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에서 불구속 입건돼 나왔다는 게시자 ‘밀양시민’은 “강제 성폭행이 아니다. 한번 당했으면 다신 안 올 것이지, 왜 또 와서 연락을 하나. 남자들 본능”이라며 가해자들을 옹호했다.여중생을 고교생이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 7일 알려진 이후 가해 학생에 대해 ‘사적 응징’을 하는 등 인터넷상에서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이 일어나고 있다. 한 포털 사이트 웹페이지에는 당시 범행에 가담한 고교생의 얼굴 사진과 싸이월드 미니홈피 주소, 실명, 학교 등이 모두 공개됐다. 다른 포털 사이트에는 피해 중학생을 협박한 것으로 전해진 가해자 어머니 사진까지도 공개됐다. 한눈에 봐도 누가 누군지 알만큼 학생들의 얼굴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었다. 사진에 덧붙여진 글에는 이 학생들이 며칠 전 드러난 경남 밀양지역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라고 적혀 있었다.
또 성폭행 가담 혐의 고교생 41명의 이름과 개인 홈페이지 주소도 함께 올라 있었다.사진 속의 학생들은 밀양지역 고교생 10여명이 골목길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진과 캠핑 사진인데 ‘밀양 강간범들을 조심합시다’라는 글이 적혀 있어 마치 가해자인 것처럼 보였다. 지난 9일 나돌기 시작한 이 사이트는 조회수가 4만건을 넘어서는 등 급속하게 퍼졌다. ‘밀양 집단 폭행범 얼굴(공개)’이란 제목으로 여러 장의 사진을 올린 한 네티즌은 “경찰이 처벌하지 않으면 우리가 직접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밀양지역 고교와 학부모 등에 따르면 문제의 사진 속 학생들이 밀양지역 고교생은 맞지만 이번 성폭행 사건 가담 학생들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라 주장했다.경찰 관계자도 이번 사건과 무관한 사진이라 일관하고 있고 논란이 일자 싸이월드를 비롯, 내용이 공개됐던 모든 홈페이지는 문을 닫은 상태다.
사건 은폐 의혹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조사과정에서 피해자에게 “너희가 밀양 물 다 흐려놨다”는 폭언을 해 파문을 일으켰던 경찰관이 “나는 여중생들에게 폭언을 한 적이 없다” 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울산 남부경찰서 모 경장은 경찰의 자체 진상조사에서 “나는 성폭행 혐의로 남학생들을 조사하며 너희들이 밀양물 다 흐려놨다는 말을 한 적은 있지만 여중생들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은 없다”며 “당시 남학생들을 조사하는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피해자들이 있어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울산지방경찰청은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 의혹을 받아온 경찰간부 등 3명을 좌천시키거나 대기발령했다.한편 여성부는 울산 남부경찰서에 진상조사단을 보내 경찰의 폭언 여부와 가해자 측의 협박을 받았다는 피해자 보호문제 등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할 방침이다.
또한 밀성고 졸업생의 인터넷 글이 사건 은폐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게시자에 따르면 “본인은 밀성고를 졸업했다. 밀성고는 예전부터 말이 많았다”며 과거 밀성고 시절을 되짚었다. 그는 “밀성고 이사장이 전직 국회의원 출신이다. 인맥으로 들어온 학생이 많다. 70~80%가 시의원, 경찰간부, 의사, 변호사 등 주로 고위층 간부들 자녀”라며 “웬만한 사건은 터져도 그냥 넘어갔다. 돈과 연줄 없으면 3년 동안 학교 다니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 당시에도 집단 성폭행 사건이 있었다. 피해자 중 한명은 투신자살했다. 그때도 가해자 부모들은 적반하장, 더 난리였고 조폭들까지 등장했었다. 이번 사건도 곧 무마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사건이 전국으로 퍼져 망신 한번 톡톡히 당했으면 한다”고 안타까움을 표현해 의혹을 증폭시켰다.
밀양 사건 둘러싼 진실공방
인터넷에 오른 사진 진위여부 공방“실제 피의자 아니다” vs “없는 사실 만들리가”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거센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으로도 그 불길이 옮겨 붙을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 7일 밀양 성폭행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됨과 함께 인터넷에는 가해 학생들의 사진과 홈페이지라며 이를 공개한 게시물이 나돌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피의자들의 신상이 공개됐다는 소식을 접한 경찰은 즉각 떠도는 게시물은 실제 피의자들이 아니라며 이번 사건과 전혀 관계없는 인물들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경찰의 이 같은 발표에도 불구하고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경찰이 피의자들의 신원공개에 따른 피해를 우려, 거짓말로 피의자들을 감싸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네티즌들이 이 같이 의혹을 제기하는 근거로는 우선 게시물에 드러난 개인홈페이지 주소로 들어가 피의자들이 이번 사건에 대해 주고받는 대화를 직접 봤다는 이들의 증언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 네티즌은 모 포털사이트의 뉴스코너에 게시된 밀양사건 관련 뉴스 덧글 게시판에 “경찰은 진실을 왜곡하려해선 안된다”며 “9일 새벽까지만 해도 20여명의 홈페이지는 대부분 운영되고 있었다. 내가 들어가서 글도 남기고 왔다”고 글을 남겼다.더 구체적인 증거들도 나돌고 있다. 가해학생들의 아이피 주소를 추적하여 그들이 게시물에 드러난 홈피에 접속한 사실까지 적나라하게 공개하고 있는 게시물도 나돌고 있는 것.이에 대해 한 네티즌은 “수많은 방법을 통해 가해학생들이 자기들끼리 홈페이지에 남긴 글이라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누군가 없는 사실을 만들 리가 없다”고 말했다. <윤>
김현진 kideye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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