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핑 사이트들은 범람했지만 스와핑 행위 자체가 워낙 파격적이라 ‘실제 행동’ 은 비밀리에 이뤄졌던 것이다.온라인 접근에 한계를 느낀 그는 과거 사이버 수사대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직접 나서기로 했다. 스와핑 사이트 중 가장 규모가 큰 ‘짜경모(짜릿한 경험을 추구하는 모임)’를 포함 10여개 사이트의 회원으로 가입하고 직접 활동을 개시한 것이다.사이트 가입을 위해 그는 동료 여형사와 부부로 위장했다. 그러나 사이트의 벽은 높았다. 운영진이 결혼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주민등록등본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던 것. “신분노출이 염려되니 결혼사진을 보내겠다” 고 둘러댄 그는 턱시도를 입고 결혼사진까지 찍기도 했다.또, 그는 수시로 회원들과 채팅을 통해 성 경험과 관련한 대화를 늘어놓으면서 의심의 눈초리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는 “스와핑 동호회에 가입신청을 한다고 해서 바로 활동 권한이 주어지는 게 아니라 일단 준회원 자격만 주어진다. 야동(스와핑 성행위 동영상)이나 사진 등 구경거리(?)를 위해 가입한 유령회원이나 나처럼 ‘다른 목적’ 을 가지고 가입하는 회원들도 있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때를 기다리던 그에게 마침내 ‘결전의 날’ 이 찾아왔다. ‘짜경모’ 사이트 운영자로부터 경기도 이천의 모 펜션에서 모임을 갖는다는 연락이 온 것이다.하지만 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부부로 행세해 온 동료 여형사가 때마침 지방 수사에 파견돼 혼자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그는 “같이 고생해온 동료가 빠진 빈자리는 생각보다 컸다. 하필이면 이 때 일이 벌어지나 원망도 하고 모처럼 잡은 기회를 놓칠까봐 걱정도 했다. 여성 파트너를 구하기 위해 여경은 물론 주위 사람들까지 동원해보려 했으나 ‘섭외’가 여의치 않아 어쩔 수 없이 ‘와이프가 두려워 하니 이번엔 참관하는 차원에서 혼자 가겠다’고 운영자에게 양해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장 포착을 위해 비디오카메라를 가져가야 했는데, 가지고 갈 방안을 고심하다가 바지 속에 넣어가지고 갔다. 무슨 정신으로 그곳까지 가서 촬영했는지 모르겠다” 며 “비디오카메라 화면에는 삼삼오오 짝을 지은 남녀들이 한데 뒤엉켜 서로 옷을 벗겨주고 집단으로 애무를 하는 등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장면들이 가득 넘쳐났다” 고 당시를 떠올렸다.현장을 포착하기 직전 박 경장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스와핑이 ‘불륜’ 개념인 만큼 법으로 처벌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당시를 회상하며 그는 “스와핑 행위가 법적 처벌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2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법적 처벌이 어렵더라도 도덕적 수치심을 줘 추후 스와핑 활동을 예방하는 것도 나름대로 큰 성과가 있지 않겠느냐” 고 스와핑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잠입 수사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을 들려달라고 하자 그는 “여형사와 부부로 위장해서 타 사이트 정모에 나갔을 때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40대 부부가 ‘2차’ 를 제시해 노래방에 간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옷 벗는 상황까지 갔었는데 진짜로 성행위를 할 수 없어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우린 아직 초보라서 용기가 나지 않는다. 오늘은 이만 들어가겠다’ 고 따돌린 것이 기억에 남는다” 며 웃었다.끝으로 박 경장은 “성매매를 알선하거나 장소를 제공하는 등 성범죄행위에 스와핑이 악용될 수 있다. 스와핑 처벌법규 제정이나 개인의 사생활 침해에 대한 범위를 분명히 하면서 스와핑 사이트들에 대한 수사를 계속 벌여야 할 것” 이라고 충고의 말도 잊지 않았다.
스와핑 경험자 김진우씨
“‘취향’이 다를 뿐…변태의 기준이 무엇인가”현재 사회분위기를 의식한 탓인지 스와핑 사이트에 올려진 회원들과의 연락은 좀처럼 쉽지 않았다. 다행히 스와핑 사이트에 자신의 연락처를 올려놓은 김진우(가명· 34)씨를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23일 오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는 “카페에 가입한지는 1년 정도 됐으며 지금까지 6번 정도의 스와핑 경험이 있다”고 고백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간단히 소개를 해달라.▲ 대학졸업 후 미국에서 3년정도 유학했다. 작년에 한국에 들어와서 결혼했다.
- 하는 일은.▲ 금융분야에서 일한다.
- 스와핑은 언제부터.▲ 98년에 처음 했다.
- 스와핑을 하게 된 계기는.▲ 누구나 처음에는 호기심에서 시작한다. 나같은 경우 성에 대해 거리낌이 없었다.
- 스와핑은 어떻게 행해지나.▲ 흔히 생각하듯 만나자마자 대뜸 관계를 갖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여느 부부 모임과 같다. 식사나 술이 곁들여진 자리에서 진지하면서도 흥미로운 대화들로 어색함을 풀고 시작한다.
- 파트너 조건은.▲ 비슷한 연령에 외모가 준수하면 좋지 않겠나.
- 아내가 순순히 동의했나.▲ 처음에는 펄쩍 뛰었지만 한번 해본 후에는 내심 즐기는 눈치다. 강제적으로 할 리 있겠나.
- 기분이 이상하지는 않은가.▲ 행위 중 느끼게 되는 질투나 묘한 배신감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그게 더 자극적이고 흥분되는 것 같다.
- 이번 사건으로 파장이 큰데.▲ 성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다. 단순한 쾌락을 추구한다해도 서로의 동의하에 이뤄지는 행위가 비난받을 수 있겠나.
- 일부는 스와핑 과정 중 변태적인 성행위도 행해진다던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하기 싫다. 도대체 변태의 기준이 무엇인가.
김재윤 yoonihoora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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