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도 유행과 법칙이 있다
결혼에도 유행과 법칙이 있다
  • 이수향 
  • 입력 2005-03-10 09:00
  • 승인 2005.03.1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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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대표는 “결혼을 하는데 있어서 상대방의 조건을 보는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다”라는 말로 입을 열었다. 그는 이어 “앞으로의 결혼패턴은 본인의 입김이 더욱 세져 자신의 짝을 스스로 찾는 추세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손 대표의 말에 따르면 본인의 배우자를 스스로 찾는 것은 하나의 결혼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본인의 짝은 본인이 선택하는 추세로 변할 것이다. 결혼시장의 시스템 역시 변화할 수밖에 없다”고 단정했다. 과거에 자식의 혼사를 도맡아 주선하던 부모들의 입지는 현저히 좁아질 것이라는 게 손대표의 추측이다. 과거 자식의 배우자 선택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쳤던 부모들은 이제는 자식들의 결혼에 1차적인 권한을 갖지 못한다.

손대표는 “부모는 자식으로부터‘이 사람과 결혼하겠다’는 최종 통보를 받는 입장으로 변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관망했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현상은 배우자의 조건을 노골적으로 따지고 든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이벤트에서 만나 필이 통한 커플의 상당수가 쉽게 깨진다”는 것을 그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서로 외모나 성격상으로 통한다싶어 호감을 가진 커플들이 의외로 쉽게 헤어진다. 그는 “첫눈에 반해 사귀다가도 서로의 조건을 탐탁지 않게 생각해 헤어지는 일이 부지기수”라 귀띔했다. 이는 남녀관계에서 애틋한 감정보다는 좀더 편하고 좋은 조건을 갖춘 사람과의 만남을 선호하는 실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손 대표는 “배우자를 찾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신뢰와 사랑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미혼남성들 ‘집순이는 싫다’

손 대표에 따르면 남성들은 이제 더 이상 집에서 살림만하는 ‘집순이’ 여성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는 최근 결혼을 앞둔 남성의 75% 이상이 여성의 조건을 보고 맞벌이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몇 년째 지속되고 있는 경기불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손 대표의 설명이다. 지속적인 경기침체와 앞당겨지는 정년퇴직, 불안한 샐러리맨의 실상 등이 결혼을 앞둔 남녀들을 점점 영악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 이를 반영하듯 실제로 ‘결혼은 상부상조’라는 개념을 갖고 있는 젊은이들이 늘고있는 현실이다. 모 대기업에 근무하는 김태민(32·가명)씨는 “직장이 없는 여성은 무조건 싫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직도 신랑이 벌어다주는 돈으로 살림만 하려는 여자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남자는 가족을 위해 허리가 휘도록 돈을 벌어대야 하는 자선 사업가가 아니다. 남자 혼자 처자식을 먹여살려야 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타 직장보다 높은 연봉을 받고 있지만 나혼자 처자식을 책임질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그럴바엔 혼자서 여유롭게 즐기며 살겠다”고 덧붙였다.이러한 생각은 단연 김씨의 경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이왕이면 편한 조건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하고 싶다는 것은 많은 미혼남녀들의 ‘당연한’ 바람이 되어버렸다. 특히 “사랑 때문에 손해보는 결혼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는 사고방식이다. 사랑만 보고 결혼했다가 언제 돈모아 집을 사겠느냐는 식의 현실적인 생각이 배우자를 고르는데 있어서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손대표는 “요즘 젊은이들은 지하 단칸방에서부터 시작했던 부모들의 세대를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은 더 이상 낭만적인 사랑에 안주하려 들지 않는다. 또 ‘사랑 하나로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은 깨진지 오래다. 사랑 하나로 행복한 결혼 생활이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은 초등학생들도 다 아는 ‘진리’가 되어버린 셈이다.이러한 추세는 남성들이 신부감을 고르는 조건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내 신부감은 반드시 직장이 있어야 한다”거나 ‘결혼 후 최소 5년은 맞벌이를 해야 한다’는 식의 조건을 내거는 경우도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또 과거에는 으레 남자쪽에서 집을 장만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서로 돈을 모아 장만할 것을 원하는 남성들도 늘었다.

한국남성 여전히 보수적

그러나 손대표는 “일하는 여성을 원하는 개방적인 풍조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에서 남성들의 결혼관은 여전히 보수적”이라 지적했다. 이는 맞벌이 여성을 원하면서도 아내의 직업은 교사를 단연 선호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는 것이다.손대표의 말에 따르면 “남성들이 교사를 배우자로 선호하는 이유는 교사라는 직업군 자체가 보수적인 세계라 배우자감으로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아직까지 많은 한국 남성들은 활동적인 커리어우먼을 결코 선호하지 않는다. 교사가 배우자감으로 선호되는 이유에는 왠지 강해보이고 밖으로 나돌 것 같은 커리어우먼과는 다른 느낌을 풍긴다는 것이 손대표의 의견이다. 돈은 돈대로 벌되 집밖으로 나돌지 않는 교사의 이미지가 여전히 어필한다는 것이다. 손대표는 “교사는 집안일과 직장을 별 무리없이 병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선호되는 직업이다. 즉 살림도 잘하고 돈도 잘버는 ‘슈퍼우먼’을 바라는 남성들의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것”이라 꼬집었다.

30대 초반은 ‘열린음악회’

“요즘 여자 나이를 빗대어 떠도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손 대표는 배우자를 고르는 남성들이 ‘27~29살의 여자는 골든아워, 30~35살은 열린음악회, 그 이후는 가요무대’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고학력 전문직에 종사하는 남성 중에는 30대 중반을 훌쩍 넘겨버린 경우도 많은데 이들조차도 여성의 나이제한을 둔다는 것이 손 대표의 설명이다. 노골적으로 “32살까지만 해달라”는 주문을 하는 경우도 다반사.그는 “상담을 하다보면 한국사회의 남성들이 서른 이상은 여자로 안보려하는 이상한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무리 전문직에 능력있는 여성이라 할지라도 나이가 많을 경우 아예 만남 자체를 꺼려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특히 고학력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들 중에는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너무 눈이 높거나 자신의 능력을 과신한 나머지 좋은 배우자감을 놓치는 경우도 여럿 봤다”고 충고했다.

유학파 여성 꺼리는 추세

손 대표는 “오랫동안 홀로 유학생활을 한 여성도 기피대상 중 하나”라고 전했다. 그 이유로 많은 남성들이 일부 유학생들 사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문란한 성생활’ ‘동거의심’등을 꼽는다는 것이다.특히 어릴 때부터 홀로 외국생활을 한 여성은 더욱 의심을 받아 기피대상이 되기 쉽다. 특이한 것은 유학경험이 있는 남성일수록 더욱 그런 경향을 보인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유학후 돌아온 한 남성은 “내가 유학생활을 하면서 보고 들은 얘기가 하도 많아 유학파 여성은 왠지 꺼려지는 게 사실”이라며 만남을 거부한 적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해외에 나가서 정말 제대로 공부만하는 사람은 100명중 3명꼴”이라며 고개를 내저었다는 것이다.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 손동규 대표 인터뷰


“조건만 따지는 사람들 안타깝다”비에나래 손동규 대표는 20년 가까이 삼성이라는 국내 굴지의 기업에서 근무하고 삼성물산 동경지사장까지 지낸 화려한 경력을 갖고있다. 손대표는 오랜 대기업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매번 결혼과 관련된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하고 방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 결혼정보업을 하게 된 계기는.▲ 결혼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관문이다. 미혼남녀들이 이상적인 배우자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데 일조하고 싶었다.

- 설문조사를 유독 자주 하던데.▲ 비에나래만의 강점이다. 미혼남녀의 이성관이나 결혼관에 대한 꾸준한 조사와 통계는 커플을 연결시키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현재 결혼회사를 찾는 남성의 85%가 스스로 가입하는 경우다. 이는 자신의 배우자를 스스로 찾겠다는 젊은층의 결혼관을 나타내는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 앞으로의 결혼패턴은.▲ 상대의 조건을 우선시하는 경향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왕이면 편하게 시작하고 싶어하는 젊은층들의 사고방식이 배우자를 고르는데 있어서도 반영되고 있다. 조건만을 내세우고 따지는 사람을 보면 무척 안타깝다.

이수향  thelotu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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