이었다. 특히 ‘국민곁으로’ 목표로 정한 ‘청와대 이전’관련 공약은 신선한 것이었지만 구체적 장소 없이 ‘국민토론을 거쳐 결정하겠다’는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여 출입기자들로부터 원성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 권한 축소의 방안으로 국회 권한 강화, 사면권 국회 동의, 대통령 임명직 10분의 1로 축소는 참신하게 받아들여졌다. 기타 경제민주화나 재벌개혁, 대북관계, 정부혁신 등을 담고 있었지만 내용이 협소하고 추상적이어서 유용하게 사용되지는 못했다. 돌이켜보면 캠프내에선 구전홍보논리보다 안철수 발언 자료는 ‘안철수 생각’에서 거의 인용하거나 발전시킨 게 더 많았던 기억이다. <계속>
<정리=홍준철 정치부장> mariocap@ilyoseoul.co.kr
안철수 캠프에는 세 가지가 없다!
‘전략’, ‘조직’, ‘네거티브’ 3無
안철수 캠프에서 활동한 지 사흘뿐이 지나지 않았지만 정말로 많은 일이 캠프 안팎에서 일어났다. 그 중에서 인상적인 게 몇 가지 존재하는 데 그 중 단연 대선 캠프이지만 박근혜 문재인 캠프에는 있는 데 안 캠프에만 없었던 세 가지가 있다.
바로 조직(세력), 전략, 그리고 네거티브다. 안 후보가 새정치를 주창하면서 캠프내 두지 않은 세 가지다. 또한 구정치의 전형으로 지목한 것이다. 캠프 인원은 이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도 우려감을 갖고 있었다고 솔직하게 토로할 수밖에 없다. 조직은 선거에서 필수적이다. 조직은 곧 사람으로 인식했던 기존 사고에서 벗어난 파격적인 조치임에 틀림이 없다. 돈 안드는 깨끗한 정치를 지향하는 안 후보로서 ‘조직=돈’이라는 돈 선거를 안하겠다는 후보자의 결의인 셈이다.
전략 파트가 캠프내 없다는 점도 놀라웠다. 전략파트는 여론조사를 주도한 김윤재 변호사가 곁다리로 할 만큼 비중이 낮지 않은 파트다. 캠프내 전략본부장이나 전략가가 존재하지 않다보니 깜짝 놀랄만한 후보 발언이나 결심이 어떻게 진행됐고 어디서 어떤 근거로 왜 도출됐는지를 파악할 부서가 없었다. 캠프내에선 ‘외부 컨설팅 그룹이 따로 있겠지’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기도 했다.
네거티브는 철저했다. 상황실이나 분석대응실에 박 후보뿐만 아니라 문 후보관련 X파일이 심심찮게 들어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모두 서랍속으로 직행했다. 네거티브에 대해선 안 후보 본인이 병적으로 싫어한 셈이다. 한번은 모 여론조사 기관이 상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방법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발표해 안 후보를 흔들 당시 이에 대해 법적 소송이 내부적으로 검토된 바 있다. 하지만 끝내 법적 조취를 취하지 않고 넘어갔다. 그 배경에 후보자의 의중이 담겨 있지 않느냐는 추측이 난무했다.
이 밖에도 안철수 후보의 등장과 퇴장 모습 역시 인상적이었다. 통상 안 후보가 외부 일정을 마치고 들어오면 수행비서가 ‘안철수 후보님 들어오십니다’고 선창을 했다. 그러면 캠프내 100여명의 인사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일어나 박수를 쳐준다.
그러면 예의 안 후보는 특유의 선한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흔들며 답례를 했다. 캠프 밖으로 나갈 때도 마찬가지다. 이런 작은 행사는 캠프가 해단식을 가질 때까지 이어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안 후보는 들어가고 나갈 때 ‘격려의 한 마디’가 없이 미소로만 응대한 게 아쉽다.
또 하나는 매일 열리다시피하는 전체회의다. 박선숙 본부장이나 김성식 본부장이 주도하는 아침 전체회의는 정보공유의 자리인 셈이다. 그날 보도된 언론사 현안을 상황실에서 보고하고 캠프 전원이 공유한다. 그리고 기획부에서 캠프 특이상황을 보고하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손을 들어 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갈수록 참여 인원이 줄면서 매일 개최에서 주2회로 줄어들었다.
안 후보는 내가 있는 동안은 딱 한번 전체회의를 참석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안철수식 농담이 통한다’는 것이었다. 안 후보는 차기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나 박근혜 후보가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때 한 측근이 ‘아니(安이)되옵니다^^’라고 말한 것을 소개해 캠프 식구들을 한바탕 웃게 만들기도 했다.
<철>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