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씨는 “나에 대해 모든 것을 꿰고 있었다. 모르는 것이 없더라”는 말로 입을 열었다. 임씨의 출신 대학을 비롯해서 전공과 학번, 학점, 현재 다니는 직장명은 기본이었다. 또 임씨의 키나 체형 등의 용모를 비롯해서 연봉, 아버지의 직업과 아파트 평수, 차종까지 꿰뚫고 있는 뚜쟁이의 정보수집력에 임씨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실제로 임씨는 서초구에 7층짜리 빌딩외에도 서너개의 주유소를 소유한 상당한 재력가 아버지를 둔데다가 마담뚜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강남 토박이’로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부유한 가정환경을 제외하면 학벌이나 외모 등의 조건에서 임씨가 그다지 내세울만한 것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유여사는 ‘나는 시시한 사람은 해주지도 않는다. 잘나가는 의사를 배필로 맞게 해주겠으니 한번 만나보라’며 끈질기게 설득한다는 것이다.유여사가 이처럼 집요하게 설득을 하는 이유는 당연히 엄청난 사례비를 염두에 둔 탓이다.심지어 유여사는 임씨의 어머니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의사도 의사나름이다. 어릴 때부터 봐왔던 괜찮은 남자가 있는데 밑져야 본전이니 한번 만나게 하라’고 권유했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내키지 않던 임씨도 유여사의 끈질긴 설득에 사실상 승복한 상태다.임씨의 부모도 딸이 번듯한 전문직 남성과 결혼하기를 바라는 눈치라고 전했다. 심지어 의사 사위에게 개인 병원하나는 흔쾌히 열어줄 용의도 있다고 했다는 것.임씨는 “강남에 작은 병원 하나를 마련해주는데 드는 비용은 대략 6억원이라 들었다”고 귀띔했다. 결코 만만한 액수가 아님에도 이들은 이미‘의사와 결혼하기 대작전’에 들어간 듯 보였다. 임씨는 “대신 강남에 40평짜리 아파트는 그쪽에서 마련해둔 모양이니 손해볼 것은 없다”며 눈을 반짝거렸다.병원을 포함한 혼수는 그렇다쳐도 마담뚜에게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다.마담뚜에게는 한번 소개받는데 보통 10~20만원씩을 지불하고 결혼이 성사되면 1천만원에서 많게는 억대까지 가는 고액의 성혼 사례비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인생역전
명문대 졸업 후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근무하는 손미정(29·가명)씨는 얼마전 뚜쟁이를 통해 의사를 소개받은 뒤 결혼준비에 들어갔다. 손씨는 결혼을 결심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면서 “혼례조건으로 그는 너무도 당연한 듯 병원을 차려줄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손씨는 “혼인은 부모님과 상의끝에 합의가 된 상태”라며 “집이 넉넉한 형편이 아닌탓에 무리해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 말했다.강남에 병원을 차려주는 일 외에도 예물은 자질구레한 보석세트 대신 2,000~3,000만원선의 다이아몬드 2캐럿으로 정했으며 마담뚜에게는 우선적으로 800만원의 성혼비를 약속해놓은 상태다.그러나 손씨는 “이렇게까지하면서 의사와 결혼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시시한 남자와의 생활은 상상하기도 싫다”고 잘라 말했다.손씨는 오히려 “넉넉하지 못한 집안 환경탓에 어릴때부터 풍요로운 생활에 대한 동경이 컸다. 일반 샐러리맨과 결혼해서 어느 세월에 집 한칸 사겠나”라고 반문했다.
25년 경력 마담뚜 김을숙씨(가명)
“예단비 10%가 사례비 상례”김을숙(62·가명)씨는 모피 수입업을 하면서 익힌 인맥들을 토대로 반포에서만 25년째 마담뚜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반포의 한 커피숍에서 그녀를 만났다.김씨는 “내 자식을 결혼시킨다는 생각으로 중매를 서기 때문에 사례비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으나 실상 그가 성혼비로 받는 돈은 엄청난 액수였다.사례비가 너무 세다는 말에 그는 발끈했다. 김씨는 “변두리에서 마취과, 정신과를 개원한 의사와 강남의 성형외과 의사를 소개해주는 비용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며 “의사라고 다 같은 의사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그에 따르면 소개비는 보통 10만원선이지만 잘나가는 의사나 사법연수원을 졸업 후 판·검사 임용된 사람의 경우에는 20만원으로 올라간다. 또 결혼이 성사될 경우 사례비로 예단의 10%를 더 받게 된다는 것이다.김씨는 “10년 전만해도 일년에 30건 정도의 혼례를 성사시켰으나 최근에는 평균 대여섯건 정도”라고 말했다. 성사비에 대해서 그는 자세한 대답을 꺼려했으나 “요즘 회계사는 500만~700만원, 의사와 판검사는 최소 1,000만원선”이라 귀띔했다.
이수향 thelotu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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