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간판 아나운서들 “마이크 빼앗기고 한직으로…”
MBC 간판 아나운서들 “마이크 빼앗기고 한직으로…”
  • 최은서 기자
  • 입력 2013-01-21 11:02
  • 승인 2013.01.21 11:02
  • 호수 977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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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구·신동진·문지애·최현정·오상진·김완태 ‘울상’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지난해는 MBC에게 상처 가득한 한해였다. 김재철 사장 퇴진과 방송 공정성 회복을 요구하며 지난해 1월 30일 시작된 MBC 노조 파업은 그 해 7월 17일까지 171일 간 지속됐다. 무려 반년이라는 지상파 사상 최장기 파업 기록을 세웠다. 이 기간 뉴스, 시사프로그램, 예능, 드라마 등 대부분의 MBC 프로그램은 파행을 피하지 못했고 채널 신뢰도와 파워도 저하돼 MBC 시청률은 반토막났다. 지난해 7월 17일로 파업은 종료됐지만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MBC 사측이 노조에 대해 더욱 강경한 자세를 취했기 때문이다. 특히 MBC 간판 아나운서들이 MBC 노조파업과 함께 브라운관에서 완전히 종적을 감췄다. 이들은 회사로 정상 복귀했음에도 불구하고 TV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MBC가 징계자의 현장 복귀를 무산시키고 또다시 교육발령을 내렸다. MBC는 지난 16일, 17일자로 정직 6개월 및 교육발령이 끝나는 12명을 대상으로 3개월간 교육명령을 내렸다.

이 가운데 교육발령이 연장된 최일구, 김세용 앵커와 강재형 아나운서 등 8명은 MBC 사규상 최장 기간인 6개월 내내 교육을 받게 됐다. 또 정직 6개월을 받은 ‘내조의 여왕’ 김민식PD(MBC 노조 편제부분 부위원장) 등 4명은 18일부터 3개월간 MBC 아카데미에서의 교육을 명령받았다.

이들은 오는 18일부터 서울 신천에 위치한 MBC교육아카데미에서 ‘사진으로 삶을 아름답게 하는 힘’, ‘한국사의 현대적 해석’, ‘동서양사 비교’, ‘라틴아메리카 문화와 이해’, ‘한국 가요사’, ‘문학과 인간’, ‘한국의 키워드, 스마트란?’, ‘well-dying이란 무엇인가’ 등에 대한 강의를 듣게 된다.

김재철 사장은 여러 공식 석상에서 ‘2013년 MBC가 시청률 1등을 탈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측이 MBC 정상화에 의지가 있는지에 의문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MBC 노조가 장기 파업을 중단한 이후 MBC 간판 아나운서, 검증된 능력을 갖춘 기자와 PD들이 징계 또는 교육명령 등으로 제작 현장에서 배제되거나 비제작 부서로 인사 발령났기 때문이다. 회사 경쟁력을 스스로 깎아먹는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발령 기간이 끝났다고 해도 원래 자기 자리에 돌아간 조합원도 드물고 본래 보직에 돌아갔다고 하더라도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도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사 아나운서 사라진 MBC

아나운서실에 복귀하지 못하고 한직으로 밀려난 MBC 간판 아나운서들도 상당수다. MBC 노조의 파업 종료 직전 신설된 정체성이 모호한 ‘미래 전략실’이 대표적이다. 미래전략실은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들로 구성돼 있어 사실상 유배지로 통한다.

‘스포츠 하이라트’와 각종 교양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신뢰와 친숙함을 주었던 김완태 아나운서는 대기발령과 교육발령(지난해 8월 20일)을 거친 뒤 미래전략실로 발령이 났다. 김 아나운서는 지난해 12월 7일 열린 ‘2012년 한국 아나운서 대상’시상식에서 현 상황에 대해 “MBC 아나운서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다.

아나운서의 본업이 방송인데 방송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나조차도 오늘 올해 들어 처음 마이크 앞에 섰다”며 “세상에는 영향을 행사하는 사람들과 영향을 주는 사람이 있다. 영향을 행사하는 사람들 때문에 지난 1년간 방송을 하지 못했다. 가까운 시일 내 방송으로 복귀, 방송에 영향을 행사하려는 사람이 아닌 영향을 주는 아나운서가 되겠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MBC의 젊은피로 ‘불만제로’의 허일후 아나운서 역시 미래전략실로 발령났다.

‘MBC 정오뉴스’와 ‘뉴스투데이’ 앵커였던 최율미 아나운서는 대기발령·교육발령(지난해 9월 10일)을 거친 뒤 현재 드라마세트를 관리하는 용인드라미아개발단으로 전보 조치됐다. ‘MBC 5시 뉴스’와 ‘섹션TV 연예통신’의 신동진 아나운서는 ‘사회봉사대상’이나 ‘사랑의 열매캠프’ 등의 외부 협약 사업을 추진하는 사회공헌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주병진의 토크콘서트’와 ‘MBC 이브닝 뉴스’를 맡았던 최현정 아나운서는 대기발령·교육발령(지난해 9월 10일)을 거친 뒤 사회공헌부서로 전보 조치됐다.


‘특종 TV 놀라운 세상’의 김범도 아나운서는 전보 후 교육발령(지난해 10월 4일)을 받고 용인드라미아개발단으로 발령났다. ‘출발 비디오 여행’의 박경추 아나운서는 대기발령·교육발령(지난해 8월 20일)후 경인지사 성남용인총국으로 갔다.

올해 MBC노조 교육문화국장을 맡았으며 KBS 이지애 아나운서의 남편으로 화제를 모았던 김정근 아나운서는 총파업 종료 후 정직 2개월을 받은 뒤 교육발령(지난해 9월 18일)을 받았으며 현재 교육연장(지난해 12월 10일)상태다.

MBC 노조에 따르면 업무복귀가 됐지만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못하고 아나운서는 변창립 박소현 차미연 이정민 오상진 문지애 아나운서 등 6명이다.

이들은 라디오를 통해 뉴스·정보를 전하는 일 외에는 MBC 내에서 뚜렷이 하고 있는 일이 없다. 이들은 주로 MBC와 관련된 외부 행사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뚜렷한 이유 없이 프로그램에서 배제되고 있어 논란이다.

“상식·합리와 동 떨어진 MBC”

이에 대해 신경민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금의 MBC는 상식과 합리와는 동떨어져 있다”며 “원인제거가 분명하게 되지 않는 한 MBC가 예전의 MBC로 돌아가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또 “이같은 일련의 일들이 발생하는 것은 대선에서 박근혜 당선자가 이긴 것이 결정적이다.대선에서 지금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면 MBC가 이 같은 일들을 강행할 수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박 당선자가 MBC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임이 지금으로서는 너무도 분명하기 때문에 MBC 정상화는 어려워질 것이며 구성원들 역시 힘들 것이다”이라고 밝혔다.

방송계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MBC의 최대주주가 방송문화진흥회고 2대주주는 정수장학회로 모두 여권이다. 이번 대선을 통해 정권교체가 이뤄지지 않고 박근혜 후보의 당선으로 정권이 연장되면서 MBC의 기반이 더 확고해져 버린 것”이라며 “노조가 김재철의 사생활을 폭로하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됐다. 박근혜 정부로 새누리당이 정권 연장을 하면서 MBC에 대한 철저한 체질개선작업에 들어가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choies@ilyoseoul.co.kr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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