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룹 포트폴리오 퍼즐 잡았지만 시너지는 물음표
- 여전히 마른 자금줄… 동부하이텍 사례 환기해야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동부그룹(회장 김준기)이 13년째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중이던 대우일렉트로닉스를 품에 안았다. 하지만 김준기 회장의 소망처럼 종합전자회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대우일렉과 그룹 내 전자 계열사들의 시너지가 생각보다 미미하다는 지적이 눈길을 끈다. 또한 웅진 사태로 환기됐던 기업 인수 후 재무구조 악화가 동부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동부그룹이 지난 8일 대우일렉 채권단과 본계약을 체결했다. 동부그룹 측은 “동부컨소시엄과 대우일렉 채권단이 대우일렉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대우일렉 인수작업을 일단락지었다”고 밝혔다.
동부의 대우일렉 인수금액은 2726억 원으로 지난해 8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시보다 1000억 원가량 낮아졌다. 인수금 중 51%는 동부하이텍을 중심으로 그룹 내 전자 계열사들이 부담하고 49%는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조달할 계획이다.
앞서 동부는 김준기 회장의 의지에서 비롯된 종합전자회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전자기업 인수에 공을 들여왔다. 평소 김 회장은 “미래 첨단산업인 전자산업을 발전시켜 이웃한 일본, 중국 등과 경쟁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한국의 전자산업을 주도하는 종합전자회사가 더 생겨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동부가 구축한 관련 부문은 반도체(동부하이텍), 강판(동부제철), 전자재료(동부CNI), 자동화설비(동부로봇), LED(동부라이텍) 등이다. 대우일렉이 백색가전 등 최종 제품을 양산한다는 점에서 이번 인수는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 구축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너지 없으면 구색 맞추기로 전락할 수도
하지만 실제 시너지 효과로 이어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현재 대우일렉의 주력 모델은 냉장고·세탁기·전자레인지 등으로 TV·에어컨·청소기 등 타 가전 품목은 모두 개별매각한 상태다. 그동안 5번에 걸친 매각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덩치를 줄이기 위해 주요 품목을 잘라냈기 때문이다.
그나마 동부하이텍이 생산하는 반도체와 대우일렉이 양산하는 일부 가전 품목과의 시너지도 물음표다. 업계에서는 연관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특별히 상부상조하는 것도 없다는 계산을 내놨다. 대우일렉이 TV 부문 등을 모두 정리한 후 매각했기 때문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대우일렉의 경우 전체 가전제품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일부만 취급하기 때문에 그룹 내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에는 다소 미미할 수 있다”면서 “다만 그룹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차원에서는 적합하나 향후 상승효과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물음표인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대우일렉 인수자금 마련으로도 힘겨운 동부의 입장에서 당분간 신규 설비투자는 무리일 수밖에 없다. 결국 동부는 지금의 대우일렉만으로 그룹 내 계열사들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된다.
주채권은행 눈치 보기에 사재출연 카드까지
동부그룹의 자금줄이 여전히 말라 있는 탓에 그룹 재무구조 불안도 끊임없이 거론된다. 대우일렉 인수가 동부의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견해는 기우가 아니다. 동부는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부채비율을 더 늘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서야 대우일렉 매각 입찰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동부의 단골카드인 김 회장의 사재출연까지 나왔다. 김 회장은 이번 대우일렉 인수를 위해 약 300억 원의 사재까지 따로 출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도 김 회장은 동부하이텍을 살리기 위해 3500억 원의 사재를 출연한 바 있다.
지금까지 동부하이텍에 들어간 김 회장과 동부그룹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동부하이텍의 전신은 아남반도체로 2002년 인수 당시 금액은 1700억 원이다. 그후 5년간 사명을 유지하다가 2007년 새출범한 이후 반도체 산업의 불황과 전략·기술 부재로 그룹 전체를 위기에 봉착시키는 주범이 됐다.
결국 김 회장은 인수가의 두 배에 이르는 뼈아픈 사재출연을 하면서까지 반도체에 사활을 걸었으나 지금도 회복이 더딘 상태고 그룹은 여전히 재무약정 중이다. 김 회장이 반도체를 최우선순위로 두고 지원한 것은 판단 착오였다는 비판을 듣는 이유다.
이와 관련, 김 회장은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사업 기회 포착 및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대규모의 투자를 하고 난 후 몇 년간 일시적으로 부채비율이 높아지고 이익률이 낮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어느 M&A에나 따라붙는 ‘승자의 저주’설이 다시 꼬리표처럼 제기되는 상황에서 동부그룹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