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0대 키워드에 중국이 뜨 겁다
올 10대 키워드에 중국이 뜨 겁다
  • 상해=우수근 통신원 
  • 입력 2004-12-28 09:00
  • 승인 2004.12.2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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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를 보면, 그냥 지나치라”, “내가 누구인지 내일이면 알게 되리”, “관료의 생로병사는 걱정없다”. 2004년 12월, 한 해를 마감짓는 요즈음 중국 네티즌들 사이를 달구고 있는 주요 화젯거리들이다. 현재 왕이닷컴(www.163.com)을 비롯한 중국의 대표적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는 중국 네티즌들이 가장 관심있게 지켜본 ‘2004년 중국의 10대 화젯거리’가 집계되고 있다. 이에 싫건 좋건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 중국의 2004년 그것들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 싶어 왕이 닷컴과 소후 닷컴, 그리고 흑룡강 신문 등을 참고로 다음과 같이 살펴 보았다.

1.부패한 관료사회

중국의 국가관료, 즉 중국의 공무원은 현재 37명 가운데 1명 꼴로 존재하며 이들을 중국인민 28명이 1명 꼴로 먹여 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얼마전 실시된 2004년 중국 국가공무원 채용시험의 경쟁률이 37:1 이었음을 통해 집계된 것이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국가관료란 아직도 엄청난 특혜와 권력을 지닌 ‘특수한 신분’으로 군림하고 있다. 현재와 같이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에서 국가관료는 가히 모든 중국인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확실한 신분보장에서부터 사회보장, 의료혜택 및 사실상 기타 의식주와 모든 교통수단까지 공비로 영수증 처리가 가능한 국가 공무원. 오죽하면 “국가관료의 생로병사는 아무 걱정없다”는 시기어린 비아냥까지 떠돌고 있을까.

2. 기사도정신 상실

얼마 전 중국 매스컴에서는 벌건 대낮에, 그것도 많은 사람이 지나치는 대로변에서 한 명의 시민이 3명의 강도에게 칼에 찔리고 가방을 빼앗기는 참변이 발생했다. 길을 지나치던 많은 인파는 그 자리를 피해 저만치서 그 광경을 바라보기만 하였다. 또 한 기차역에서는 갓난 아이가 방치되어 울다가 숨져가는 사건이 발생, 중국을 경악케 했다. 사람들로 붐비는 기차역에서, 그것도 아이가 한동안 꽤 울어댔다고 하는데 모두들 ‘나몰라라’ 한 것이다. 바로 오늘날 중국의 개인주의와 보신주의를 극명히 나타내는 한 예가 아닐 수 없다.

3.빽이 최고

최근에 차량번호 AC0020인 메르세데츠 벤츠가 베이징의 한 대학 구내에서 한 여대생을 치고 도주하려다가 경비에게 잡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차량 주인이 큰 돈으로 경비를 매수하려다가 거절당하자 이번에는 당당하게 “니들은 내가 누군지 내일이면 알게 된다!”라는 외마디만을 남기고 떠나갔다 한다. 이 사건으로 인해 현재 중국의 네티즌 사이에서는 ‘벤츠’, ‘사람치다’라는 키워드가 널리 회자되고 있다. 이 만큼 중국사회에서 벤츠는 이제 단순한 차량의 한 종류가 아니라 돈과 권력의 상징으로 군림하고 있다. 만민평등 사회주의 중국에서 말이다.

4. 영웅상실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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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년 가을에 있었던 중국의 한 프로축구 팀이 심판의 판정에 불복, 경기를 보이코트한 뒤 발생한 일련의 사태를 비꼬는 표현이다. 중국의 축구협회에 대해 중국의 네티즌들은 위 표현과 더불어 “관중은 없고 도박회사만 득실댄다”는 비난의 글을 퍼붓고 있다. 또한 네티즌 사이에서는 “이 마당에서 해외에서 이기기를 바라는 것은 그야말로 위험한 도박”이라는 자조섞인 자정운동을 호소하는 글 또한 어렵지 않게 눈에 띈다.

5.여대생 술시중

지난 가을에 한 대학 교수는 자기 제자들인 여대생 몇몇으로 하여금 당 간부 술자리 시중을 들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지도교수가 자기 제자들을, 그것도 현재 여러모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당 간부들의 술자리에서 시중을 들게 했다는 점에서 중국사회의 경악을 사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더 어이없는 일은, 그 자리에 참석한 여대생들(이들은 처음에는 자기들이 어디로 무엇하러 가는지 몰랐다고 한다)이다. 그들은 사태를 파악하고 난 뒤에도 그 자리를 그대로 지킨 채 함께 어울렸다는 것이다. 중국사회와 여자, 그 위의 여자들의 선망인 여대생들의 돈과 권력을 향한 사고가 잘 나타나는 한 예이다.

6.홈리스족에 대한 토론

<신경보>라는 잡지에 한 법학자가 “구걸자에 대한 공격적인 입법안”이라는 글을 게재함으로써 네티즌들의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그는 이 글에서 “공공장소에서 구걸하는 자들을 법적으로 엄히 처벌해야 한다”며 1개월에서 6개월의 구류를 주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급속한 경제발전의 소외자, 도태자인 이들을 둘러싼 온갖 토론이 끊이질 않고 있다.7.기름부족 현상
이는 현재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원유 공급문제를 잘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차량용 중유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공고문이 이따끔 지방의 주유소에서 눈에 띈다. 그런데 이는 부족한 원유 공급사정에 따라 예약판매만 가능하거나 아니면 원유가 공급되어야만 비로소 판매한다는 것이다. ‘원유먹는 하마’ 중국이 전세계를 무대로 원유 찾아 헤매는 다급함이 잘 읽혀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8.국유기업 구조조정

현재 중국의 포털 사이트들에서는 중국의 국유기업에 관한 내용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포털사이트의 “개혁이란 미명하에 국유기업 매각으로 배채우는 것은 매각한 부패 공무원들과 헐값에 사들인 기업인들 뿐이요, 이로 인해 거리에 나앉아 고통받는 것은 서민들일 뿐”이라는 자조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터져나오고 있다. 국유기업 개혁으로 일자리 잃고 내몰린 사람들은 중국정부를 향해 불만의 칼날을 갈고 있으니, 국유기업 정리는 이래저래 중국정부를 힘들게 하고 있다.

9. 콘서트 범람

중국의 <청년보>에 ‘펑펑 콘서트’라는 기사가 실려 많은 중국인들의 공분을 샀다. 적자재정인 지방자치단체가 초호화 콘서트를 개최했기 때문이다. 사천성의 한 중급 시에서는 풍년을 기념하는 콘서트를 개최하였다. 그런데 그 취지와는 달리 고위층과 친밀한 여가수를 초청, 4곡을 부른 그녀에게 한화 1억원이 무색한 엄청난 돈을 지불하였다. 풍년이라고는 하지만 농민들의 살 길은 나날이 막막해지고 있는 이 상황에서 이와 같은 어이없는 행태는 중국인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중국서민들이 국가기관에 대해 괴리감을 느끼며 불만을 다지고 있는 이유를 암묵적으로 대변하는 대목이다.

10. 하남사람 차별

출신지별 차별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현재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핫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낙후한 농업지역인 하남성 사람들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인근의 북경 등지로 몰리고 있다. 그런데 평생 농사만 짓던 남루한 복장에 대도시 생활도 익숙지 못한 이들은 위생문제나 사회범죄와도 곧잘 연루되곤 한다. 이에 북경의 한 음식점에서 출입구에 위와 같은 자극적인 표어를 게재한 것이다. 두말 할 필요없이 하남사람들의 분노가 터져나왔고 하남 사람들 외에 중국의 양식있는 사람들도 공분, 급기야는 하남성 공산당 서기가 직접 “하남인을 왜곡하지말라!”는 글을 인터넷에 올림으로써 네티즌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지게 된 것이다. 56개 다민족으로 구성된 거대한 중국이니 만큼 소수민족 문제는 전통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제는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인한 지역감정도 거세지고 있으니 이는 바로 오늘날 중국이 품고 있는 첨예한 사회문제를 잘 대변하고 있는 한 예가 아닐 수 없다.

상해=우수근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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