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가 개항 이후 10여일이 넘는 기간동안 사장 공석체제로 운영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배경을 들여다보면 사장 선임 과정의 우여곡절 때문이라는 게 주변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추천위원회는 조 전사장의 임기만료를 앞둔 지난 3월2일 공모를 통해 2명의 후보를 건교부에 추천했다. 그러나 건교부는 2명 모두 부적격자라며 2차공모를 요구했다. 당시 노조는 후보들이 모두 낙하산 인사이며 후보 중 1명은 부동산 투기의혹도 있어 반대 의사를 밝힌바 있다. 이에 따라 공항공사는 지난달 25일까지 다시 응모를 거쳐 서류심사와 면접 등 2차 심사를 벌였지만 결국 신임사장 선임은 현 사장 임기 전에 마무리되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됐다. 게다가 임명권자인 강동석 전건교부장관이 땅 투기의혹과 아들 인사청탁의혹으로 물러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후보중 한 명이었던 추병직씨가 건교부 장관에 임명되면서 박근해 인천공항에너지(주) 사장과 박상은 전 인천시 정무부시장 2명이 후보로 남았다. 그러나 최근 추 장관이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인선과 관련해 적합한 인물이 없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3차 공모로 갈 가능성이 커졌다. 이같은 상황이 초래되자 공항공사 안팎에서는 각종 루머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 중 관심을 끄는 것은 청와대와 건교부, 그리고 국정원간의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왜 이같은 관측들이 오가는 것일까.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사장 공석기간이 길어진 직접적인 원인은 사장 임명권자인 강 전장관의 낙마다. 현 인천공항의 산파역을 했던 강 전장관에 대한 공항공사 내부의 평가는 호의적이다. 공사의 한 관계자는 “강 전장관은 일 잘하기로 유명했다”며 “전주고 출신인 그는 동문들 사이에서도 청탁이 받아들여지지 않기로 소문났으며, 실제 몇몇 동문들 사이에선 그의 깐깐한 성품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고 전했다.
그는 또 “비록 부동산 투기의혹이 일었지만 주변에서는 강 전장관이 연루되지 않은 것으로 믿는 눈치”라고 말했다. 그러나 강 전장관은 재임시 1차공모를 통해 사장을 선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추천된 인사 2명 모두 탈락시켰다. “적임자가 없다”는 평가를 내렸지만 당시 공항공사 내부에선 건교부와 청와대가 밀었던 인사가 서로 달랐다는 후문이 나돌았다. 일각에선 이같은 건교부와 청와대의 갈등이 강 전장관의 낙마에 영향을 미친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건교부와 국정원 출신간의 신경전도 불거졌다. 공항공사의 경우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가 많이 이뤄졌던 곳으로 주로 건교부출신과 국정원, 감사원 출신들이 이곳으로 부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내부에서의 갈등도 많다는 전언이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사장 공모와 관련해서는 국정원출신의 한 인사가 사장직을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건교부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큰 힘을 쓰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공항공사 사장 선임을 둘러싼 어수선함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건교부가 사장선임을 위해 3차 공모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어떤 인물이 공항공사 사장직을 맡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건교부 감사원 출신 요직
동북아 허브공항을 목표로 탄생한 인천국제공항이 지난달 29일로 개항 4돌을 맞았다. 그 동안 적자에 허덕였지만 최근 흑자를 기록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올 초 발표한 지난해 경영실적 분석결과 총수입은 7,033억원, 당기순이익은 1,160억원을 기록했다. 인천공항이 당기 순이익을 낸 것은 2001년 3월29일 개항 이후 처음이다. 여객, 화물, 취항횟수가 늘어난데다 특히 국내 기업들의 중국 투자 붐에 동남아 일대 여객 수송량도 급증한 게 흑자전환에 기여했다. 그러나 여전히 낙하산 부대가 점령하고 있다는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그 동안 건교부, 감사원, 국정원 출신들이 사장과 상임이사 자리를 차지해 왔다. 실제 임기가 끝난 지난번 경영진도 사장은 건교부, 부사장은 국정원, 감사는 감사원 출신이 나눠먹기식으로 맡았다는 비판을 들었다.
초대 사장을 맡아 공항공사를 이끌었던 강동석 전건교부장관, 최근 임기만료로 사임한 조우현 전사장이 모두 건교부 출신이다. 3대 사장공모를 앞둔 요즘도 사장 자리는 건교부 출신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상임이사급에는 유석종 건설본부장, 이상주, 강신관, 이헌석씨 등이 포진돼 있다. 감사원 출신들로는 최근 자리에서 물러난 이영태 전감사위원과 이홍기 사장직무대행이 대표적이다. 국정원 출신은 조 전사장과 함께 퇴임한 김철환 부사장, 강재민 비상임이사 등이 포진해 있다.
이인철 chle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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