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합격 기준 석연찮다”
“최종합격 기준 석연찮다”
  • 윤지환 
  • 입력 2004-12-28 09:00
  • 승인 2004.12.2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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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실시된 국가 기록원의 학예연구직 특별채용 시험을 둘러싸고 의혹이 일고 있다. 이 특별채용 응시자들 대부분은 “학예연구직원을 선발하는 과정에 비리가 있는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하면서 “채용시험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구려사 문제 등 주변국들의 역사 왜곡이 심각한 현시점에서 이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큰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국가 기록원은 지난 11월 29일 학예연구직 특별채용 면접시험 공고와 함께 서류전형에 합격한 1차 전형 합격자를 발표했다. 서류전형 합격자 명단을 본 응시자들은 이번 채용 시험에 응시한 23명 전원이 서류전형에 합격한 것을 알고 다소 의아해했다. 서류심사에서 전원이 합격하는 경우는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국가 기록원은 이에 대해 “응시자들 모두 서류전형에서 요구하는 자격조건을 만족시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응시자들은 “비록 응시자들 모두가 국가 기록원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자격조건을 만족 시켰다 하더라도 1차 전형에서 23명 전원을 통과시킨 것은 납득하기 힘든 일”이라는 입장이다. 특별채용 시험에 응시한 A씨에 따르면 국가 기록원으로 요구되는 자격조건은 20세 이상 40세 이하의 남녀로 역사학 분야 석사 이상의 학위 소지자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A씨는 “국가 기록원 측은 기본 자격조건 이외에도 경력증명에 관한 자료를 까다롭게 요구해 엄청나게 많은 증빙자료들을 구비하느라 많은 시간과 돈을 허비해야 했다”며 “이것은 나 이외에 다른 응시자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국가 기록원은 23명으로부터 이처럼 많은 양의 자료를 요구해 놓고도 이를 제도로 검토하지 않았다”며 성토했다. A씨에 따르면 국가 기록원은 응시자들이 제출한 자료를 면접당일 심사위원들에게 넘겼고, 이를 넘겨받은 심사위원들은 이처럼 많은 양의 자료 검토를 단 몇 시간만에 마친 것으로 드러나 응시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국가 기록원 측은 이에 대해 “심사위원들에게 면접 당일 응시자들에 관한 자료를 넘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사실 이곳의 여건상 자료검토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이 같은 자료들은 심사자료라기 보다 학위와 경력에 대한 증거자료의 성격이 강하다. 심사위원들은 학위, 논문, 경력 등에 대해 요약된 자료를 통해 공정한 심사를 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국가 기록원의 이 같은 입장을 풀이해 보면 서류심사에서는 기본 자격 여부만 검토한 다음 면접에서 모든 것을 가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 기록원이 면접시험 기준으로 마련한 5개의 면접항목을 보면 철저하게 심사위원들의 주관이 개입될 소지가 다분하다. 국가 기록원은 이번 특별전형에서 국가 기록원 근무자 1명, 외부 과장급 공무원 1명, 현직 대학교수 1명을 선임했다. 면접시험에서 검토된 사항은 공무원으로서의 정신자세, 업무에 관한 전문지식과 학식에 대한 응용능력, 의사발표의 정확성과 논리성, 예의·품위 및 성실성·창의력·의지력 및 발전가능성 등이다.

응시자들은 이 면접 항목들이 과연 당락을 결정짓는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인가에 강하게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 항목들은 그야말로 기본적인 소양을 알아보는 수준일 뿐 정확한 능력평가를 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게다가 응시자 1인당 면접에 할애된 시간은 불과 15분에서 20여분에 불과했다. 자료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황에서 앞서 밝힌 5가지 사항만으로 15분만에 면접을 마치고 2명의 합격자를 뽑은 것이다. 국가 기록원 측은 “5가지 면접항목을 통해 실무에 필요한 사항을 모두 확인했기 때문에 면접 과정에 대해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국가 기록원측은 또 “응시자들이 모두 석사 이상의 학위 소지자이긴 했지만 이들의 학문적 소양과는 별도로 실제 업무는 다소 차이가 날 수 있다”며 “실무자가 판단한 결과와 응시자들이 예상한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응시자 A모씨 “합격자 이미 내정 의심”

국가기록원 특별전형에 응시한 A씨는 이번 채용에 대해 “이미 합격자가 내정돼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강하게 의혹을 제기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학술진흥재단 인사교류정보에 공개된 응시자 정보를 확인해 보면 박사학위소지자가 8명이었는데, 이들은 학계에서도 알아주는 실력자들이었다고 밝혔다. A씨는 이어 “그 중 두 사람이 국가 기록원에서 가산점 부여 항목으로 지정한 공공기록관리연구원자격증을 소지한 지원자였다”며 “이들도 모두 불합격됐다”고 말했다.A씨에 따르면 합격한 김모씨와 이모씨는 박사학위 소지자도 아니며 경력이나 연구활동이 두드러지는 사람도 아니라는 것이다. A씨는 “면접당시 심사위원들은 응시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며 “면접 때 나보고 공대 출신 아니냐며 엉뚱한 질문을 해 당황했었다. 이는 다른 응시자들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때문에 다른 응시자들도 대부분 면접시험에 대해 많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가기록원 관계자 “실무위주로 인재 평가했다”

국가 기록원은 “이번 채용은 국가 기록물 관리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접목한 업무를 위한 인재를 뽑는 것이다. 실무위주로 인재를 평가했기 때문에 연구전문인이라는 점은 크게 점수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또 논문 심사의 경우 심사 위원들마다 논문에 대한 주관적인 견해가 작용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심사가 어렵다고 판단, 서류심사는 사전 경력과 논문요약 자료를 통해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국가 기록원의 특별채용을 담당한 한 관계자는 “우리는 응시자들이 제출한 자료를 접수받아 제공하는 역할만 했고, 선정과정은 심사 위원들의 소관이기 때문에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잘 모른다”며 “여건상 서류 검토에 필요한 시간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심사위원들 모두 해당분야의 전문가들이니 만큼 공정한 심사가 이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지환  jjd@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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